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없었다

2013. 6. 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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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정원이 공개한 8쪽짜리 대화록 발췌본 보니…

노 "서로 군사철수·공동어로…평화지대 만들자"

8쪽 '발췌본' 보니

24일 언론에 공개된 국정원의 8쪽짜리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설득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자세히 담겨 있다. 이를 보면 노 전 대통령은 보수세력이 주장하듯 엔엘엘을 포기한 게 아니라, 남북이 서해를 평화롭게 이용하는 신뢰 형성 과정을 통해 남북 대결의 산물인 엔엘엘의 존재 의의를 해소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김정일 먼저 말문 "평화수역으로 선포하자" 제안노 "서로 군사철수 공동어로…평화지대 만들자"

대화록 발췌본을 보면, 엔엘엘 등 남북간 서해 현안에 대해 처음 말문을 연 것은 김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북방한계선과 우리(북한) 군사경계선 안에 있는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선포"하자고 제안한다.(18쪽) 북한 입장에서도 남북간에 우발적인 충돌이 잇따르는 연평도에서 백령도에 이르는 서해안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한 안보 현안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에 노 대통령도 "네, 아주 저도 관심이 많은…"이라고 대답하며 두 정상 사이의 논의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엔엘엘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40~41쪽)고 말한다. 이는 엔엘엘이 정전협정을 통해 합의된 해상 경계선이 아니라 1953년 8월 유엔군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되짚은 발언이었다. 엔엘엘 포기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은 없지만 이런 구절이 새누리당 등 보수세력의 눈에는 엔엘엘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북쪽 인민으로서도 그건 아마 자존심이 걸린 것이고, 남쪽에서는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라며 이 문제에 영토분쟁적 성격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어 "엔엘엘 말만 나오면 전부 다 막 벌떼처럼 들고일어나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된다"며 "위원장하고 나하고 이 문제를 깊이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며 자신의 구상을 밝힌다. 김 위원장의 첫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의 구상을 밝혀 김 위원장의 동의를 이끌어낸 셈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서해 평화지대를 만들어서 공동어로도 하고, 한강하구에 공동개발도 하고, 나아가서는 인천, 해주 전체를 엮어서 공동경제구역도 만들어서 통항도 맘대로 하게 하고, 그렇게 되면, 그 통항을 위해서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고 말한다. 즉, 남북이 "여기는 자유통항구역이고, 여긴 공동어로구역이고, 그럼 거기에는 군대를 못 들어가게 하고. 양측이 경찰이 관리를 하는 평화지대를 하나 만드는 그런 개념들을 설정"해 남쪽의 엔엘엘과 북쪽이 고집하는 북방한계선의 개념을 조금씩 해체해 가자는 제안을 한 셈이다.

이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반응은 발췌록에 담겨 있지 않다. 그러나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2011년 2월 일본 월간지 <세카이>(세계)를 통해 김 위원장이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점심 식사 후 노 대통령과 다시 만나 "국방위원회의 책임자급 장군들과 상의했습니다. 제가 해주공업지대가 가능하겠냐고 물으니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해주도 좋고, 해주에서 개성공업지대에 이르는 강령군도 활용할 수 있고, 해주항도 개발해 이용해도 좋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10월4일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귀국하는 길에 이런 내용을 국민에게 자세히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때 남북 사이에 합의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에 대해 "서해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 군사적 대결의 관점이 아니라 경제협력의 관점으로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결국 대화록의 내용은 노 대통령이 사용한 몇몇 직접적인 표현을 제외한다면 이미 알려진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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