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김정일 2002년 대화록 공개하면 어찌하려고

2013. 6. 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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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당시 조평통 "평양 방문 때 친북 발언 했다"

정상외교 결례·남북신뢰 훼손 등 후폭풍 우려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격 공개는 법 위반을 넘어 국가 안보에도, 기록문화의 발전에도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개에 따른 법적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정원은 이번 공개 사유로 △여야가 강력히 요구했고 △6년 전 회담 내용이어서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으며 △회담 내용을 둘러싸고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언론에 상당 부분이 이미 공개돼 비밀문서로서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설명이 지극히 자의적이고 월권적인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영남 한신대 교수는 "국정원이 어떤 경로로 대화록을 보유하게 됐는지와 관계없이 청와대에서 녹취한 정상회담 대화록은 그 자체로 대통령기록물이라고 봐야 한다"며 "국정원은 대통령기록물 공개 여부를 판단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초대 국가기록원장을 지낸 안병우 한신대 교수는 "정치권이 요구한다고 해도 비밀로 지킬 것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안 교수는 "비밀문서의 가치가 없다는 설명이나 국론분열이 심화됐다는 설명은 모두 국정원이 슬금슬금 흘리면서 일어난 일 아니냐. 6년 전 일이지만 여전히 남북이 분단돼 있고 앞으로도 북한과 상대해야 하는데 영향이 없다는 것도 맞지 않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상외교 결례·남북신뢰 훼손"국정원 불법 책임" 비판 봇물"녹취본도 대통령기록물국정원서 공개 판단은 월권""어느 정상이 진솔한 대화 할까"전문가들 '나쁜 선례' 지적"2002년 박근혜 대화 공개땐…"북, 보복 폭로전 배제 못해

남북 정상의 육성이 날것 그대로 공개되는 일이 향후 남북관계나 다른 나라와의 외교관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 어느 나라도 정상회담 대화록을 함부로 공개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 온 '글로벌 스탠더드'나 남북간 '신뢰 형성'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북한을 자극해 보복적인 폭로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정상회담이란 두 나라 최고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속마음을 터놓고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인데, 이런 자료가 공개되면 이것이 선례가 돼 우리는 외교, 특히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고도로 민감한 외교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나라 정상들이 터 놓고 서로 설득을 하다 보면, 때로는 '외교적 언사'들을 하게 마련인데 이번 일이 선례가 되면 어느 나라가 우리 대통령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인화성'을 고려할 때 더욱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우리가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할 경우 북한은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보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 공개에 항상 반발만 한 것은 아니다. 2002년과 2004년 김 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사이의 두 차례 정상회담 회의록이 2009년 11월 일본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된 적이 있다. 당시 방송은 북한의 핵 보유 이유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자세히 보도했으나, 북한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북 적대감을 조장하는 내용이 아니었고 공개 과정에 일본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6월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이 통합진보당을 상대로 '종북 좌파' 논란을 일으키자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등이 우리에게 와서 한 말들을 모두 공개하면 남조선 사람들이 까무러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조평통은 특히 박 대통령을 향해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장군님(김정일)의 접견을 받고 평양시의 여러 곳을 참관하면서 친북 발언을 적지 않게 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이 이런 식의 '보복'을 다시 해온다면 남북관계는 폭로에 폭로가 이어지는 진실게임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병수 선임기자, 길윤형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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