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강의요청한 기업들 최근 다 취소..후회안해"

2013. 6. 21.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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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국정원 선거개입 비판 이후 끊겨, 각오하고 시작한 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그동안 꾸준히 메이저 기업체에서 내게 강의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는데, 최근에 이 업체들이 예정됐던 강의요청을 다 취소했다. 부담스럽게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부분에 대해 다 감내한다.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다. 반대로 불법 부당한 권력을 싫어하는 분들이 내 책도 사주고, 진보매체 인터넷매체가 되레 관심을 가져주기도 하지 않는가…후회하지 않는다. 이런 일 하고도 후회하면 안된다. 그러면 패배주의가 팽배해진다. 난 어떤 박해를 받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준비를 하고 일을 시작했다"(표창원, 20일 미디어오늘 인터뷰)

국정원 불법선거개입과 경찰의 수사은폐 및 거짓발표 사실이 드러난 직후 '내란'이자 '권력기관을 동원해 권력을 찬탈'한 행위로 보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일약 여론의 중심으로 떠오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박근혜 정부의 '저항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표 전 교수는 다음 아고라 이슈 청원란을 통해 이 사건의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 10만 여 명의 내역을 받아 청원서와 함께 새누리당에 19일 전달했다. 표 전 교수의 청원서 전달과 발언 장면이 담긴 소식, 동영상 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격려와 지지의 반응이 쇄도했다.

"민주당 모두를 합쳐도 행동하는 표교수 한사람 몫을 못하는구나"(빛의천사)"힘내십시요..살아있는 정의"(벼룩아빠) "정치인이 못하면 의식있는 성숙한 시민들이 나서야 합니다"(박윤경) "적극지지합니다…대한민국을 살리는 출발점이 되도록 합시다"(빅맥맨)"누군가는 나서서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야 할 일을 온 몸으로맞서 싸우고 있음에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springman) "당신의 용기에 기꺼이 동참하겠다"(작은거인)

표 전 교수에 대한 이 같은 뜨거운 관심과 달리 일간지, 방송사 등 이른바 기성언론은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표 전 교수의 19일 국정조사 요구서 전달 현장에는 인터넷 매체와 온라인 활동가들을 제외하고 중앙일간지, 방송3사를 포함해 기존 대형 언론사 취재진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이들은 이 소식을 전하지도 않았다. 이들 언론사에선 그 이전에도 개별적인 취재요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표 전 교수는 전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이치열 기자 truth710@

표 전 교수는 2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이슈청원을 시작한 직후에도) 대형 언론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며 "정당이나 단체, 지도자, 다수의 대표도 아닌 일개 개인이니 주요 언론의 입장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대신 (미디어오늘과 같은) 다른 매체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 고마운 일"이라고 밝혔다.

표 전 교수는 "또한 대형언론사에서 취재 보도하지 않아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얼마든지 내가 드리는 말씀이 들을 만하거나 귀기울일만 하면 누구나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언론사의 규모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지금이 박근혜 정부 출범 초반인데다 취임 첫 해여서 자칫 정권에 맞선 인물에게 권력의 박해와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과연 부당함에 맞서겠다는 단호함을 지켜갈 수 있겠느냐하는 걱정도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촛불집회에 열성으로 참여한 시민들은 5년 내내 수사-기소-유죄의 법적 굴레 뿐아니라 생업에도 지장을 받으면서 무력화된 일이 많았다. 정권 말 MBC노조와 KBS새노조 등이 방송장악에 맞서 최장기 파업까지 했지만 목표를 관철하지 못한 채 파업을 접었다.

표 전 교수는 경찰대 교수 시절 스마트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로 자신의 전공인 '범죄심리학', '과학수사' 분야를 살려 각종 살인사건 때마다 9시뉴스와 일간지에 단골로 등장하는, 잘나가는 수사 전문가였다.

이를 지켜봐온 표창원 전 교수는 본인에게도 닥칠 이런 먹구름에 대해 "내가 선택한 길이며 후회하지 않는다"며 "절대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방송과 언론이 자유롭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특히 방송사 등이 정치적 편향성을 띄고 있다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안다"며 "내가 지난해 연말에 (국정원과 경찰 등) 권력의 불법성과 부패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서면서부터 그러한 매체에서 내가 취재원으로 뉴스에 등장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표 전 교수는 지난해 연말 국정원 수사은폐와 방해 행위를 비판하는 트윗을 쓰다 아예 교수직을 던졌다. 그 뒤부터 점차 세간의 인심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동안 대기업 등 이른바 메이저 업체로부터 강의 요청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예정된 것조차 끊겼다는 것이다. 표 전 교수는 "메이저 기업체에서 강의 요청을 해왔는데, 그 기업체에서 최근에 스스로 한 요청을 다 취소했다"며 "아마도 날 강의자로 초청하는 것이 부담스웠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표 전 교수는 "그런 부분은 내가 다 감내하고, 예상했던 것"이라며 "그 대신 불법적이고 부당한 권력을 싫어하는 분들이 내 책도 사주고, 미디어오늘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매체, 인터넷매체가 되레 관심을 가져주기도 하지 않는가. 수익 면에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먹고 살 수 있고 하고 싶은 일과 바른 말 하고 살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는 이런 변화에 대해 "예상했던 일이고 짐작도 했지만 직접 겪어본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나 역시 (좋은 대우를 받다가) 입장이 달라지면서 그 변화를 겪게 되니까, 대한민국 사회의 실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처우와 대우, 수입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명예·부, 옳은 말·행동 등 두 가지 모두 가지려는 것은 욕심이며 불가능한 일"이라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다 가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표 전 교수는 무엇보다 '후회'라는 말이 갖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후회라는 표현이 중요한데, '후회하면 안된다'는 것이다"라며 "후회하는 순간 그 의미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나처럼 살면 안된다'는 의미로 전달돼 패배주의가 팽배해진다. 이것이 우리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자신은 후회하지 않을 것이며 왜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지도 설명했다.

"난 후회하지 않을 비책과 방책을 준비해왔다. 내가 살아온 역정하에서 얼마든지 정부 권력에 빌붙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어떤 박해를 받더라도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 후회하지 않을 '비책'에 대해 표 전 교수는 "글쓰는 능력을 그동안 향상 시켜와 내 글이 어느정도 팔린다. 이는 탄압해도 변하지 않는다. 출판하고 저작권료 등이 비록 많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할 만큼은 된다. 여전히 있는 여러 언론의 기고료, 정부 영향을 받지 않는 유료 강의도 계속 있다. 버텨나갈 수 있는 식량을 마련해놓고 권력과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정원 국정조사 촉구 및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 제기 이후 잇다르고 있는 대학생들의 규탄 기자회견과 시국선언에 대해 표 전 교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회 문제에 관심없이 학점과 취직문제에 연연하던 학생들이 사회문제 관심 갖는 것만도 고마운 일"이라며 "더구나 지금이 기말고사 기간일텐데 국가적으로 중대한 문제라 보고 서명운동을 통해 시국선언 준비까지 하는 것은 지성의 전당이자,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로서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표 전 교수는 "이런 부분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부가 가벼이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들이 나선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과 시민들의 목소리와 행동에는 간절한 소망과 호소가 담겨있다. 제발 이 정도에서 받아들여서 국회의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와 이에 따른 제대로 된 책임자 기소 및 처벌, 박 대통령 입장 표명,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개혁방안 수립 등을 내어놓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표 전 교수는 이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6월 임시국회에서 개최하는데 노력한다고 합의한 것에 대해 "이런 진전은 새누리당이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어제까지만 해도 국정조사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태도였는데 노력한다는 것은 태도의 변화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이 자체가 국정조사의 수용이 아니며 실제로 구체적인 국정조사 일정이나 움직일 수 없는 발표가 없는 한 국민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인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오는 26일까지 이런 가시적인 약속이 없을 경우 표 전 교수는 전국적인 길거리 서명운동 또는 서울광장 집회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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