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학생운동권 출신을 둘러싼 설전

주영진 기자 2013. 6. 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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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한 게 훈장이냐?" "남들 고난받을 때 공부만 한 사람이.."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 의혹의 배후에 권영세 주중 대사가 있다는 민주당, 국정원 전직 직원에게 집권후 국정원 간부직을 제의하면서 관련 정보들을 입수한 민주당의 공작 배후에 김부겸 전 의원이 있다는 새누리당의 공방 속에 갑자기 이런 말들이 오갔습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초선, 강원도 춘천)이 황교안 법무장관을 상대로 질문을 던집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공소장을 보면 과연 대한민국 검찰의 공소장인지 걱정됐는데, 의문이 풀리는 것 같다. 이 사건의 주임 검사가 누구죠?"(이하 김진태)

황교안 법무장관 (이하 황교안) - "평검사 이름이 적힌 걸로 기억합니다."

김진태 -"진 모검사라는데 서울 중앙지검 소속인가요?"

황교안 -"그렇습니다."

김진태-"서울대 법대 92학번에 96년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을 지냈더군요. 96년 서울대 총학생회가 운동권, PD(민중민주)계열이었어요. 96년 4월 충북대 신문에 나온 기사에는 진검사가 당시 집회에서 '열사 정신을 계승해 힘있는 투쟁으로 김영삼 정부 타도하자'고 발언한 걸로 돼 있습니다. 진 검사가 이런 경력을 갖고 있던 사실을 장관은 아십니까?"

황교안 - "개개 검사 다 알수 없지만 검찰 들어온 이후 지도 잘 받아 바른 가치관 가졌을 걸로 생각합니다."

김진태-"중요한 사건에 대해서 주임 검사 맡기는데 하필 대학 운동권 출신을 주임검사로 맡겼는지.. 검사된 후 잘 지도했다고요? 2007년 9월에 사회진보연대 사무실 전세금 모금하는데 거기 참여한 사람 명단에 진검사 이름이 있습니다.확인해 보세요.사회진보연대가 국가보안법 철폐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단체입니다.운동권 출신 검사가 주임검사니까 공소장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겁니다."

이 발언이 끝나고 자기 발언 순서가 돌아오자 민주당의 서영교 의원이 이런 말을 합니다.

"저는 이화여대 총학회장 출신입니다.검사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이 2천명 죽이고 쿠데타로 대통령이 됐을 때 죽음을 각오하고 행동한 사람들이 총학생회장들이었습니다. 반면에 그런 정권이 들어섰는데도 이기주의적으로 자기 공부만 했던 사람들이 총학생회장의 헌신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겁니까?저는 자기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들이 사회의 주역이 되는 것을 질타하는 바입니다."

국가정보원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문제가 여야의 전선이었기 때문에 두 의원의 발언은 이렇게 지나가는 소나기 수준에서 끝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뒤(18일) 법사위에서 2라운드가 벌어졌습니다. 역시 시작은 김진태 의원의 몫이었습니다.

"어제 법사위에서 서영교의원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위원장께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이기적으로 공부만 하던 사람이 발언할 자격이 있느냐고 서의원이 말했는데요, 제가 서영교 의원에 대해 학생운동 하느라 아는게 없어서 법률지식도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법사위에 앉아있느냐고 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각자 인생에 있어서 살아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인생경로를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애국 헌신하는 길은 각자 다른 겁니다. 학생운동 전력이 무슨 훈장 이런 것 아닙니다. 정말로 학생운동한 사람들은 겸손합니다. 태권도 배울 때 보통 빨간 띠가 힘자랑합니다. 진짜 고수는 드러내지 않습니다. 고수는 붙으면 다치기 때문이죠.여기 법사위 의원들중에 학생운동한 사람만 있는 것 아닙니다. 학생운동 안했다고 해서 이렇게 매도당하고 비판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어떻습니까? 옛날 운동권 출신 대한민국 위해서 했다고 하는데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하는 세력에 대해 왜 아무 말 안합니까? 이런 식으로 하니까 민주당이 국민 외면받고 집권에 실패한 겁니다. 운동권의 빗나간 우월의식, 이기적으로 공부만 한 사람 말할 자격 없다고 말한 것은 인신공격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위원장께서 주의조치 내려주시고 서영교 의원은 오늘 법사위 끝나기 전에 사과해야 합니다."

당연히 서영교 의원도 한 마디 했습니다.

"이런 일로 의사진행 발언을 하다니 참으로 유감입니다. 왜 이런얘기 나왔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원세훈 전 원장 공소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공소장안에 선거법 위반 혐의가 얼마나 잘 정리돼 있는지 봤을 것입니다. 담당검사가 선거법 위반 적용한 것이 학생운동 전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김의원이 말했습니다.사회단체 기부한 것도 종북으로 몰아가서 제가 거기에 대해 문제제기한 겁니다. 학생회 임원이 종북이라고 공격했으면 방어할 기회는 줘야 하는 것입니다. 학생운동한 사람이 사회 부조리 바로잡는데,여당 국회의원이 범죄자 감싸고 도는 이유가 뭡니까? 원세훈 전 원장이 선거에 개입 안했나요?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사건 축소 안했나요? 학생운동한 사람을 종북주의자로 몰고 간 것에 대해 자기 방어로 얘기한 것입니다. 국민이 판단할 것입니다."

어제 설전에는 두 의원 말고 다른 의원들도 가세했습니다만, 자세히 전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민주당 박범계의원은" 김진태 의원이 양심이 많이 찔렸던 것 같습니다. 김의원의 발언은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송두리째 짓밟은 것입니다." 라고 서의원을 거들었고,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서영교 의원의 발언은 국민을 학생운동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눠 평가한 것이 문제입니다."라면서 김의원 편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두 의원을 모두 잘 아는 편입니다. 김진태 의원과는 강원도 춘천 동향인데다, 김의원이 서울 지검 공안부 검사 시절 검찰을 출입하면서 자주 만났습니다. 제가 검찰을 출입하던 1995년-97년 무렵만 해도 검찰 공안파트는 선거와 함께 대북 문제를 담당했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능력있는 검사라는 평가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서영교 의원은 2000년 새정치 민주당이 창당된 후 민주당을 출입할 때 당의 부대변인이었습니다. 아침마다 기자들의 김밥 챙겨주면서 기사에 관한한 기자들에게 열심히 대들기도 했던 적극적인 당직자였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후반기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냈고, 지난 총선때 서울 중랑갑에서 당선됐습니다. 남편인 장유식 변호사 역시 서울공대 학생회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입니다.

두 의원은 1964년생으로 나이도 같습니다. 학번도 83학번으로 같습니다. 두 사람 모두 제가 만나서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눈 편입니다만, 만나면 짓는 눈웃음이 선하고 보기 좋은 사람들입니다.

1980년대가 어떤 시대였는지는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그 시절 두 의원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한 의원은 열심히 사법시험을 준비해 검사가 됐고, 한 의원은 대학 총학생회장에 수배와 도피 생활을 감수해야 했던 이른바 운동권이 됐습니다. 그 길을 돌고 돌아 두 사람 모두 지금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입니다. 하지만 두 의원이 기억하는 1980년대는 참 다른 것 같습니다. 운동권과 비운동권이라는 구분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대변하는 듯 합니다. 두 의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짧게 하나씩 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맺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누구의 의견에 동조하시는지요? 이도 저도 아니면 또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요? 궁금합니다. 참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든 두 의원의 설전이었습니다.

지난 4월 25일 김진태 의원의 대정부 질문 질의 내용중 한 부분입니다.

"(국정원 댓글 여직원 사건 관련해) 민주당이 28세 미혼 여성이 사는 곳을 알려고 일주일간 미행하고 차를 들이받았습니다. 성폭행할 때나 쓰는 수법 아닙니까? 문희상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수사과정에서 윗선의 부당한 압력이 있다고 주장한 광주출신 권은희 경정에 대해 광주의 딸을 지키겠다고 언급한 것은 지역감정 조장용 발언입니다. .......지금 국회 이자리에도 대한민국의 적이 있는게 아닌가 되묻고 싶습니다. 국민의 지탄을 받는 종북성향 의원들이 그들입니다. 민주당은 이제 종북세력과 결별해야 합니다.

민주당 심재권 의원이 지난 8일 통일부 업무보고 자료에 김정은의 공식 호칭이 생략된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는데, 김정은은 김정은일 뿐입니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은 스스로 이 땅을 떠나기를 바랍니다"

서영교 의원의 블로그에서 퍼온 글입니다.

"치안본부로 내가 잡혀갔던 1986년 12월 6일은 내 생일이자 수배중이었음에도 남편과 만나기로 했던 날이다. 잡혀가면서 나는 두 번이나 두려움에 휩싸였다. 눈이 가려진채 치안본부로 가는 버스안에서는 어머님 생각에 슬프게 울었고, 치안본부에서는 역시 수배중인 남편의 거처를 대라고 할까봐 그게 가장 두려웠다.내가 잡혀갔다는 소식을 들은 남편은 그날로 거처를 옮긴 뒤 단무지 안주에 소주병을 앞에 놓고 밤새 울었다고 한다. 그 때 남편은 나를 다시 못보게 될까봐 너무 두려웠다고 하는데 아마 나라면 절대로 그런 생각 같은 것은 안할 것이라고 핀잔을 준다... 그렇게 7년의 연애를 하고 혼인신고서에 도장을 팍 찍으면서 우리는 말 그대로 빼도 박도 못하는 동지가 됐다."

주영진 기자 bomn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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