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미납 1672억 추징 왜 못하나.. 본인명의 아니면 불법증여 드러나야 환수
[동아일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는 의혹이 3일 불거지면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재국 씨를 통해 해외로 빼돌려졌는지, 검찰이 수사를 통해 이런 의혹을 밝혀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7년 4월 대법원은 군형법상 반란·내란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205억 원은 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재벌 총수 등에게 받은 것으로 확인된 뇌물의 총액이었다. 하지만 16년이 흐른 지금 그는 정확히 532억7348만4436원만 냈다. 아직도 1672억2651만5564원이 누군가의 수중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시 전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돼 추징금 2398억여 원이 확정된 노태우 전 대통령은 230억여 원을 남기고 모두 납부했다.
추징금 집행 시효는 3년. 검찰은 압류된 재산을 한꺼번에 추징하지 않고 분할해서 추징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형법에 따르면 3년의 집행시효 안에 압류된 재산을 일부라도 추징하면 그 시점부터 추징 시효가 3년 연장된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확정 판결을 받은 직후인 1997년 5월 188억 원 상당의 무기명채권을 현금화해 추징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124억여 원 상당의 예금 등 현금자산도 추징했다. 2000년 10월에는 전 전 대통령이 소유한 87년식 벤츠(낙찰가 9900만 원)를 경매해 추징했고, 12월에는 재국 씨 명의의 용평콘도 특별회원권(낙찰가 1억1000여만 원)도 추징 대상에 포함시켰다. 전 전 대통령이 1997년 검찰 조사에서 "아들 명의의 콘도도 내 재산"이라고 진술한 데 따른 것이다.
2003년 4월 추징 관련 재판에 출석한 전 전 대통령은 '재산이 은행예금 29만 원밖에 없다'는 취지로 답변해 공분을 샀다. 같은 해 11월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별채를 경매에 부쳤는데 이 집은 감정가의 두 배가 넘는 가격(16억4800만 원)에 처남 이창석 씨에게 낙찰됐다. 다만 검찰은 부인 이순자 씨 명의로 돼 있는 연희동 자택 본채는 손대지 못했다. 추징금은 타인에게 불법 증여한 사실이 명확하거나 본인 명의로 돼 있는 재산만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4년 2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씨를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전 씨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167억 원을 차명으로 관리하면서 71억여 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를 밝혀낸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전 전 대통령 측은 200억여 원의 추징금을 냈다.
하지만 검찰은 재용 씨가 보유한 73억5500만 원 상당의 채권이 전 전 대통령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는 법원 판결이 있었는데도 추징하지 않아 추징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검찰은 2006년 전 전 대통령이 숨겨둔 서초동 땅을 찾아 1억여 원을, 2008년 3월 은행 채권추심을 통해 4만7000원을 추징했다. 이후 2010년 10월 전 전 대통령이 강의료 300만 원을 자진 납부한 것이 마지막 추징이 됐다.
이 때문에 전 전 대통령이 편법 증여한 재산을 강제 징수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이 법안은 추징금으로 내야 할 불법재산을 몰래 증여받았을 경우 이 재산을 취득한 사람에 대해 곧바로 추징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미납추징금이 발생할 경우 노역장 유치 또는 감치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했다.
최창봉·최예나·민동용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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