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통상임금 약속, 삶을 좌우하는 핵폭탄"

2013. 5. 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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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SNS] '윤창중 스캔들'에 묻힌 한미 정상회담…'청와대 신뢰 프로세스'는?

[미디어오늘 허완 기자]

같은 뉴스라도 어디에서 소비되느냐에 따라 반응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신문 1면에 소개됐던 뉴스라도 SNS에서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신문 구석이나 방송뉴스 끄트머리에서 '단신'으로 언급됐던 뉴스가 SNS에서 큰 화제를 모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언론 보도가 SNS를 타고 더 널리 확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 한 주간 신문·방송 등 언론에서 화제가 됐던 뉴스와 SNS에서 관심을 모았던 뉴스를 비교 해보는 < 뉴스와 SNS > 코너를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

-지난주 언론에서 화제가 됐던 소식, 전해주시죠.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 때문에 시끄러웠던 한 주였는데요. 박근혜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길에 벌어졌던 일이죠.

-사실 그 사건 이전에는 박 대통령의 방미 소식이 관심을 모았었는데, 다 묻혀버렸어요.

그런 측면이 있죠.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소식이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거의 모든 이슈를 삼켜버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길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났고,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기도 했죠.

▲ 경향신문 5월9일자 1면

-임기 첫 미국 방문이었는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어느 때나 마찬가지겠지만, 이번 미국 방문에는 특별히 많은 관심이 모아졌었습니다. 최근 북한과의 긴장이 이어지면서 한미 양국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가 일단 관심의 초점이었는데요.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강조했었죠?

네 그렇습니다. 현지시각으로 7일 낮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설명했다고 하죠. 오바마 대통령은 "아주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화답했습니다. 공동선언문에도 이 내용이 담겼습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도 제안했다면서요?

'서울 프로세스'라고도 불리는데요, 한국과 미국이 주도하고 그밖에도 중국이나 일본같은 동북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대화 테이블을 갖자는 개념입니다. 환경과 재난구조, 원자력 안전, 테러 대응 등의 이슈부터 시작해 대화와 협력을 통해 좀 더 신뢰를 쌓아 다른 분야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자는 취지입니다.

-언론들은 어떻게 평가했나요?

국민일보는 "미국의 원칙적인 공감을 얻는 수준에 머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또 다른 동맹국인 일본, 전략적 협력 및 경쟁관계인 중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라는 관측입니다.

▲ 국민일보 5월9일자 5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 부족했다, 이런 평가도 있었죠?

한겨레는 정상회담 기자회견에 "한반도 위기를 해결할 대북 대화 유인책 등 적극적인 메시지가 들어있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대국 경고와 대화 촉구가 균형을 잡거나, 좀 더 과감하게 전향적이려면 대화에 오히려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분석했네요.

-미사일 방어체계 이야기도 논의됐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요?

미국이 추진 중인 '미사일 방어체계', 이걸 MD라고 하는데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 탄도미사일의 발사를 포착하고 궤도를 추적해 중간에 이를 요격하는 체계를 뜻합니다. 우리나라는 북한이나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냈죠.

-어떤 내용이었죠?

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공동의 능력, 기술, 그리고 미사일 방어에 투자함으로써 함께 성공하고 함께 작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언뜻 우리가 MD에 참여한다는 것처럼 들려서 논란이 됐는데요.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찬성 또는 공감의 표시는 커녕 일언반구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긍정적인 신호를 준 거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부는 일단 "확대해석"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이걸 요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너무 거리가 가깝기 때문인데요. MD에 참여해도 얻을 게 별로 없다는 거죠. 국민일보와 한겨레, 한국일보 등이 이 문제를 '논란'으로 다뤘습니다.

▲ 한국일보 5월9일자 4면

-SNS에서의 반응을 한 번 보죠.

SNS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영어로 의회연설을 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었죠. 정상회담 내용 자체에 대한 반응은 많지 않았는데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나 '서울프로세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 대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 이용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박 대통령의 대북 및 동북아구상에 대해 힘을 실어줬다."고 평가했네요. 다른 이용자는 "한반도, 동북아 문제에 대해서 한미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앞으로 북한, 한일, 동북아 등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에 있어 좋을 것"이라는 분석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다른 이용자는 "정작 개성공단은 '북한을 믿지 못한다'면서 철수. 이래놓고 '신뢰 프로세스' 운운하는게 참..."라는 트윗을 남겼고요, 다른 이용자는 "청와대 신뢰프로 세스나 제대로 구축해라"라고 비꼬았네요. 아마도 윤창중 전 대변인 사건을 빗대 풍자한 대목이겠죠.

-다른 소식도 보죠. 출판사들이 사재기를 했다는 의혹이 SNS에서 화제가 됐었죠?

네 그렇습니다. 애초 처음 의혹이 제기됐던 건 지난주에 방송된 한 프로그램에서였는데요. 한 트위터 이용자는 "출판사 사재기는 아주 오래된 일"이라고 썼네요. 다른 이용자는 "아마 가요계에도 음원/음반 사재기 하는 이들이 아직 있을듯."이라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출판사 사재기 문제는 왜 이제와서 새삼 문제가 되는걸까... 관행적으로 하고있던거 아니었나.."라는 트윗도 눈에 띕니다. 그만큼 오래된 문제라는 이야기겠죠.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걸까요?

보통 서점에 가면 제일 목 좋은 자리에 베스트셀러 코너가 있죠. 인터넷서점 첫 화면도 베스트셀러 위주로 꾸며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노출이 많이 되다보니 사람들이 더 많이 사게되는 구조인데요, 많이 팔려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게 아니라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많이 팔린다는 말이 더 정확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출판사가 책을 사재기해서 베스트셀러 순위를 끌어 올린다는 게 핵심이죠?

그렇습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요즘에는 한주에 1000권만 팔아도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든다고 하죠. 500만원만 들이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겁니다. 그만큼 책을 사는 인구가 적다는 이야기도 될 것 같은데요, 아예 사재기를 대행해주는 업체도 있다고 하죠. 출판계가 또 한 번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 조선일보 5월10일자 21면

-이번에 사재기 의혹의 대상이 된 출판사는 좀 억울하기도 하겠어요?

사재기를 한 건 분명 잘못된 일이죠. 그런데 이보다 큰 출판사들 중 상당수가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한 이용자는 "하필 한 출판사 사재기만 집중 부각된 것은 해당 출판사로서는 답답하게 느껴질 만하다."라는 트윗을 남겼네요. "듣기론 이름 알만한 출판사 치고 사재기 안하는 곳 없다고 했다."는 트윗도 있고요.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는 "사재기가 어디 자음과 모음뿐일까? 출간하자마자 종합베스트셀러 10위에 몇권씩 올라가는 출판사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라고 트윗했네요.

이 분은 출판사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분인 것 같은데요, 한 이용자는 "예전에 출판사에서 일했을 때 실제로 보고 들은 일. 진짜...많이 놀라면서도 씁쓸했다."는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우리나라 출판시장에 뭔가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습니다. 출판사들 탓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출판사 사재기 관행. 누굴 탓하랴. 베스트셀러만 허벌나게 팔리는 기형적 출판시장때문인 것을."라는 트윗이 인상적인데요.

중앙일보 양선희 논설위원은 "베스트셀러 선정 자체에 이렇게 많은 편법과 속임수가 있다는 사실이 20여년간 '도서 사재기 논란' 등으로 증명돼 왔지만 여전히 독자들은 베스트셀러만 산다"고 꼬집었네요. 우리 출판시장을 왜곡시키는 근본적 문제가 독자들의 '쏠림 현상'이라는 이야깁니다.

▲ 중앙일보 5월11일자 35면

-마지막으로 언론과 SNS를 달궜던 소식, 전해주시죠.

'통상임금'이라는 말이 지난주에 화제가 됐는데요, 혹시 '통상임금'이 뭔지 아시나요?

-알죠. 야근수당이나 퇴직금 계산할 때 이걸 기준으로 하잖아요?

그렇습니다. 월급 받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명세서에 보면 기본급만 있는 게 아니죠. 오히려 기본급 비중은 4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각종 수당인데요. 법에는 통상임금을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급여'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통상임금은 휴일수당이나 야근수당 등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됩니다. 육아수당이나 퇴직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가 연장근무를 하거나 휴일근무, 야간근무를 할 때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지급받아야 하죠.

-그러니까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금액이 많을수록 휴일근무수당이나 퇴직금도 늘어난다는 거네요?

그렇죠. 그런데 그동안 이 통상임금이 어디까지냐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법원은 그동안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혀왔는데요. 육아수당이나 명절에 받는 상여, 여름 휴가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판결도 나왔습니다. 체력단련비나 장기근속수당 같은 것도 매월 나오는 건 아니지만 해마다 정기적으로 받는 돈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죠.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할지, 법원 판단이 달랐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최근 한 달 차이로 나온 서울행정법원과 인천지방법원의 판결이 엇갈렸는데요. 중앙일보는 "여기서 법원 판단을 가른 기준은 상여금을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했는지 여부"라고 정리했습니다. 상여금이라도 매년 같은 시기에 정기적으로 지급했을 경우 통상임금에 포함되지만, 비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거죠. 지난해 대법원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통상임금 때문에 소송도 많이 있나 봐요?

그렇습니다.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 쌍용자동차, 금호타이어, 한국GM, GS 건설 등 전국에서 100건이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임금 중에서 각종 수당 비중이 높은 직종들이기 때문에 소송이 많다는 분석입니다.

▲ 한겨레 5월10일자 3면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에 통상임금 이야기를 꺼냈다고요?

그렇습니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죠. GM 대니얼 애커슨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애커슨 회장이 "두 가지 문제만 해결되면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엔저'와 '통상임금'을 꼽은 건데요. 박 대통령은 "꼭 풀어나가겠다"고 답했습니다.

-논란이 좀 됐을 것 같은데요? 한국GM도 현재 소송 중이라고 아까 소개해주셨던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한국GM은 1심과 2심에서 패소해 인건비 8140억원을 장기 미지급 비용으로 잡아놓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하필 미국 방문 중에, 그것도 소송 당사자인 GM회장과 대담에서 이를 언급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언론들은 어떻게 보도했나요?

한겨레는 "윤창중보다 더 큰 사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네요. "당사자의 '민원'을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한 박 대통령은 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라는 겁니다. 한국일보는 "사법부 판결을 정부가 뒤집을 수 없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소송 당사자인 GM측에 해결을 시사하는 언급을 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면 경제신문들의 논조는 약간 달랐는데요. 한국경제는 "통상임금 문제는 국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라고 보도했네요.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갑자기 높아지면 신규 고용이 줄어들고 산업시설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깁니다. 매일경제는 "현실적인 해법이 나오려면 노ㆍ사ㆍ정 대타협이 전제돼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실제로 통상임금 범위가 넓어지면 기업들 부담도 크겠어요?

재계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기업에 38조원에 달하는 추가 임금을 떠안기고, 이로 인해 41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거꾸로 하면 노동자들이 받았어야 하는데 못 받았던 돈이 38조원이라는 건데요, "정당한 노동의 댓가"라는 노동계의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SNS에서도 반응이 뜨거웠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한 이용자는 "대통령이 법원의 판결에 반하거나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발언을 하면 안되죠!"라는 트윗을 남겼는데요, 박 대통령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윤창중의 성추문스캔들은 조롱의 대상이지만 박근혜의 통상임금 약속은 직접 삶을 좌우하는 핵폭탄"이라는 트윗도 눈에 띕니다.

한편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은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법원판결 앞둔GM통상임금재판 앞으로 화약고가 될듯합니다."라고 우려하는 트윗을 남겼고, 이재화 변호사는 "외국자본 투자 유치를 위해 노동자의 정당한 임금을 포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네요.

-다른 반응도 소개해주시죠?

한 트위터 이용자는 "정작 미국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건 '글로벌 스탠더드'하면서 이건 왜..."라는 트윗도 눈에 띕니다.

▲ 국민일보 5월10일자 15면

-정부는 그동안 뭐했나, 이런 반응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한 이용자는 "20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 아무 대책도 안 세운 노동부도 참 한심하다"는 트윗을 남겼고요, 다른 이용자는 "노동부가 아니라 기업부로 바꾸는 게 어떻냐"고 비판했습니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노동부가 뒤늦게 '노사정 대화'를 제안하며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한 부분을 지적한 대목입니다.

※위 내용은 tbs(교통방송, 95.1㎒) FM < 이익선의 SNS쇼 > (월~금 20:00~21:00) 수요일 코너 '뉴스 vs 뉴스'에서 방송된 원고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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