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파문>홍보 "모르겠다", 민정 "문제없다"..'무개념' 靑 참모들

신보영기자 2013. 5. 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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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시스템 부재 靑 '황당 대응'

청와대가 '윤창중 파문' 와중에 위기관리 시스템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정적인 진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청와대가 사태 수습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면서 1차적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초기 대응 실패는 핵심 당사자 간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면서 정치적 쟁점으로까지 번졌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늑장보고'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진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 참모들은 국민 정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무개념' 발언을 쏟아내면서 사태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먼저 청와대 위기관리 시스템은 이번 사태 수습 과정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1차적 사실관계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적절한 초기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직속 상사인 이남기 홍보수석부터가 사건 경과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이 수석은 11일 2차 브리핑에서도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전날 이 수석이 귀국을 종용했고 귀국 항공편을 예약했다는 윤 전 대변인의 주장에 대해 "그렇게 말한 기억이 없다", 윤 전 대변인이 귀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며 애매하게 답했다. 이 수석은 10일 1차 브리핑에서도 피해자 상황을 묻는 질문에 "나는 전혀 모른다"고 밝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윤 전 대변인과 현지에서 처음 통화한 전광삼 청와대 선임행정관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윤 전 대변인과 이 수석 간 통화 사실 등 1차적 사실관계에 대해 여러 차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박 대통령에게 26시간이 지나서야 보고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 수석은 11일 '대통령 보고가 왜 늦었냐'는 질문에 "상황 파악이 안 돼서, 그날 바쁘셔서"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변인과 이 수석, 전 선임행정관 등 3자 간 대화만 이뤄지면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청와대 보고 시스템에도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매우 낮았다. 사안의 시급성이나 중대성 등에서 청와대 참모진 판단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셈이다. 실제로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은 12일 윤 전 대변인 귀국 종용설에 대해 "귀국을 지시했다는 건 우리나라 법으로는 우선 기본적으론 아무런 범죄가 안 되며, 미국 법에 의해도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여지가 없다"면서 "사실관계는 저는 잘 모르겠는데 법적인 의미가 없는…"이라고 말했다. 곽 수석은 민정수석실에서 귀국 종용 사실을 확인했느냐는 질문에도 "양쪽 주장이 다 있지 않나. 양쪽 주장을 놓고 아무리 얘기해도 법적인 의미가 없는 걸 저희들이 굳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대변인과 이 수석 간 '진실공방'으로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데도 '나 몰라라'하는 셈이다.

국민 정서에 대한 고려나 정무적 판단 없이 법적 요건만 따지는 기능적 사고를 하면서 청와대 내 '종합적 결정'을 위한 조언이 원천봉쇄돼 있는 셈이기도 하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윤 전 대변인 경질이 결정된 1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도 판단을 할 수 없다. 우리가 그렇게까지 진상 파악할 문제도 아닌 것 같다"는 유사한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무적 판단과 유리된 채 '자기 할일만 하는' 태도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발언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윤 장관은 12일 KBS 1TV에 출연해 '윤창중 사태'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외교적인 문제라기보다 미국 경찰 당국에서 수사를 진행 중인 문제로, 한·미 간에 외교적 파장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윤 장관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외교부가 (한·미 사법 당국) 중간에서 어떤 연락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외교부가 (사건 진상 파악 등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새누리당 측 관계자도 "외통위는 해외순방이 관련이 있고 사고는 관련 없다"면서 "회기 중도 아닌데 우리가 긴급히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외교적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이 됐다"고 밝혔다. 여당인 새누리당 주요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12일 "지역에 가면 모두 박근혜 대통령 방미 성과가 좋았다고 말한다"면서 "수사 결과를 봐야 하는데 언론이 너무 앞서 간다"면서 '언론 탓'부터 했다가 상황이 심각해지자 '문책론'으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 사태를 책임지려는 참모도 없었다. 이 수석 사과로 안 되자 12일에는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나서서 "사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초기 대응 실패에 따라 악화된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허 비서실장이 "저를 포함해 그 누구도 책임질 일이 있다면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사과가 두 차례 연거푸 이뤄지면서 오히려 무게감을 떨어뜨렸다. 처음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면, 지금처럼 초기에 의미를 축소하면서 불필요한 오해나 논란이 증폭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청와대 내에서도 나오는 이유다.

신보영·민병기 기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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