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귀국 행적 둘러싼 의문점 3가지

2013. 5.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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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보고도 않고 귀국? '아내 위독' 허위보고설…확인은 안돼청, 성추행 알았나? 대사관 통해 수행팀에 보고 가능성청, 알고도 귀국 묵인? 성추행 용의자 도피 방조 비난 일듯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벌어진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중도에 급히 귀국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행적을 둘러싸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처리 과정에 석연치 않는 대목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건 발생 이후 대통령과 참모진이 이 사건을 어느 시점에 파악했고, 윤 대변인의 귀국 과정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참모진은 대통령에게 이 사건을 보고한 때가 9일 오전 9시라고 밝혔다. 이는 윤 대변인이 귀국한 8일 오후 1시35분(현지시각)으로부터 20시간 가까이 지난 시점이다. 피해 여성이 워싱턴 경찰에 성추행 사건을 신고하고 호텔로 출동한 시점인 8일 오전 8시나 이남기 홍보수석이 이 사건을 인지한 8일 오전 9시30분에서 꼬박 하루가 지나서야 박 대통령이 이 사건을 보고받았다는 설명이다. 청와대의 얼굴이자 입인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하루 동안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더욱이 미국 국무부로부터 8일 오후 3시께 사건 전말을 통보받은 최영진 미국 주재 대사가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수행팀 핵심 참모들에게 이 내용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참모들이 5시간 동안 같은 항공기 안에 있던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뒤에도 보고하지 않았다. 수행팀 참모들은 국무부의 통보와 한국에 도착한 윤창중 대변인에 대한 민정수석실 조사 결과를 종합해 심각한 사안이라고 결론을 내린 뒤에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밤이 너무 늦었다는 이유였다. 대통령한테 쏟아질 책임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 보고 시점을 실제보다 늦춰서 설명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론의 반대 속에서도 윤창중씨를 대변인으로 발탁하고 고집한 사람은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윤 대변인이 피해 여성의 경찰 신고 사실을 알아챈 뒤 급히 귀국길에 오른 과정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남기 수석은 8일 오전 9시30분 전광삼 국정홍보 선임행정관으로부터 이 사건을 처음 보고받은 뒤 윤 대변인에게 이 사실을 물었다고 밝혔다. 그 직후 윤 대변인은 자신의 직속 상급자인 이 수석이나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전 행정관과 잠깐 상의한 뒤 공항으로 달려가 귀국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대통령이나 이 수석의 동의나 묵인 없이, 윤 대변인이 대통령 공식 일정을 팽개치고 귀국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이 수석의 이런 설명은 윤 대변인의 '도주성' 귀국에 대한 대통령과 참모진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실제 이 수석의 설명과 달리, 수행팀의 다른 핵심 관계자들은 "사건의 성격상 확실한 성추행인지 아닌지 확인이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이 귀국길에 오른 시점에 성추행 의혹의 심각성을 이미 청와대 참모진이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변인이 청와대 참모진과의 협의 없이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귀국을 결정했으리라고 추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사건의 파장이 확대될 것을 우려해 윤 대변인을 일단 귀국시키고 사태 수습에 나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가 사건의 내용을 파악한 상태에서 윤 대변인의 귀국을 종용하거나 암묵적으로 허가했다면 '성추행 용의자'의 도피를 방조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의 몰래 귀국을 방조한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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