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모두 밉다, 자식 군대 보낸 심정 아는가"

2013. 4. 10. 20: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전쟁이 게임도 아닌데…남북 '긴장 고조' 애타는 부모들

"요즘 뉴스 보기 겁난다" "제발 대화로 풀어라"

어머니는 아들의 군복 옷깃을 계속 매만졌다. 전역을 한달 앞둔 '말년 병장'의 가벼워야 할 휴가 복귀 발걸음을 어머니는 놓아줄 수 없었다. '북한이 곧 미사일을 쏠 것'이라는 아침뉴스에, 부부는 혼자 가겠다는 아들을 쫓아 터미널까지 나섰다. 아버지는 아들을 꼭 끌어안고 나서야 버스에 태웠다. 2년 전 훈련소 입소 때처럼.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이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절실하다. 10일 서울 구의동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난 김아무개(51)씨 부부도 그랬다. 제대 전 마지막 휴가를 마치고 강원도 속초의 부대로 복귀하는 아들을 배웅하러 가게를 닫고 나왔다고 했다.

"하필 제대를 한달 앞두고 남북관계가 악화돼 걱정입니다. 몸 건강히 돌아만 온다면 바랄 게 없겠는데…." 김씨는 "전쟁이 무슨 게임도 아니고, 양쪽 정치 지도자들이 긴장만 고조시키는 게 마치 195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아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를 사먹였다. 오늘따라 배웅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들을 갓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했다. 경상북도에 사는 최아무개(54)씨의 아들은 지난 1월 경기도 의정부 306보충대에 입소했다. "스물입곱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간"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는 애가 끓었다. "남북관계가 좀 안정이 됐으면 좋겠어요. 박근혜 대통령은 예전에 김정일도 만나고 했잖아요. 대화로 이런 관계를 풀어나가야죠." 최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집 아들들처럼 20대 초반에 보낼 걸 그랬다"고 말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아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린다고 했다. "엄마 걱정할까봐 자주 전화가 와요. '평소와 다르지 않다'고 절 안심시키죠. 그동안 일하느라 피곤해서 못 나갔던 새벽기도를 내일부터 다시 나가볼까 해요."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성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성들의 인터넷 모임인 '고무신카페'(cafe.naver.com/komusincafe)에는 걱정어린 글들이 줄줄이 올라있다. "곰신(고무신)들은 진돗개 뜰 때마다 가슴을 졸여요. 진짜 전쟁 나는 건 아니겠죠." "요즘 들어 우리나라가 종전국이 아님을 새삼 느낍니다. 남자친구 격려해주느라 정작 우리 불안한 마음 내비치기도 힘들고 그러신가요?" 이들이 서로 위로하는 마음은 더욱 애절하다. "우리까지 흔들리면 홀로 떨어져 있는 남자친구들은 더 힘들 거예요."

근심이 분노로 커지는 이들도 많다. 아들이 군 복무 중인 정아무개(52)씨 같은 경우다. "늘 통일이니 민족이니 말하는 북한 정권이 왜 항상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남한 정부도 마찬가지에요. 부부싸움을 해도 한 쪽이 져주면 쉽게 해결되는데, 강경 일변도인 북한과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또다른 주부 정아무개(56)씨는 "북한에도 우리 정부에도 화가 난다"고 했다. "높으신 분들이야 본인이나 자식들 군대 안 보낸 사람들이 많으니 상관없을지 몰라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 군대 보낸 나같은 사람의 두려움은 설명할 수가 없어요. 대화로 해결해야만 해요."

박현철 허재현 이유진 기자 fkcool@hani.co.kr

'평화 제로' 한반도, 북한 도발의 끝은? [한겨레캐스트 #73]

< 한겨레 인기기사 >■ 장애 딛고 이룬 편의점주 꿈 빚더미에 끝내 쓰러지다초등학생 성폭행 후 살해 암매장 한 10대추신수, 또 맞았다…'몸에 맞는 볼' 5개째사내연애는 '종합예술'이다'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폐기…자사고 줄듯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