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정원장 "제주 4·3은 무장폭동" 매도

2013. 4. 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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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ROTC 대상 강연자료서 '북이 지령했다' 주장"박정희 전 대통령, 민주화의 일등공신" 발언도

남재준 신임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몇년간 군인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제주4·3항쟁을 '북의 지령으로 일으킨 무장폭동'이라고 매도하거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민주화의 일등공신'이라고 치켜세우는 발언 등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강연에서 좌파 척결을 주장하는 등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장의 시각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김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3일 남재준 원장이 국정원장 취임 이전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군인과 학군사관후보생(ROTC)을 대상으로 한 '북한의 대남전복전략 실체와 우리의 자세'란 제목의 강연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서, 남 원장은 미군정과 남한 군인들에 의해 무고한 주민들이 학살당한 제주4·3에 대해 "북의 지령으로 일으킨 무장폭동 내지는 반란"이라고 규정했다. 또 "북한은 가용한 모든 요소를 총동원해 무장봉기를 일으켰는데, 대표적인 것이 1948년 남한 단독총선을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일으킨 제주4·3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남 원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4·3을 무장폭동이라 강연해온 데 대해 김현 의원이 문제를 삼자, "남로당 제주지부 총책 김달삼 등을 얘기한 것이지, 그 사건에 연루된 민간인 희생자를 폭도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첫 국정원장이 된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미화에 가까운 평가를 쏟아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관점에서 보면 박정희 대통령이 독재를 했다고 인정한다 해도, 17년간의 군사독재를 통해 굶주림에 죽어가던 민족을 밥 굶는 가난에서 해소시킨 독재자였다"고 했다. 그는 더 나아가 "남한 내의 일부 편향된 시각을 가진 이들은 입만 열면 민주화를 훈장처럼 외쳐대면서 마치 그들의 피나는 투쟁만으로 오늘의 민주화가 이룩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지구상에서 밥 굶어 죽는 가난한 나라가 민주화를 이룩한 예는 없다"며 "박정희 대통령이야말로 살신성인을 통하여 우리나라를 민주화시킨 일등공신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유신체제에서 사형당한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의 희생자들에 대한 무죄판결, 1975년 숨진 장준하 선생이 타살됐다는 민간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남 원장은 "역사상 사람을 죽이지 않은 독재자는 없는데, 박 대통령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강연자료에서 밝히기도 했다. 또 남 원장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을 지칭하며 강연자료에 "80년대에 결성된 전교조를 비롯한, 사회 일각의 편향된 시각을 가진 이들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학생들을 좌편향적으로 의식화했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다시는 이 땅에 좌파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그 토양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이들을 뿌리째 뽑아야 한다"는 소신도 내비쳤다.

김현 의원은 "4·3과 관련해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 차원의 잘못을 사과하기도 했다. 남 원장의 강연자료를 보면, 박근혜 정부를 수호하려고 국가권력을 통한 인권탄압을 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남 원장의 강연 내용에 대해 국정원 쪽은 "남재준 원장은 청문회에서도 전교조 등 단체에 좌파세력이 침투한 것을 지적한 것이지, 단체 자체를 좌파로 지칭한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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