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만에 7명째 낙마..노무현 땐 5년에 7명

입력 2013. 3. 25. 15:00 수정 2013. 3. 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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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권 취임한달]귀머거리 인사에 소통거부, 일방주의…새누리도 "자고나면 사퇴하냐"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박근혜 정부가 취임 한 달 만에 정권이 제대로 유지되기 힘들 정도의 최악의 참사가 봇물터지듯 폭발하고 있다. 고집스런 밀실인사로 역대 최다 낙마자를 기록한 인선 문제를 비롯해, 안팎에서 제기된 소통의 요구조차 묵살하면서 지지율 역시 정권출범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또한 국민을 상대로도 정부조직법 개정안 관철을 위해 주먹을 불끈 쥔 표독스런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이미지에서도 거부감을 낳았다. 올 초부터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에서의 가스폭발 사고도 7건이나 터져 정권교체기간에 집중됐다. 박근혜표 국정 추진에 탄력을 받아야할 정권초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자칫 민심이반 현상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김앤장 변호사 출신으로 전격 발탁된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4일, 내정된 지 열하루만에 사의표명했다. 이화여대 교수인 한 후보자는 대기업을 대변하면서 거액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김앤장 및 율촌 등 대형 로펌 출신으로서 박근혜정부 경제민주화의 첨병 역할을 해야할 공정위원장에 부적격이라는 비판과 함께 그의 재산조성 과정에 집중적인 추궁을 받아왔다. 보유재산만 104억 원을 신고했던 한 후보자는 해외에 비자금 계좌를 운영하면서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에 부닥치면서 끝내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출범 한 달 만에 정무직 차관급 이상 낙마자가 7명 째에 달한다. 김용준 총리후보,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에 이어 한만수 공정위원장 후보까지 줄사퇴가 이어졌다. 또한 대통령직 인수위원과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 5명을 포함하면 13명에 달한다(최대석 인수위원, 변환철 청와대 법무비서관 내정자, 이종원 홍보기획비서관 내정자, 김귀찬 사회안전비서관 내정자, 조응천 민정비서관 내정자, 김원종 보건복지비서관 내정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자. SBS 뉴스에서 캡쳐.

사퇴한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연합뉴스

이 같은 줄낙마 규모는 과거 정권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며 그 수만으로는 역대 최다에 달한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땐 2008년 2월 개각 이후 남주홍 통일, 박은경 환경,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와, 이듬해인 2009년 7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위장전입과 스폰서), 2010년 8월엔 김태호 총리후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위장취업 등),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가 각각 자진사퇴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2003년 9월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인수위 참여 문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헌재소장 취임 위해 재판관직 사임 문제), 이기준 교육부총리(판공비 과다사용, 장남 증여세 포탈), 이헌재 경제부총리(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 김병준 교육부총리(논문표절, 자기표절) 등 5년 동안 7명이 낙마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정권 말 장상 총리후보(위장전입, 장남 병역기피의혹)와 장대환 총리후보(위장전입, 세금탈루 의혹) 등이 국회 본회의 임명동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와 비교해 볼 때 박근혜 정부 출범 한 달간 낙마자는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 내내 사퇴한 공직후보자의 총원을 상회하는 규모이다.

이밖에도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언론사와 청와대, 정치권을 수차례 오가 '해도 너무한' 폴리널리스트라는 평을 받았던 윤창중 대변인을 청와대 대변인으로 영전시켰다. 인수위 대변인 시절 윤 대변인은 밀봉, 불통 브리핑으로 기자들의 원성을 사면서 박 대통령의 '불통' 근성을 보여준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았다.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반대한 민주통합당을 향해선 대국민 담화를 자청해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며 주먹을 불끈쥔채 발표를 진행, 이를 지켜본 많은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샀다.

사퇴한 김학의 법무부장관 후보자©연합뉴스

이에 따라 역대 정권 가운데 정권 출범이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최악의 국정지지도를 얻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2일 발표한 국정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은 '잘하고 있다'는 응답을 44% 밖에 얻지 못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19%) 보다는 높지만 취임 초 국정지지도가 과반도 안되는 경우는 사상초유의 일이다.

역대 대통령 임기 1년차 1분기와 비교하면, 44% 지지도는 최저 수준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71%, 김대중 대통령은 71%, 노무현 대통령은 60%, 이명박 대통령은 52%였다. 이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은 이후 40%(2분기), 29%(3분기), 22%(4분기)로 추락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실패에 따른 대대적인 촛불시위로 인해 21%(2분기), 24%(3분기), 32%(4분기)로 떨어졌었다. 자칫 박 대통령이 이 같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무관하게 대형 단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발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올 초부터 경북상주 산단의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에서 발생한 염산누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의 불산가스누출, 경북구미 산단 LG실트론에서의 불산누출, 구미케미칼 염소가스누출, 한국광유 옥외 저장탱크 폭발사고, 여수 산업단지 내 대림에서의 대형 폭발사고, 최근 포항 남구 포항제철소 내 제1파이넥스 공장에서 폭발사고까지 무려 7건의 대형 폭발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은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산업단지가 이제는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불안한 화약고가 돼 현장의 노동자 뿐 아니라 국민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안전을 강조하며 부처 명칭까지 '안전행정부'로 바꾼 박근혜 정부가 일제점검의 형태로 과연 20~30년 동안 노후된 산업단지 문제를 제대로 발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이 정도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수습해야 한다"며 "인사 참사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실패한 청와대 인사라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비대위원은 "국민들은 이제 이 수첩인사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혹평했다.

이 같은 우려는 새누리당의 공식입장으로 나오기도 했다.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직 내정자 스스로 결함이 많다면 공직제안을 수용하지 말았어야한다"며 "결함을 결함으로 인정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법과 윤리에 둔감한 사람이라면 고위공직을 감당할 자질이나 능력이 없다고 하는 귀중한 경험과 선례가 되길 희망한다"고 박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고위 공직 후보자나 고위 공직자가 도덕적인 문제로 줄지어 사퇴했다는 소식을 접하는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새 정부에 대해선 많이 실망했을 것"이라며 "자고 일어나면 사퇴하는 이들이 줄줄이 늘어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여당으로선 당혹감과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도대체 인사 검증을 어떻게 했기에 이런 일이 잇따라 발생하는 것인지 청와대는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청와대는 이번 줄사퇴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철저히 점검해서 부실검증의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문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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