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朴 당선인, 경호실은 아버지의 유산?

남승모 기자 2013. 2. 1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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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 경호처를 장관급 경호실로 격상시킨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나 50만 육군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전직 육군 참모총장을 경호실장에 내정하면서 박 당선인이 지나치게 경호실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미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실세 경호실장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 '육군을 대표하는 참모 총장 출신을 자신의 경호 책임자에 데려다 쓰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등등의 비판이 제기됐고 일부 보수 언론들도 1963년 청와대 경호실 창설 이래 군 출신 실장은 대부분 소장이나 중장 출신이었다며 박 당선인의 경호실 중시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의 경호 중시가 자신의 개인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박 당선인의 아버지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 모두 일종의 경호 실패로 목숨을 잃었고 본인도 유세 도중 면도칼로 얼굴에 테러를 당한 적이 있는 만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 아니냐는 얘기다.

◈ 대통령 경호, 경찰에서 경호실로

박근혜 당선인이 청와대 생활을 시작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해 뒤인 지난 1964년, 박 당선인의 나이 12살 때였다. 어려서부터 십수년을 함께 지낸 만큼 박 당선인에게 경호실 사람들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사적 관계 말고도 인연은 또 있다.

사실 청와대 경호실이 처음부터 지금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지금 형태의 청와대 경호실을 처음 만든 것은 박 당선인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1963년 제3공화국 대통령에 취임한 뒤 같은 해 12월 14일 법률 제1507호로 대통령경호실법을 제정해 청와대 경호실을 창설했다. 초대 실장은 군 출신인 홍종철 국가재건최고회의 문교사회위원장이 맡았다.

그전까지 대통령 경호는 경찰의 몫이었다. 지난 1949년 2월 대통령령 제59호로 구왕궁을 관할하던 창덕궁경찰서를 폐지하고 경무대경찰서를 신설했는데 이 경무대경찰서가 경호실의 시초였다. 당시는 경무대경찰서장이 대통령 경호 책임자였으며 경무계와 사찰계, 경비계 등으로 구성됐었다.

따라서 박근혜 당선인에게 청와대 경호실은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 중 하나인 셈이다.

◈ 대통령 경호실, 정치적 잡음 없애려면?

경호(처)실을 둘러싼 이런 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경호가 국가적으로 중요 업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따라서 경호 능력은 향상시키되 경호(처)실을 둘러싼 불필요한 정치적 잡음은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적 논란에서 가장 큰 부분은 역시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은 경호실의 전횡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경호실의 폐해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 모두 쿠데타로 집권해 정통성에 문제가 있었고 그만큼 경호에 대한 수요도 높았다. 북한과의 특수관계도 경호실의 중요성을 강화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민간 출신 경호실장이 임명되는 등 경호실의 전횡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미국이나 영국, 독일, 프랑스 등과 달리 대통령 직속으로 운영되는 독립 조직의 특성상 독직의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전직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도 대통령의 일정이나 모든 행사에 최종 결정권을 갖는 곳은 경호처라며 경호상의 이유를 내세우면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실장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 본관으로 이동할 때마다 일일이 보안 검색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당연한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대통령실장도 믿을 수 없다면 경호처 직원은 어떻게 믿나?'라는 반론도 생각할 수 있다.)

◈ 대통령 경호실 소속 변경 검토

따라서 경호(처)실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직 자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먼저 경호 업무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다.

집권의 정당성이 없었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대통령들은 자신의 경호는 물론 정권 유지 차원에서 군과 경찰까지 모두 통제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의 강력한 경호실이 필요했다. 하지만 민주화된 지금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직속 조직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실제로 상당수 선진국들은 치안 담당 부처에서 대통령 경호를 맡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경호능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의 경우 국토안보부 소속이다. 또 영국의 여왕 경호기관은 내무부 산하 수도경찰청 소속이며 독일도 연방범죄수사국 경호안전과에서 대통령 경호를 담당한다. 프랑스는 경찰청 경호국이 대통령 경호를 맡는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호(처)실의 수장이 바뀌는 현 시스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야 믿을 수 있는 자기 사람을 심는 것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불필요한 잡음만 낳을 수 있다. 미국처럼 정권에 관계없이 경호 전문가가 관련 조직을 맡아 운영하는 것이 휠씬 효율적일 수 있다.

◈ 대통령 경호실 직원 신분 등 인사 문제

경호(처)실의 소속 문제와 연계해 경호(처)실 직원들의 인사 문제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경호(처)실 직원들은 지난 1999년 신분 보장이 안되는 별정직 공무원에서 신분 보장이 되는 특정직 공무원으로 전환됐다. 경호 업무의 특성상 생명을 걸고 임해야 하는데 직업 안정성이 떨어져선 곤란한 게 사실이다. (참고 : 경호처 직원 전원이 특정직 공무원은 아니다.)

문제는 효율적 인력 운용이다. 현재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은 체력을 요하는 경호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정년 조항을 두고 있다. 먼저 연령 정년은 5급 이상이 55세, 6급 이하는 50세다. 또 경찰이나 군인처럼 계급 정년도 있어서 기한 내 승진을 못할 경우 퇴직해야 한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특정직 공무원으로 전환되면서 적정 인원을 활용하는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호 업무를 치안 부서가 맡는 외국의 경우 적정 연령대 인력을 순환 배치해 활용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속의 별도 조직이다 보니 이런 인사 순환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경호 인력 문제는 경호 능력과도 직결되는 만큼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 (사람 더 뽑으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접근은 배제하기로 한다.)

◈ 경호실, 정치 외풍 없는 조건 만들어야

앞서 몇 가지 경호(처)실에 대한 현실적 문제들을 점검해봤지만 이게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호 책임자 인선이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정상은 아니다. 이는 대통령 본인에게는 물론 경호(처)실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기왕 경호(처)실장 인사를 계기로 문제가 제기된 만큼 이번 기회에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고 경호 능력을 향상시키며 비리 발생 소지도 차단할 수 있는 경호(처)실의 조직과 제도 개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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