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정국전망 “박근혜가 MB 손볼 가능성은…”

한겨레

[한겨레]박, 지지율 회복하려면 복지 등 '정치적 우군' 확보가 관건


성한용의 설 이후 정국전망

박근혜 당선인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약속하고 당선됐다
공약을 지키려면
재벌·관료·새누리당·조중동
기득권 세력과 충돌 불가피


큰 선거가 지나가면 정치 뉴스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진다. 특히 '진 쪽'을 찍었던 유권자들은 정치 뉴스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 선거 직전 <인터넷 한겨레>의 정치 기사는 1일 조회수 10만건을 넘는 것이 수두룩했다. '국정원 최고 엘리트 70여명 댓글알바하고 있다' 기사는 100만건에 육박했다. 대선 뒤 50일이 지난 지금은 조회수 10만건을 넘는 정치 기사가 드물다.

이번 설 연휴 대화의 화제는 선거나 정치보다는 '먹고사는 문제'가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선거와 정치는 민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선거는 민생을 해결해 줄 정치인들을 선출하는 과정이다. 정치를 혐오하고 외면하면 정치는 반드시 보복한다. 선거 이후에도 정치에 대해 관심줄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 몇 사람의 도움을 받아 2013년 상반기 정국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전망해 보았다.

올 상반기 정치의 주역은 단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다. 그는 이달 25일 국회의사당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하고 18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전 당선인 시절 국민과 언론의 축복과 기대를 한 몸에 모으는 '꽃가루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은 지금 고전중이다.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51.6%)을 겨우 넘어서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뉴스 중심인물 될 가능성
박 당선인이 의도적으로
손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검찰이 살아남기 위해
뭔가 할 가능성 높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첫째, 초반 인사의 실패 때문이다. 20대 청와대 퍼스트레이디 시절 익히고 당대표 시절 몸에 밴 독선적 리더십이 화근이었다. 참모들의 조언이나 공론화 과정을 생략하고 극도의 보안 속에 밀어붙이는 인사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인사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25일 취임에 맞춰 모양 좋게 새 정부를 출범시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앞으로 청와대 비서실과 장관직 인선에서 얼마나 많은 제2의 윤창중, 이동흡, 김용준이 나타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둘째, 언론 환경이 상대적으로 악화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 보수 성향 신문사들의 강력한 비호를 받았다. 종편 때문이다. 우리는 언론을 다룰 당근과 채찍은 고사하고 언론사주 및 언론인들과의 대화 창구도 확보하지 못했다. 언론의 적대적인 보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권력 쪽에서 바라본 시각이긴 하지만 일리가 있다.

셋째,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둘러싸고 기득권 세력과의 갈등이 초반 힘겨루기 양상으로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약속하고 당선됐다. 약속을 지키려면 재벌을 규제해야 한다. 또 재원 마련을 위해 비과세·감면 축소나 증세를 검토해야 한다. 기득권 세력과의 이해 충돌이 불가피한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박근혜 당선인을 잘 아는 인사는 대선 직후 이런 말을 했다.

"양극화 심화에 분노한 국민들이 박근혜를 선택한 것은 그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신뢰를 결코 배반할 수 없다. 박근혜는 무리한 공약이라도 다 지키려고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재벌, 관료, 새누리당, 조중동의 저항에 부닥칠 수 있다. 이런 국면이 오면 국민들이 박근혜를 지켜줘야 한다."

기득권 세력의 목소리는 주로 언론을 통해 나타난다. 그리고 언론의 비판은 인사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3가지 원인 사이에 일부 연관성이 있는 셈이다.

최근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등 진보 성향 인사들이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및 복지 공약에 호의적 시선을 보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기득권 세력에 '포획'되어 자본 쪽으로 끌려갈 수 있는 박근혜 당선인을 복지 쪽으로 '견인'해내야, 다수 국민의 삶이 개선될 수 있다는 공감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이 여야 공통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고, 진보정의당이 경제민주화 실천을 위한 사회연대협의회 설치를 제안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박근혜 정부' 5년의 성패는 이처럼 미묘한 초반의 대치 국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권 인사들의 전망은 엇갈리게 나왔다.

"초반 지지율이 낮은 것이 오히려 약이 될 것이다. 초반 인사가 문제였는데 더욱더 신중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장관 임명이 다소 늦어져도 국민들은 아무 피해가 없다. 우리는 언론이나 재벌에 빚진 것이 없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약속을 지켜나가면 결국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로켓으로 치면 1단부터 힘이 떨어졌다. 한마디로 성공하기 어렵다. 재벌과 기득권 세력 쪽으로 머지않아 넘어갈 것이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환관형 측근들뿐이다. 박근혜 프로젝트를 밀고 갈 수 있는 역량있는 인물군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낙관과 비관 사이에도 공통점이 있다. '사람'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앞으로 장관 및 청와대 비서실 인사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이행할 사람들을 제대로 포진시키면 성공하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비서 수준을 뛰어넘는 '정치적 동지'들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할 수 있을까?

아직은 실감할 수 없지만, 이명박 대통령도 뉴스의 중심인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퇴임 이후의 전직 대통령들이 언제나 그랬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형사소추를 받지 않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하지만 퇴임하면 시효가 다시 진행된다. 결과적으로 공소시효가 연장되는 효과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도 '비비케이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더구나 재임기간 동안 내곡동 사저, 총리실 민간인 사찰, 국정원의 대선 개입 등 여러가지 의혹을 추가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의도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손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여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검찰 변수가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검찰이 박근혜 정부에서 살아남기 위해 뭔가를 할 가능성이 높다. 최시중, 천신일 등 측근들에 대한 무리한 임기말 사면으로 여론이 악화되어 있는 것도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떠난 뒤 새누리당은 어떻게 될까? 황우여 대표 등 현 새누리당 지도부의 임기는 지방선거 직전인 2014년 5월까지지만, 임기를 다 채울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새누리당이 집권 여당으로서 정치적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비관적이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당에는 박근혜라는 정치적 거물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협조와 견제가 가능했다. 지금은 그런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새누리당 사람들은 정부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절실하다. 여러가지 이유로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김무성 전 선거대책본부장이 올 4월이나 10월 재보궐선거에서 국회 복귀에 성공하면 당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 전락 가능성
야당의 사정은 암담하다
4월과 10월 재보선
안철수와 관계 설정 등
수많은 암초 기다리고 있어


김문수 경기지사, 남경필 의원, 원희룡 전 의원 등 이른바 차기 대선 예비주자들은 당분간 존재감을 보이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통령 취임 첫해라 활동 공간이 없는데다, 정치적 비중이 워낙 떨어져 있는 탓이다.

야당의 사정은 암담하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 수준의 혁신'을 다짐했지만, 반성은 없고 벌써부터 당권 싸움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위원장 김성곤 의원)는 3월 말~4월 초에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지도부를 선출하되 새 지도부가 2014년 지방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결정했다.

차기 대표는 비주류의 김한길 의원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있다. 이른바 '친노 성향' 주류는 후보를 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부겸 전 선대위원장 등 다른 사람이 도전에 나설 경우 주류의 지지가 쏠리면서 사실상 주류와 비주류의 대결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

민주당에 새 지도부가 들어선 뒤에도 야권의 앞날은 당분간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4월과 10월 재보선, 안철수 전 대선 후보와의 관계 설정 등 수많은 암초가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패배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바닥을 치려면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야당 위기의 본질이 과연 무엇일까? 당분간은 그 해답을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성한용 선임기자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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