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대석,朴도 모르게 北 비밀접촉 주선"

중앙일보

여권의 고위 인사 A씨가 대선 직후인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측 인사와 비공개 접촉을 가진 정황이 포착됐다. 대북 핵심 소식통은 17일 "지난해 12월 25일부터 27일까지 박근혜 당선인 측근 인사가 베이징의 웨스틴호텔에 머물며 북측 실무 관계자와 만났다"면서 "그러나 당초 만나기로 했던 고위급 인사와의 접촉은 불발됐다"고 전했다. 고위급 인사와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것과 관련, 소식통은 "북한 측이 '박 당선인의 진의를 담보할 수 있는 친서를 가져와야 한다'고 요구했고,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는 말에 '그렇다면 6개월 뒤에나 보자'며 되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베이징 접촉은 서울의 모 연구기관 소속 대북경협 전문가가 다리를 놨으며 베이징에도 함께 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북한과의 접촉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을 설명하고 북한의 협력을 촉구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것이란 취지를 주변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로켓 발사에 이은 핵실험 등으로 당선인을 시험하려 들지 말라"는 메시지도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또 "당초 북측은 박 당선인 측과의 접촉을 위해 부부장(차관)급 인사를 베이징에 보내기로 했었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 비밀접촉에 참여했던 북한 국방위는 이번에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국방위는 지난 2011년 6월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등과의 비밀접촉 사실을 일방적으로 폭로하며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당초 북측이 보내려 했던 고위급 인사는 대남기구인 통전부(부장 김양건) 소속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대통령직인수위 주변에선 북한 측 인사와의 접촉 시도가 인수위 외교·국방·통일 분과 최대석 전 위원의 사퇴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이번 비공개 접촉을 서울에서 총괄한 인물이 최대석 전 위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위원과 A씨가 통일부와 국정원에 알리지 않은 채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며 이런 정황을 국정원이 포착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북 접촉 시도가 박 당선인에게도 사전 보고되지 않은 채 추진되면서 관련 사실을 보고받은 당선인 측이 최 전 위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을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최 전 위원과 중국 방문을 상의한 적이 없다"고 관련설을 부인했다.

이와 관련, 대북지원 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공동대표를 맡아 대북 온건파로 분류돼온 최 전 위원을 견제하기 위해 국정원이 부적절한 대북 접촉 등을 담은 파일을 당선인 측에 건넸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 전 위원의 사의 표명은 국정원의 업무보고가 있었던 지난 12일 오후 5시쯤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오전의 국정원 업무보고에선 최 전 위원과 국정원 측이 언쟁을 벌였다는 얘기가 참석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업무보고 때 최 전 위원이 대북정보 라인의 정비 문제를 놓고 국정원 측 고위 인사와 목소리를 높이며 언쟁을 벌였다"며 "얌전한 성품인 최 전 위원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국정원을 몰아세워 참석자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전 위원은 국정원 업무보고 직후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장을 지낸 박순성 동국대 교수와 점심을 함께 했고, 오후 3시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원광대 총장과 만났다. 인수위 주변에선 최 전 위원의 부적절한 대북 비밀접촉과 잇따른 진보 성향 인사들과의 만남이 알려지면서 박 당선인이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영종 기자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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