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날 정상 근무, 투표 막는 병원·백화점.. 워크숍·야유회 가는 곳도

이영경·박순봉 기자 2012. 12. 1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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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9개 지점을 둔 튼튼병원은 오는 19일 대통령 선거날에 정상 근무를 한다. 병원 측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상 진료를 한다고 공지했다. 병원은 그러나 직원들이 별도로 투표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800여명의 직원들은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힘든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이 각기 다른 만큼 각자 조금 일찍 나와 투표하면 된다"고 말했다.

19일 대선일에 정상 근무를 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의 투표권을 침해하는 기업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가 참여한 '투표권보장 공동행동' 신고센터에는 13일 현재 60여건의 투표권 침해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가 접수된 사업체는 병원, 백화점, 일반 기업 등 다양하다. 대부분 정상 근무를 실시해 투표하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경기 성남의 ㄱ병원은 투표날 오전 10시 진료를 시작해 저녁 6시까지 일한다. 직원 ㄴ씨는 "이번주 초까지도 근무 여부를 알려주지 않다가 뒤늦게 출근시간만 평소보다 30분 늦춰 진료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진료시간보다 30분 일찍 나와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집이 먼 직원들은 투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병원 직원은 140여명이다.

투표권보장국민행동 회원들과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병원 노동자들의 투표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투표권보장 공동행동의 우문숙 공동상황실장은 "병원 노동자들은 2교대나 3교대로 일하고 간병인은 24시간 근무하는 일도 많아 투표를 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며 "노동조합이 없거나 작은 개인병원의 경우 정상 근무를 실시해 투표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에 신고가 접수된 병원만 7곳이다.

투표날 회사 차원의 워크숍을 열거나 부서 야유회를 떠나는 기업들도 있다. 서울 강남의 직원 70명 규모의 아동복 업체 ㄷ사는 19~20일 회사 차원의 워크숍을 떠나기로 계획하고 있다. 제보자 ㄹ씨는 "선거날 오전 11시 워크숍을 떠난다고 했는데 최종 일정은 선거 직전에 나온다고 했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식적인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중 대형 은행의 한 부서는 18~19일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 스키장으로 부서 야유회를 떠날 예정이다. 제보자 ㅁ씨는 "점심을 먹고 해산해 각자 집에 가서 투표하라는 얘기인데 강원도에서 차라도 막히면 투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은행은 경향신문이 사실확인을 하자 야유회를 취소했다. 투표권보장 공동행동은 투표권 침해 사례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구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투표권 보장을 위해 '근로자 투표권 행사 보장 지원반'을 만들어 17~19일 집중 운영키로 했다. 지원반에서 유선 신고를 접수하고, 신고된 기업에 대해서는 투표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신고 사업장에 대한 지도조치에도 불구하고 투표권 보장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후에 확인되는 경우 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은 투표권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2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이영경·박순봉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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