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가장 관심 끄는 숫자는>

연합뉴스

재정절벽 타협안으로 나온 `부자증세 37%'

오바마ㆍ민주 39.6% vs 공화 35%의 중간선

(서울=연합뉴스)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ㆍ세금 인상과 정부지출 삭감에 의한 경기 급강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숫자 하나가 있다.

그건 `37'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고소득층에 대한 최고 소득세율 37%'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연방적자 감축을 위해선 신규 세수(稅收) 확보가 불가피하다며 부부합산 연소득 25만달러(개인은 2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부유층)에 대한 소득세율 한도를 현행 35%에서 39.6%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하원을 장악한 야당 공화당은 부유층 증세시 투자 심리가 위축돼 일자리 창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부유층 세금 혜택 축소 등 `탈세 구멍'을 틀어막아 세수를 확보하고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사회보장성 지출을 줄이자고 맞서고 있다.

어느 한 쪽이 굽히지 않는 한 10여일 남은 재정절벽 협상은 결렬이 뻔하다.

이런 가운데 협상의 성패를 쥔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의 움직임이 시선을 끈다.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하원의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만나 재정절벽(위기) 타개책을 논의했다. 지난달 16일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ㆍ공화 양당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이후 23일 만에 처음으로 양자가 얼굴을 맞댄 것이다.

양측 대변인은 "상세한 대화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대화의 통로는 열려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입장차가 있지만 접점을 찾으려고 계속 노력 중이므로 `결렬' 선언 단계는 아니라는 것으로 읽힌다.

베이너 의장이 백악관에 민주ㆍ공화당 상원 지도부와 펠로시 원내대표를 협상 채널에서 제외하라고 요청해 오바마와 베이너가 최종 타협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리처드 더빈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지금 이것(타협안)을 만드는 사람은 대통령과 하원의장"이라고 단언했다. 백악관과 하원의장 참모들은 상호합의에 따라 협상 진행 상황에 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와 베이너가 지난 5일 전화통화를 한 다음 날 양측 참모들이 접촉했으며 9일 두 사람이 직접 대면한 것으로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부자 증세와 사회보장성 예산 삭감을 놓고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오바마와 베이너 회동은 재정절벽 협상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간다.

오바마와 민주당은 `세금 싸움'에서 승리하기를 바라고, 공화당은 사회보장성 지출 삭감에서 이기기를 원한다.

우선 공화당은 부자 증세를 어느 정도 양보하되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 보장), 소셜시큐리티(사회복지) 등 사회보장성 지출을 줄여 `작은 정부' `균형 예산'을 달성할 수 있다면 `승리'로 볼 수 있다.

공화당이 지난 11ㆍ6 대통령선거에서 패해 오바마의 최대 업적 중 하나인 건강보험개혁법(전 국민 의료보험 가입 의무화) 폐지가 어렵게 된 만큼 메디케어의 수혜 연령 상향조정(현행 65세→67세)과 부유층 보험료 인상 등이라도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ㆍ민주당의 경우 어차피 정부지출을 줄이려면 사회보장성 예산 축소를 피하기 어려운 만큼 불요불급한 검진과 과다 약 처방의 방지 등 적정 수준에서 손질하고 부자 증세를 실현하면 세수 증대와 예산 절감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부유층 소득세율이다.

오는 31일까지 의회가 감세 조치를 연장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부터 소득 과세등급이 조지 W 부시 전임 행정부 시절 만들어진 현행 6개(10, 15, 25, 28, 33, 35%)에서 5개(15, 28, 31, 36, 39.6%)로 줄어 최고 세율은 35%→39.6%로, 최저 세율은 10%→15%로 인상되고 나머지는 △25%→28% △28%→31% △31%→36%가 된다.

오바마ㆍ민주당과 공화당은 가구당 25만달러 미만의 중산층에 대해선 기존 감세 조치를 유지하는 데 이견이 없다.

따라서 25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을 얼마로 할 것인지가 재정절벽 협상의 타결 여부를 좌우하게 된다.

지금까지 미 주요 언론매체가 보도한 것을 취합하면 부유층 최고 소득세율은 35%와 39.6% 사이에서 절충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베이너 의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공화당이 부유층 최고 세율을 37%로 하는 데 동의할 것인지를 묻는 물음에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 내놓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고 말해 종전보다 유연한 자세를 나타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같은 날 기자들에게 37%의 최고 세율로 세수가 충분할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문제는) 세율이 아니다. 적자를 줄이고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돈(세수)에 관한 것"이라고 밝혀 부자 증세율에서 타협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펠로시 원내대표를 만나 재정절벽 해법을 조율했는데 협상이 오바마-베이너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당 안팎의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백악관 역시 빌 클린턴 전임 행정부 시절 세율인 39.6%를 선호하고 있으나 37%를 아주 배제한 것은 아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전체 미국인의 2%에 불과한 최고 소득계층에 대한 세율이 인상돼야 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절충할 부분을 남겨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이트너 장관이 소득 최상위 2%의 증세가 없는 한 합의는 없지만 35%와 39.6% 사이에서는 타협 가능성이 있음을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공화당이 부자 증세만 수용하면 합의할 생각이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말해왔지 최고 세율 39.6%를 강조하진 않고 있다.

실용주의적 중재자로 평가받는 밥 코커 연방 상원의원(공화)은 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부유층 증세에 동의하면 민주당과의 사회보장성 지출 삭감 협상 등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37% 타협에 대해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는 `부자 증세와 중산층 감세' 공약을 실천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고, 공화당은 부자 세율을 최소화하면서 정부지출을 대폭 삭감했다는 주장을 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coo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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