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제2 남순강화'…어디에 초점 맞출까>

연합뉴스

부국ㆍ부민 키워드로 행정개혁 등 방안 제시

(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당 총서기가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를 재연하는 것으로 첫 공개시찰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진핑은 8일 광둥(廣東)성 선전(深천 < 土+川 > )시 첸하이(前海) 선강(沈港)합작구를 방문하고 주말에 선전 시내 롄화산(蓮花山)의 덩샤오핑 동상을 찾아 헌화했다. 동상 참배엔 20년 전 덩샤오핑 남순강화에 동행했던 '원로' 4명이 동행했다.

시진핑은 뤄후(羅湖) 어민촌에서 행한 짧은 연설에서 '부국(富國)'과 '부민(富民)'을 강조했다. 선전시가 개혁개방의 도도한 흐름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도 언급했다.

시진핑의 파격도 눈길을 끌었다. 최소의 경호 인원이 동원된 가운데 주민과 만나 자연스럽게 악수하고 담소했다. 이전의 중국 수뇌부에게선 찾아볼 수 없던 일이다. 시진핑 방문 현장에 도로 봉쇄 등의 구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베이징 정가에선 시진핑이 선전 방문 행보로 국정 방향을 암시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시진핑이 조만간 '제2 남순강화'의 청사진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시진핑의 덩샤오핑 강조 배경 = 시진핑이 덩샤오핑을 화두로 꺼내든 것은 작금의 중국 내 정치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 낙마를 계기로 조성된 '쇄국' 성향의 좌파 분위기를 일소하고 다시 개혁개방의 기치로 '매진'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시진핑이 덩샤오핑 따라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 보시라이가 재직 시절 인기영합적인 홍색(紅色) 경제정책인 '충칭모델' 사업을 벌였고 그에 대한 중국 빈민과 서민의 지지가 적지 않다는 게 중국 지도부로선 부담스럽다. 특히 보시라이에 대한 동정은 마오쩌둥(毛澤東) '이상' 숭배 열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인터넷상에선 개혁개방을 통한 '배부른 돼지'가 되기보다는 다소 모자라더라도 균등 분배가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주장이 힘을 얻게 되면 개혁개방의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에서 시진핑이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재연을 통한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진핑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부국 강병과 민생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고 이를 위해선 개혁개방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제2 남순강화의 키워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 민심에 '눈 높이 맞추기' 전력 투구 = 시진핑은 최고 지도자로 등장한 뒤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으로 형식주의와 관료주의를 과감하게 타파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특히 법치와 실용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최근 사정 칼바람이 매섭다. 보시라이가 극형에 처해질 가능성도 거론되는 가운데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링지화(令計劃) 당 통일전선공작부장, 리춘청(李春城) 쓰촨(四川)성 서기 등 고위직을 사정 대상에 올랐다.

시진핑은 지난달 29일 국가박물관으로 행차하면서 쓸데없는 도로 봉쇄와 교통통제, 그리고 '조직된' 환영 행사를 하지 말라고 엄명했다.

덩샤오핑 동상에 헌화할 때에도 시민 접근을 제지하지 않고 격의 없이 악수하고 수행단에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지시했다. 화려한 환영행사는 일절 없었다. 선전에서 휴양 중인 86세의 노모를 찾는 인간적인 면모도 보였다.

중국 일반인들은 부정부패 척결, 그리고 형식주의·관료주의 청산을 실천으로 옮긴 데 대해 환호하고 있다. 시진핑의 이런 행보가 중국 인민에겐 "이전과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시진핑의 인민과 눈높이 맞추기 노력이 일단 성공한 분위기다.

◇ '제2 남순강화' 구체적 내용 뭘까 = 베이징 정가에선 시진핑이 선전 방문을 계기로 행정개혁과 경제정책 방향 등을 담은 제2 남순강화 청사진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대대적인 행정 개혁 방안을 선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집권 기간에 중속(中速)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조직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불필요한 중앙부처와 위원회가 통폐합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작년 7월 원저우(溫州) 고속철 사고에 대한 부실 대응과 각종 비리로 공분의 대상이 된 철도부가 폐지돼 항공과 도로교통을 담당하는 교통운수부로 편입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토자원부와 환경보호부를 합쳐 환경자원부로 만든다는 예상도 있다. 그 대신 은행ㆍ보험ㆍ증권 등을 총괄 관리할 중국식 금융감독원이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교도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중앙 부처와 위원회, 국무원 산하기관 등 현행 44개 부서를 24개로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가 행정개혁 방안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늦어도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이전에는 구체적인 안(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서방식 정치 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시진핑은 기존의 전·현직 지도부와 마찬가지로 법치와 행정체제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정치체제 개혁을 강조해왔다. 아울러 삼권분립에 바탕을 둔 서방식으로의 정치개혁에는 거리를 둬왔다.

시진핑이 지난 4일 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어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내수와 소비를 확대하는 방향의 내년 경제정책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이와 궤를 같이하는 경제 청사진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kjihn@yna.co.kr

(끝)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