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토론 새누리 용역·발주..방송사는 중계만

2012. 11. 2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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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일상·취향 등 홍보프로 전락 우려…방송사 송출기능만 맡아 "박근혜 행사방송이냐"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TV토론 방송이 박 후보 캠프의 의뢰를 받은 외주제작사에 의해 제작됐으며, 정작 SBS를 포함한 지상파 방송 3사는 최소한의 중계인력만 파견한 채 송출만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번 박 후보 토론방송이 특정 후보 행사 방송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 토론 방송과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마련됐으나 최소한 방송사들이 토론방송의 내용과 형식 일체에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은 채 전적으로 새누리당에 맡겨 방송고유의 역할인 '편성권 독립'조차 포기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6일 박근혜 캠프와 SBS에 따르면, 이번 토론방송 진행은 새누리당 공보위원단에서 지난 22~23일쯤 SBS에 토론방송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방송의 주간사(key사)는 SBS였다. 또한 토론방송 제작에는 방송사가 아닌 새누리당이 의뢰한 외주제작사가 담당했다. 백기승 새누리당 공보위원은 이날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토론방송 계획을 22~23일 쯤 SBS에다가 알려줬다"며 "외부에 있는 외주제작사가 맡은 것은 맞지만, 어차피 우리 책임이며 외주사는 제작경험과 일종의 기술적 편의 차원에서 지원을 해주는 정도"라고 밝혔다.

백 위원은 "송출을 제외한 방송의 모든 과정은 우리 캠프에서 전담한다"며 "이는 원래 (단일화 토론 때 했던 것처럼) 해왔던 관례에 따라 하게 된 것이며, 방송 내용과 형식 일체를 SBS 쪽에서 관여하지 않고, 다른 지상파 방송이나 종편, 보도채널에 송출을 배분해주는 역할만 한다"고 말했다.

KBS도 중계책임만 있고, 프로그램 기획 등은 새누리당에서 알아서 하기로 했다고 남철우 KBS 새노조 홍보국장이 전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OBS

26일 밤 11시15분부터 SBS를 비롯한 방송 3사와 종합편성채널 등이 방송하는 이번 '2012 대선후보 토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부제-국민면접 박근혜)' 토론방송은 전체 70분 가운데 도입 20~30분을 박 후보와 관련된 가벼운 내용으로 꾸며지며, 정작 공약과 정책에 대한 내용은 중후반부인 40분 가량정도가 할애된다.

이 방송은 경기도 일산 킨텍스 임시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며, 송지헌 아나운서의 사회로 국민대 홍성걸 교수와 중앙일보 정진홍 논설위원 등 전문가 패널 4명, 일반 국민 패널 3명이 국민의 입장에서 궁금한 질문을 던지는 형식이다.

특히 박 후보 개인 신상에 관한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홍보성 토크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26일 저녁 국민일보 온라인판 뉴스 등은 "(이 방송에서 박 후보가) 자신의 요리 주무기인 비빔밥을 직접 만들어 보이고 특유의 유머를 선보이는 등 소탈함을 강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백기승 위원은 "요리, 비빔밥 등의 소재는 방송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백 위원은 "개인적인 (일상과 취향에 대한) 내용이 질문으로 나오면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나 개인적 부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질문자도 여러 분야별로 전문 영역에 따라 사회자가 적절히 배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등의 대본 사전 유출의혹에 대해 백 위원은 "말이 안된다. 그런 대본은 있지도 않다.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저녁때인 지금쯤에야 방송용 콘티라는 것이 있을 수 있지만, 박광온 문캠프 대변인이 말한 그런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으로 부여한 편성권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최호원 SBS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공정방송위원장은 이날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후보 검증 토론회라면 방송사 스스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지, 여권이 주체한다고 방송의 내용과 형식을 그 쪽에서 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방송사들이 국민의 재산인 지상파를 통해 야권의 단일화 토론회를 중계한 것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대선 정보 제공이라는 가치에 충족했기 때문"이라며 "이에 여권에서도 기회를 달라고 한다면 그것 역시 알권리 보장과 대선후보 정보제공이라는 요건이 충족되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굳이 줄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양쪽이 균형을 요구한다 해도 지상파 방송이 중계하기로 결정했다면 앞선 (후보단일화) 토론회와 동등한 수준의 공정성 보장이 가능한 방식의 방송이 될 수 있도록 주최측에 요구했어야 했다"며 "지금처럼 기계적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박 캠프쪽에) 알아서 짜도록 하는 것은 안일한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편성에 있어 키사인 SBS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책무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알권리에 충족되는 방송이 되지 않았을 경우 시청자들이 방송사들과 박근혜에 대해 판단을 할 것이다. 박 후보는 역풍을 맡고, 지상파 방송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백기승 박캠프 공보위원은 "그건 우냥 우려로 그칠 일로, 선관위에서 배정돼 있는 방송시간에 충족해 방송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방송사에서 주관적으로 판단에서 방송한 것"이라며 "이미 우리가 형평을 넘어서 요구했다면 거부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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