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검찰은 왜 성추문 검사에게 '성폭력 혐의'를 적용하지 않나?

노컷뉴스

[CBS 권영철 선임기자]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의 뇌물수수 혐의에 이어 서울동부지검 전 모 검사의 '성추문' 사건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검찰이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전 검사에 대해 25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전 검사에 대해 '성폭력'이 아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이 '강간죄'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 대신 뇌물수수혐의를 적용한 것은 전 검사를 봐주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피해 여성의 변호인은 "전 검사와 피해여성이 합의했기 때문에 이 여성이 고소를 하지 않는 이상 친고죄인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나 '강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에서는 전 검사가 직무와 관련해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것을 일종의 향응을 제공으로 보고 전 검사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문제는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냐는 것과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면 피해 여성을 뇌물공여 혐의로 입건해야 하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건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우리나라의 판례는 없지만 일본에는 비슷한 판례가 있고 따라서 법리적으로나 학설적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검찰은 왜 성추문 검사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현직 검사가 사건피의자와 성관계를, 그것도 검사실에서 했다는 사실이 정말 맞나?

▷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사실로 드러났다.

당사자인 전모 검사가 검찰조사에서 시인을 했고 사건피의자로 성추문의 피해자인 여성의 변호인도 사실관계를 시인했다.(이하 이 여성을 A여성으로 칭한다.)

전모 검사는 A 여성과 검사실에서 유사성행위와 성관계를 가진 데 이어 이틀 뒤에는 승용차에서 유사 성행위를 했고, 이어 모텔에서 다시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 검사와 이 여성이 변호인의 중재로 '성추문 사건'에 대해 민사나 형사상 문제 삼지 않기로 합의하고 구체적인 합의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확인이 됐다. (이하 A여성의 변호인은 변호인으로 전 모 검사는 전 검사로 정리)

▶ 그런데 검찰에서는 전 검사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긴급체포를 했는데 왜 강간이 아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거냐?

▷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검찰이 적용할 범죄 혐의가 '뇌물수수' 외에는 따로 없기 때문이다.

A 여성의 변호인은 이 사건을 '검사의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사건'으로 규정을 했다. 그러면서도 "전 검사와 A여성이 합의했기 때문에 '성추문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문제'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제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A 여성도 이 문제를 법적 제기 안 하기로 합의가 맺어졌기 때문에 합의로 인해서 검사를 용서하겠다고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나 '강간죄'는 친고죄로서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전 검사에게 이 혐의를 적용할 수 없게 됐고 따라서 검찰은 고심을 하다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피해자가 고소의사 밝히지 않으면 수사기관으로서는 (전 검사에 대해) 사법처리 할 수 없다. 처벌은 물론이고 체포 구속영장도 청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져 처벌할 길이 없어서 처음에는 징계를 고려하다가 '성 뇌물'도 뇌물수수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걸 찾아내서 좀 무리한 측면이 있지만 전 검사를 긴급체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뇌물수수로 처벌이 가능한 것이냐?

▷ 법리적으로나 학설적으로 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우리나라의 판례는 아니지만 '성관계'를 뇌물로 처벌한 일본의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 판사가 재판을 받는 피고인을 바깥에서 만나 성관계를 했는데 이 판사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에서는 전 검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25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검사와 관련해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나 판례는 없고 경찰과 관련해서는 사건관계인과 성관계를 하거나 그런 일들이 가끔 발생한다. 그렇지만 사건 관계인과의 '성관계'만으로 처벌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금품수수나 향응을 제공받은 경우에 처벌해왔다.

한 중견법조인은 "전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될 수도 있지만 사회적 여론이 워낙 뜨거워 기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재판과정에서 뇌물수수죄가 성립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전망했다. 검찰에서는 검사의 지위를 이용한 성관계는 '뇌물수수'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분서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 검사의 A여성에 대한 '성관계'는 뇌물수수이긴 하지만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갈취형 '뇌물수수'로 처벌 할 수 있다"며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뇌물수수'와 '공갈'의 중간지대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대가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전 검사가 '성관계'를 대가로 절도혐의를 봐주려하거나 거래하려고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A여성 변호인의 설명이어서 대가관계를 둘러싸고 법정에서 논란이 될 수도 있다.

▶ 뇌물을 받았다면 준 사람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A여성이 뇌물공여자가 되는 거냐?

▷ 뇌물수수를 적용할 경우 이 부분이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전 검사와 A 여성과의 '성관계'를 뇌물로 규정할 경우 전 검사는 '뇌물수수' A여성은 '뇌물공여'가 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지만 A여성의 변호인은 뇌물공여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할 경우 언론에 알리고 법정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은 "이 사건의 성격은 업무상 위계에 의한 간음죄, 즉 검사의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사건"이라며 "검찰이 전 검사를 뇌물수수로 기소하는 것은 피해자(A여성)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법리구성을 고심해서 전 검사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지만, A 여성을 피해자로 인정한다는 기본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A여성을 뇌물공여로 입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검찰은 25일 이 부분이 논란이 되자 A여성을 뇌물공여로 입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검찰 내에서는 A여성의 뇌물공여 부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A여성에 대한 '성관계'는 뇌물수수이긴 하지만 갈취형에 가깝다. 따라서 갈취형에 당한 여성을 뇌물공여로 입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하는 게 아닌데 달라고 하고, 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것 같은 그런 상황이라면 갈취형 수수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다른 중견간부는 "공갈이 성립하지 않는 이상 뇌물수수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는 성립한다. 수수가 성립하려면 공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공여로 처벌할 가치가 낮기 때문에 별도로 처벌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뇌물이라면 대가성 산정도 논란거리일 수 있다. 통상의 성접대 또는 성상납이 문제가 된 경우 식사나 술접대가 병행되기 때문에 대가를 산정하지만 '성관계' 만으로 대가를 어떻게 산정할지를 두고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관계자는 "무형의 대가도 대가이기 때문에 별도의 대가를 산정하지 않아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전 검사가 처음부터 A 여성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소환한 거냐?

▷ 그건 아닌 것으로 파악이 됐다.

그런데 유의해야 할 사안은 전 검사가 신분상 현직 검사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실무교육과정 중인 검사라는 점이다.

전 검사는 로스쿨 출신으로 4월에 검사로 임관돼 6개월간 법무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았고 10월 1일부터 11월말까지 두 달간 서울동부지검에서 검사 실무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전 검사에게 절도사건이 배당된 것은 실제 사건 처리과정을 익히라는 것이므로 사건처리에 부담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 A여성이 검찰청 출두를 할 수 없다고 하자 일방적으로 나오라고 한 부분이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소환이었지 '성관계'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 점에 관해서 A여성의 변호인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을 설명하자면 A 여성의 다른 범죄혐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을 해야만 한다.

A 여성의 변호인은 "A여성이 지난 7월 하순경부터 한 달여 동안 동네 마트에서 15차례에 걸쳐 김밥과 요구르트, 신발, 옷가지 등을 훔치다 마트 보안요원에게 적발이 됐는데 단순 절도를 경찰에서 특가법상 절도 혐의(3년 이상의 징역형)를 적용하려고 하면서 마트 측에서 주장하는 피해금액을 450만 원을 주지 않으면 구속되고 징역산다고 윽박질렀고, 사건이 다시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A여성은 훔친 물건가가 100만 원 정도라고 주장하고 마트 측에서는 피해금액이 450만 원이라고 주장한다.)

변호인은 "11월 6일 전 검사가 A여성에게 전화를 해서 위압적으로 11월 10일 토요일 2시까지 나오라고 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으며 11월 10일 검찰청에서 6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은 뒤 유사성행위와 성관계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A 여성의 변호인은 "검찰청사에서 조사를 받은지 6시간이 지난 뒤 A 여성이 흥분되고 무섭고 굉장히 격앙이 돼서 울음을 터뜨리니까 전 검사가 진정시켜 주겠다며 차도 주고 안아주는 척하다 사건이 발생했고 이틀 뒤인 11월 12일 월요일 두 번째 모텔 사건이 일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 이 여성이 검사와의 대화 등을 녹취했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냐?

▷ 이 사건을 두고 온갖 억측이 나돌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분명한 건 A여성의 변호인이 사건의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사실은 있지만 전 검사의 주장이나 구체적인 진술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상대방이 있는 사건은 양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데 어느 일방의 얘기를 그대로 믿고 얘기하기에는 분명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A 여성의 변호인의 설명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점이 있다.

일단 전화 녹취와 관련된 부분이다.

A 여성의 변호인은 "마트 절도 혐의와 관련해 경찰의 조사를 받다가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왔는데 경찰의 폭언을 들었다고 해서 그런 증거를 남기라고 했는데 그 뒤부터 A여성이 휴대전화와 MP3로 녹음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 뒤부터 녹음을 하게 되는데 전 검사와의 관계도 대부분 녹취가 됐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모든 과정이 다 녹취록이 있다"며 "모텔에서 성관계 이후의 대화 그 뒤 차안에서 나눈 대화 등이 다 녹음돼 있다며 녹취록을 대검 감찰본부에 보낸 상태"라고 덧붙였다.

녹취가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A여성 변호인의 주장이다.

▶ 어떻게 검사실에서 성관계가 일어난 것이냐?(누가 먼저 시작한 것이냐?)

▷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인과 검찰측(A여성과 전 검사의 진술) 얘기를 들어봐야 하는데 변호인 측에서는 "전 검사가 울음을 터뜨린 A여성을 안정시킨다며 위로하는 척, 안아주는 척하다가 성추행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변호인은 "안아주는 척하면서 몸을 더듬고 이를 뿌리친다고 장소를 옮겼는데(조사실에서 검사 방으로) 그곳까지 쫓아와서 본격적으로 성추행의 강도가 심해지고, 유사성행위를 강요하고 그리고나서 성관계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때 A여성은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항거 불능의 상태였다"며 "검사가 직무상 위력을 이용해 성폭력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서는 공식적으로 'A여성이 먼저 접근했다'거나 'A여성이 유혹했다'는 뉘앙스의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그런 뉘앙스의 분석이나 언급이 나온다.

검찰이나 전 검사 쪽에서는 "A여성이 먼저 접근했다"거나 "A여성이 절도혐의를 봐달라며 사정을 하는 과정에서 신체접촉이 이뤄지게 됐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만남도 여자 쪽에서 먼저 전화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측의 주장이 달라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전 검사의 '뇌물수수'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법정에서 이 부분이 쟁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어떻게 합의가 그렇게 빨리 이뤄진 것이냐?

▷ 이 부분도 변호인의 설명인데 "이 사건이 알려지면 가정이 있는 주부인 피해자 여성은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상처와 피해를 입을 거라고 생각"했고 A 여성에게 판단하라고 하니까 '전 검사가 진정으로 사과하는 조건으로 합의에 응할 의사가 있다'는 얘길 듣고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합의금으로 5,000만 원을 제시했으며 실제 합의금은 이보다는 적었다"면서 "이 사건이 형사 사건화 되면 가정파괴범죄가 된다. 가정이 깨진다. 형사 처분과 변론으로 피해여성과 피해여성 배우자에게 위자료를 물어줘야 한다. 법원이 인정하는 액수가 있는데 그걸 근거로 5,000만 원이라는 금액을 판단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합의가 이뤄진 과정에 대해 "이 사건(성접촉)에 대한 얘기를 듣고 전 검사의 지도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전 검사와 절도피의자 사이에 매우 부적절한 성적 접촉이 있다는 얘기가 있으니 확인해봐라'고 했고 한 시간여 뒤에 전 검사가 전화를 해서 만나고 싶다고 해서 사무실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세부사항은 전 검사와 A여성의 말이 달랐지만 사실관계(검사사무실 성관계 등)만으로도 중대범죄이므로 전 검사가 빨리 합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고그래서 피해 여성을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전 검사는 빠른 합의를 원했고 A여성은 이 사건이 공개되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 그런데 전 검사가 빨리 합의를 시도했다는 부분은 검찰이 사건 축소나 은폐를 시도한 정황은 아니냐?

▷ 그 부분이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석동현 서울동부지검장이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사퇴를 하면서 월요일 19일 이 사건을 알았다고 했는데 변호인은 20일 이 사건을 검찰에 알렸다고 했다. A 여성이 성폭력 상담센터를 찾아가 상담한 게 19일인데 검찰은 곧바로 이를 알았다는 얘기가 된다.(검찰에서는 화요일을 월요일로 잘못 기록했다고 설명)

그리고 20일 전 검사와 A 여성이 합의를 하고 21일 합의서에 서명을 한다. 물론 20일에 전 검사는 서울동부지검에서 감찰조사를 받았다.

감찰조사를 받던 중 피해여성의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고 싶다는 얘길 하고 사무실을 찾아가 변호인과 A 여성을 만나 구두로 합의하고 21일 구체적인 합의서까지 작성한다.

검찰은 22일 이 사건을 공개하고 대검 감찰본부에서 본격적으로 감찰조사에 착수해 24일 전 검사를 '뇌물수수'혐의로 전격 긴급체포하기에 이른다.

그렇지만 시간적으로 보면 A여성의 변호인이 전 검사의 지도검사에게 전화를 건 시간이 20일 오전 11시인데 대검에 보고가 된 시간은 오후 5시가 지나서였다. 변호인이 지도검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알린 뒤 한 시간여만에 전 검사가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를 시도하게 되고 다음날 낮에(변호인의 주장) 합의문을 작성을 마치게 된다.

전 검사가 사건무마를 위해 A여성의 변호인이나 A여성과도 자유롭게 접촉하도록 도와주거나 방조했다는 얘기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그 사실(피의자와 성관계)을 알았을 때 서울동부지검에서 곧바로 전 검사를 긴급체포 했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검찰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않고 있는데?

▷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신속하게 전 검사를 사법처리하고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취할 방안이 없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지금 상황에서 검찰이 뭐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관계자는 "A여성 변호인이 사건과 관련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지만 검찰로서는 일일이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면서 "검찰이 대응하면 할수록 사건이 오히려 커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검찰의 초기대응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은 전 검사 사건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전 검사가 '로스쿨' 출신임을 애써 강조했다. 이미 검사로 임관한 상태인데 검사 실무수습교육중인 점을 알리면서 '사법시험' 출신이 아니라 '로스쿨' 출신이라고 강조한 것은 일종의 물 타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전 검사의 진술을 근거로 A여성이 먼저 접근을 했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사건이 터지더니 이번에는 '돈 검사' '성추문'까지 검찰이 어디까지 추락하는 거냐?

▷ 검찰 내부에서도 "할 말이 없다", "검사라는 것이 부끄럽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소속으로 통일부 파견 근무 중인 윤대해 검사(42, 29기)는 24일 내부통신망에 실명으로 '검찰 개혁만이 살 길이다' 등의 2편의 글을 올렸다. 평검사 중에서 최고 고참인 수석검사급인 윤 검사는 "이번에 터진 부장검사 뇌물사건, 성추문 사건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너무나 수치스럽고 이젠 정말 갈 데까지 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윤 검사는 "검찰의 문제점으로 정치권력에 편파적인 수사, 재벌 봐주기 수사, 수사·기소·영장청구권을 독점한 무소불위의 권력, 검사의 부정에 무감각한 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권력이 (밖에서 문제점으로) 이야기된다"며 "검찰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아니라고 할 자신이 없다"면서 "검찰 수사가 정치·재벌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해 법과 원칙대로 제대로 행사돼 왔는지 의심이 드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검찰 내에서는 한상대 검찰총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들도 구체적으로 흘러나온다. 실명으로 검찰내부망에 글을 올리지는 못하지만 검사장급 간부들 사이에서도 검찰의 존재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검찰수뇌부는 자리만 지키려하고 있다거나 검찰총장의 사퇴를 제외한 대처방안만 내놓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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