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박근혜 6억 줬더니 3억 돌려줘" 왜?

입력 2012. 10. 4. 08:08 수정 2012. 10. 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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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전 법정진술, 안치용 "박정희 비리 수사 무마용인가"… 당시에도 "국고환수해야" 논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전두환이 10·26 박정희 사후 청와대 금고에 있던 돈 9억6000만 원 가운데 박근혜 후보에게 6억 원을 전달했다가 이 중 3억 원을 박 후보한테서 돌려받은 것으로 법정 진술한 사실이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박근혜 후보 본인은 6억 원을 받아 감사히 받아 썼다고만 했을 뿐 3억 원을 돌려준 일은 없다고 주장한 바 있어 '청와대 금고' 돈이 어떻게 유용됐는지도 주된 박 후보의 검증대상이 될 전망이다.

지난 1996년 전두환·노태우 등의 12·12 사건 수사 당시 전두환은 법정에서 이 같은 진술을 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1996년 3월 19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1996년 3월 18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12·12 사건 2차 공판에서 피고로 출석한 전두환은 검찰의 신문 과정에서 '박정희 시해사건 수사도중 청와대 사금고가 발견돼 열어보니 9억 여원이 들어있었으며 이중 6억 원은 박정희 유족 대표인 박근혜 씨에게 전달하고 2억 원은 정승화 당시 육참총장에게, 5000만 원은 노재현 당시 국방장관에게 전달한 뒤 나머지 1억 원은 수사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전두환은 또 박근혜씨가 6억 원 중 3억 원을 "아버지 시해사건을 잘 수사해달라"며 수사비조로 가져와 수사비로 사용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후보 검증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모습

또한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최근 찾아낸 지난 1990년 7월 국회가 발간한 '제5공화국에 있어서의 정치권력형비리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두환이 이끄는 합동수사본부가 청와대 비서실에서 9억6000만 원을 발견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두환은 1989년 12월 31일 국회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10.26 이후 사건수사과정에서 청와대비서실에서 발견된 자금문제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습니다. 총 9억6000만 원중 2억 원은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에게, 5000만 원은 노재현 당시 국방장관에게 주어 활용토록하고 1억 원은 계엄사령관의 승인을 받아서 합동수사본부의 수사비로 사용하였으며 나머지는 유족에게 전달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5공비리 조사특위 속기록 12페이지에도 전두환은 이 자금이 "청와대 비서실에서 발견된 자금"이라고 밝혔으며 9억6000만 원 중 3억5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유족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청와대비서실에서 발견된 자금 가운데 6억1000만 원이 박근혜에게 전달된 것이다.

5공비리 조사특위도 전두환에게 대한 심문에서도 청와대 비서실에서 나온 자금이라고 명시했으며 이 자금은 국고에 환수시켜야 마땅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 1996년 3월 19일자 3면

그런데 전두환이 박근혜에게 준 6억1000만 원 가운데 3억 원들 돌려받았다는 사실이 6년 뒤 김영삼 정권에서 실시된 12·12 특별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와는 달리 지난 2007년 7월 19일 전국에 생중계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청문회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경선후보는 "3억 원을 돌려준 일이 없다, 6억 원을 받아 아무 문제 없는 줄 알고 감사히 받았다"고 밝혔었다.

전두환은 받았다는데 박근혜는 안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박 후보가 전두환에게 3억원을 줬는지, 줬다면 언제, 어디서, 특히 무슨 의도로 전두환에게 3억원을 전달했는지 박후보의 해명이 불가피하게 됐다.

재미언론인 안치용씨는 1일(현지시각)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전두환이 법정진술을 통해 박근혜가 '시해사건을 잘 수사해 달라'며 수사비조로 3억원을 줬다고 진술했지만 시해사건의 피해자인 박근혜가 수사비조로 돈을 전달했다는 것은 이해가 잘 안된다"며 "합동수사본부는 정부예산을 통해 운영되는 만큼 별도의 수사비를 전달한 것은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안씨는 "박근혜는 시해사건의 피해자이면서도 뭔가 떴떴하지 못한 구석, 즉 약점이 있었음을 의미한다"며 "혹시라도 박근혜는 전두환이 박정희의 부정축재, 스위스은행 비자금, 여자관계를 비롯한 사생활등을 수사할 것을 우려해 이를 무마하기 위해 돈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박근혜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청와대에서 발견된 공금을 보험료조로 전두환에게 줬을 가능성도 크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1990년 국회 5공비리 조사특위 보고서의 한 대목. 안치용씨 글에서 인용.

청와대 금고에서 발견된 9억 원(또는 9억6000만 원)의 성격도 여전히 박근혜 후보가 분명히 정리하고 국고환수 등 후속조치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버지가 격려금을 주는데 사용하다 남은 돈으로 알아 생계비로 생각해서 감사히 받았다'는 박 후보의 주장에 대해 안씨는 "이 돈이 공금이라는 사실을 박근혜 자신이 알았음을 의미한다"며 "대통령이 격려금으로 주는 돈은 자신의 사재를 털어서 주는 돈이 아니라 정부예산에 편성된 업무추진비 명목 등의 공금"이라고 비판했다.

3억 원을 돌려줬다면 더 큰 문제라는 것이 안씨의 판단이다. 그는 "자신 스스로 생계비로 생각해서 받았다면서도 생계비로 사용하기는 커녕 이중 절반인 3억원을 전두환에게 준 것은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이라며 "전두환-박근혜가 짝짝궁이 돼 국민의 혈세인 공금으로 장난을 친 셈"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당시 청와대 금고 돈의 성격과 사용처 등에 대해 낱낱이 경위를 밝히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안씨는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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