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은 신나는데 게임이 시시해질라

입력 2012. 8. 31. 21:30 수정 2012. 9.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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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커버스토리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들의 일주일

문재인 캠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1라운드'가 끝났다. 이변은 없었다. 문재인 후보는 제주-울산-강원-충북 순회경선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문재인 대세론'을 다시 확인했다. 다음 경선은 오늘(1일) 전북에서 치러진다. 초반 2연전의 참패를 딛고 강원과 충북에서 1위 문재인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를 조금씩 줄이고 있는 손학규 후보의 선전 여부가 관심사다. '부동의 3위' 김두관 후보와 최하위 정세균 후보도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1위 굳히기와 반전, 전북의 선택은 어느 쪽일까.

"모르겠어요. 여기는 워낙 열세 지역이라 하잖아요."

지난 28일 민주통합당 강원지역 대선후보 경선에서 정견발표를 마치고 행사장을 빠져나온 문재인 후보는 강원 경선 전망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강원도 원주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이날 경선의 승자는 문 후보였다. 개표 결과, 그는 유효 득표수 6187표 가운데 2837표(45.85%)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강원지역에 내심 기대를 걸었던 손학규 후보는 2328표(37.63%)를 얻으며 2위에 그쳤다.

모바일투표 지지 업고야권 주자론 첫 초반 4연승열쇠는 과반 득표 여부문재인 대세론 계속된다면경선 흥행이 쉽지 않아"최대한 역동적으로 치러안철수 지지도 따라잡자"

"조직력 열세, 모바일에선 문제 안돼"

이틀 뒤인 30일 충북 경선 현장에서 만난 문 후보는 같은 질문에 "지금까지는 국민들의 지지로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역시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문 후보를 수행하던 한 참모는 그의 화법을 가리켜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깊이, 신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라며 "문 후보가 '신뢰감을 주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얻은 것도 가볍지 않은 언행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울산지역 경선 투표소 앞에서 만난 민주당 대의원 김원준(32)씨도 "문 후보를 보면 '깨끗하고 신의있는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고 말했다. 이날 김씨의 선택은 '기호 4번, 문재인'이었다.

무거운 입과 달리 대중을 향한 문 후보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자신의 평소 성격을 '신중하고 내성적'이라고 밝힌 '정치신인' 문 후보는 지지자들과 악수할 때 더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30일 문 후보는 "(지지자와) 악수할 때마다 기대와 열망을 느끼고 있다. '꼭 이겨라', '새로운 정치를 해라' 등 격려의 말에 힘과 용기를 얻는다"고 밝혔다. 경선 현장인 충북 청주체육관에 도착한 문 후보는 곧바로 2층 관중석으로 올라가 민주당 당원·대의원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과 손학규 등 다른 후보의 지지자를 가리지 않았다. 충북 역시 손 후보의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었다.

경선이 시작되고 후보자별 정견발표와 현장투표가 끝난 뒤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 관중석에 모인 손학규 후보 지지자들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을 건넸다. "이기긴 이길 겁니다. 문제는 1위가 아니라 득표율 50%를 넘느냐 하는 건데…."

김 전 처장은 문재인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경기동부권역본부장을 맡고 있다. 개표 결과가 모두 집계된 이날 오후 4시30분께 4명의 경선 주자 가운데 문재인·손학규 두 후보가 다시 체육관 안으로 입장했다. '문재인'보다 '손학규'를 연호하는 함성이 더 크게 울렸다. 김 전 처장은 여전히 "문 후보가 이길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잠시 뒤 임채정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이 김승남 수석사무부총장으로부터 개표 결과를 건네받았다. 임 위원장은 기호 순서에 따라 정세균-김두관-손학규 후보의 득표수와 득표율을 발표했다. 세 후보는 각각 466표(2.64%), 1931표(10.95%), 7108표(40.30%)를 얻었다. '손학규'를 외치는 현장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 외침을 곧바로 잠재운 건 문재인 후보의 득표 결과였다. "기호 4번 문재인, 총 득표수 8132표, 득표율 46.11%." 임 위원장의 결과 발표가 이어지자 표정 변화가 많지 않은 문재인 후보의 입꼬리도 살짝 위로 올라갔다. 문 후보의 승리였다. 제주-울산-강원지역 경선에 이어 상대적으로 열세로 꼽혔던 충북에서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면서 그는 완벽한 '초반 4연승'을 이어갔다. 열세라는 분석은 그 기준이 '조직력'일 때만 유효했다.

충북 경선을 모두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온 문 후보는 기자들 앞에서 "우리 민주당의 주인, 경선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경선 결과는 조직력이나 동원력이 아니라 역시 민심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충북 경선을 치른 문 후보는 다음날 열릴 부산·울산·경남 티브이토론회 준비를 위해 곧바로 부산으로 떠났다.

이날 승리로 문재인 후보는 지난 25일부터 30일까지 치러진 민주당 경선 초반 4연전을 압승으로 끝냈다. 문 후보는 제주-울산-강원-충북 등 네 곳에서 2만7943표(누적득표)를 얻어 2위 손학규 후보(1만4723표)를 두배 가까이 앞서고 있다.

결과만이 아니라 내용에서도 문 후보의 우세가 도드라진다. 초반 4연전에서 그가 얻은 득표율은 52.3%였다. 오는 16일까지 치러지는 민주당 지역 순회경선에서 1위 후보가 과반을 득표하면 18~23일로 예정된 1~2위 후보간 결선투표는 치러지지 않는다. 순회경선 1위 후보가 그대로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다.

민주당 전신이라 할 수 있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과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에도 문 후보처럼 압도적 우위 속에서 경선을 치른 대선주자는 없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첫번째 순회경선 지역이었던 제주에서 1위를 차지한 사람은 노무현도, 이인제도 아닌 한화갑 후보였다. 경선의 최종 승자였던 노무현 후보는 3위에 그쳤다. '노무현 돌풍'은 두번째 경선 지역이었던 울산(1위)을 거쳐 호남의 심장 광주에서 본격적으로 불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은 줄곧 정동영 후보의 우세 속에서 치러졌지만, 그 역시 초반 4연전(제주·울산·강원·충북) 가운데 한 곳(강원)에서 1위 자리를 내줬다.

문 후보 쪽 문용식 디지털캠페인본부장 겸 온라인대변인은 문 후보가 보이는 초반 우세의 핵심 동력으로 모바일투표를 통해 유입된 자발적 지지자를 꼽았다. "지금 선거인단이 100만명 가까이 되지 않습니까. 이 정도 규모의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이라면 조직력으로 승부를 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죠. 모바일투표를 통해 자발적으로 경선에 참여하는 적극적 지지층이 문 후보 쪽으로 몰리고 있다고 봅니다."

손학규 후보가 현장투표에서 문재인 후보를 따돌리면 문 후보가 모바일투표로 판을 간단히 뒤집어버리는 흐름은 제주부터 충북까지 일관되게 이어졌다. 30일 충북 경선에서도 손 후보는 순회투표(대의원 투표)와 투표소투표(당원 및 일반국민)에서 354표를 얻어 336표에 그친 문 후보를 앞섰다. 반면 문 후보는 모바일투표에서 7799표로 손 후보(6755표)를 1044표 차로 누르며 경선 결과를 뒤바꿨다.

안철수의 사퇴와 지지선언을 끌어낸다?

문 후보 쪽에서는 초반 4연전을 통해 확인한 우세를 1일 전북 경선에서도 그대로 이어간다는 생각이다. 전북 선거인단 규모(9만5707명)는 지금까지 경선을 치른 네 곳의 선거인단을 합친 9만2552명보다 많다. 캠프에서는 문 후보가 전북에서도 무리없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건은 과반 득표 여부다. 문 후보가 이곳에서도 득표율 50%를 넘기면 결선투표 없이 16일 경선을 끝낼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문재인 후보 캠프의 고민은 오히려 전국 순회경선 그 이후의 정치 과정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의 '본선'에 닿아 있다. 이를 위해선 이번 전국 순회경선에서 '문재인 압승'과 '경선 흥행', '당내 화합'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문 후보의 압승과 경선 흥행은 사실상 반비례 관계다. 문 후보가 전국 순회경선에서 2~4위 후보와 박빙 승부를 펼치면 민주당 경선은 결선투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경선 흥행에도 유리하다. 그렇다고 문 후보 쪽에서 경선 페이스를 조절할 수는 없다. 문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나머지 세 후보에 견줘 크게 앞서는 것이 사실이지만, 결선투표에서는 2~4위 후보의 연합이라는 변수가 있다. 문 후보의 측근은 "일단 경선을 시작한 이상, 최대한 빨리 '민주당 대선후보'로 인정받는 것이 유일한 목표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신 문 후보 캠프에서는 경선 흥행을 위한 선거인단 참여 독려 캠페인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8월13일 문 후보가 서울 명동에서 가수 싸이의 히트곡인 '강남 스타일' 패러디 동영상 '명동 스타일' 촬영에 나선 것도 민주당 경선에 대한 20~30대 젊은 유권자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행사였다.

또 문 후보 캠프는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자극할 만한 발언과 행동을 삼가고 있다.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겠다는 바람의 표현이다. 지난 30일 충북 경선에서 만난 서준수 문사모(문재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전·충청지역장은 "문 후보 유세단은 다른 후보가 정견발표를 할 때 박수를 보내는 것은 물론, 그 후보의 이름을 함께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 유세단의 첫째 구호는 "모두의 승리"다.

경선 초반 여기저기서 불거진 각종 악재는 문 후보 캠프의 골칫거리였다. 초반 4연전 가운데 두번째였던 울산 경선은 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세 후보가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치러졌다. 모바일투표의 공정성 논란 때문이었다. 강원 경선은 하필 태풍 볼라벤이 상륙한 날, 충북 경선은 또다른 태풍 덴빈이 한반도를 덮친 날 열렸다.

경선에 쏠리는 국민적 관심은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 후보 쪽에서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이목희 문재인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우리 기대는 경선을 최대한 역동적으로 치러 안철수 원장의 지지도를 최대한 따라잡는 것"이라며 "우리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크게 오르면 아직까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고 있는 안 원장 고민의 지점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내심 안 원장의 사퇴와 지지선언을 이끌어내겠다는 계산이다.

울산·원주·청주/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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