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친인척·측근비리 사과.. "억장이 무너지는 참담한 심정" 또 고개숙인 대통령

2012. 7. 24. 19: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친·인척 및 측근비리 문제를 사과하기 위해 24일 오후 1시58분 청와대 춘추관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은 고뇌의 흔적이 역력했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4분간 대국민 담화문을 읽어 내려가다 "사이후이(死而後已)의 각오로 일하겠다"고 말할 때에는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 대통령은 담화 문안과 발표 시점 등 대국민 사과에 관한 모든 것을 직접 결정했다고 한다. 청와대 최금락 홍보수석과 박정하 대변인도 발표 40분 전에야 이를 듣고 부랴부랴 춘추관으로 뛰어왔다. 하금열 대통령실장조차 오후 1시쯤 이 대통령에게 "오늘 사과하려 하니까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사이후이'라는 고사성어도 이 대통령이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논어'에 나오는 이 말은 제갈공명이 출사표에서 "천하 통일의 소원은 죽고 나서야 그만 두겠다"는 뜻을 담아 사용한 것이다. 친형인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과 최측근 청와대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 등 측근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되는 사태를 겪고 있지만 국정에는 끝까지 흐트러짐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6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이번처럼 참담한 마음을 드러내고 직접적으로 '사과'란 표현을 사용하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적은 없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태를 겪으며 두 차례 사과할 때에도 "송구스럽다" "반성하고 있다"는 표현을 썼고, 2009년 세종시 계획 수정, 2011년 동남권 신공항 공약 백지화, 올 1월 내곡동 사저 및 측근 비리를 언급할 때 역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거나 "송구스런 마음"이란 말만 사용했다.

이 대통령은 직접 손 글씨로 작성한 발표문을 양복 안주머니에서 꺼내 읽었다. A4 용지 서너 장에 담긴 원고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을 몇 번이나 지우고 다시 쓴 흔적도 보였다고 청와대 부속실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이 전 의원뿐 아니라 김 전 실장마저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뒤 거의 매일 밤잠을 못 이루며 고심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만큼 이번 발표문에는 솔직한 사죄의 심정이 다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이 대통령은 이 전 의원 기소 시점을 전후해 대국민 사과를 할 것으로 예상됐다. 표현도 예전처럼 간접적인 언어를 사용하리란 전망이 많았다.

이 대통령이 이 같은 주변의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사과한 것은 "대선자금을 수사하라"는 야권의 정치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고 침체 위기에 빠진 경제상황 등 국정 과제에 전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본격화된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친·인척과 측근 비리 문제로 더 심각해지는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또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의 '짐'을 덜어주겠다는 배려로도 읽힌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goodnews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