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인 '안가' 만드는 청와대

김지영 기자 2012. 5. 4. 13: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내곡동 사저'에 이어 '삼청동 안가'도 비밀리에 추진하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 시사저널 > 은 청와대가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직후부터 대통령 취임식을 갖고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거주할 주택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독으로 확인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조성될 이 안가는 정치권 등의 논의가 전무한 상태에서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어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베일에 싸인 '삼청동 안가'의 실체를 추적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 노란 원 안에 살짝 보이는 집이 '삼청동 안가'로 추정되는 집이다. @ 시사저널 전영기

2008년 2월25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 부부는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가기 위해 서울 가회동 자택문을 나섰다. 정확히 5년 전인 2003년 같은 날, 노무현 대통령 역시 서울 명륜동 자택을 떠나 국회로 향했다. 이렇듯, 역대 대통령들은 대통령 취임식 당일까지 자신들의 자택에서 살다가 청와대로 입성했다. 하지만 오는 12월19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는 당선인은 당선 직후 별도의 '안가(安家)'로 거처를 옮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곳에서 60여 일을 머무르다 내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면 청와대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시사저널 > 은 청와대가 비밀리에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직후부터 대통령 취임식 후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까지 거주할 주택, 이른바 '삼청동 안가'를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독 확인했다. 만약 청와대의 '삼청동 안가' 프로젝트가 그대로 추진된다면,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자택이 아닌 별도의 안가에 머무르다 청와대에 입성하게 되는 것이다.

홍석현 회장과의 '교환' 형식 통해 매입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2008년 2월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릴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가회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주간·인터넷사진 공동취재단

대통령 당선인의 임시 거처인 비밀 가옥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다. 부동산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이 비밀 가옥은 대지 면적 1천5백44㎡(4백68평)에, 건평 2백94㎡(89평) 규모의 전통 한옥이다. 고풍스러운 이 집에는 역사의 풍상이 고스란히 서려 있다. 이곳의 옛 소유자는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작위(자작(子爵): 오등작(五等爵)의 네 번째 작위)까지 받았던 대표적인 친일파 민영휘의 막내아들인 민규식씨이다. 민씨는 일제 강점기인 1925년 6월10일 이 집을 매입했다.

2002년 8월27일 민씨의 후손 일곱 명에게 공동 상속되었지만, 세금을 체납하는 바람에 2009년 2월 종로세무서에 지분 전부를 압류당했다. 결국 한국자산 관리공사(kamco·캠코)는 이 땅과 집을 공매로 내놓았다. 한국감정원이 2008년 5월30일 평가한 감정 금액은 78억6천1백33만1천2백원이었다. 한국감정원은 '(이부동산은) 금융연수원 서쪽에 위치해 있고, 주위에는 국가 주요 시설물(청와대)과 일반 단독 주택이 혼재한 주택가로 대중교통 이용이 다소 불편하다'라고 평가했다.

2009년 2월, 최종 낙찰가는 40억1천만원이었으며, 낙찰자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었다.감정가보다 절반(51.01%)이나 싸게 매입한 셈이다. 홍회장은 이후 이 전통 한옥을 개량(리모델링)했다. 이 집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소식통은 "홍회장은 이 한옥을 문화센터나 재단 사무실 등으로 활용하려고 리모델링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청와대가 홍회장이 이 집을 매입해 리모델링한다는 사실을 이미 오래 전에 인지했음에도 수수방관하다가, 뒤늦게 다른 국유지와 맞바꾸는 '교환' 형식으로 매입했다는 점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대통령실 경호처(청와대)는 2011년 2월11일 홍회장과의 '교환' 형식으로 이 땅과 집을 매입했다.

그렇다면 왜 '교환' 형식으로 매입했을까.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에는그 부동산을 매입할 만한 예산이 없었다.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되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국회 예산을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다급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경호와 보안 문제를 고려했을 때, 이 집은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바로 옆에 청와대가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홍회장이 추진했던 한식 등 전통문화와 관련된 문화센터나 재단 사무실 등이 들어올 경우, 자연히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청와대 경호 문제가 더 힘들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리모델링이 끝나기는 했지만 뒤늦게라도 매입할 수밖에 없었다. 홍회장이 낙찰받았던 낙찰가(40억 1천만원)보다 비싼 76억원대의 국유지와 교환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홍회장과 교환한 국유지가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서울 시내에 있다"라고만 짧게 언급했다. 하지만 < 시사저널 > 취재 결과 홍회장이 청와대와 교환한 땅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35의 32·33번지로 확인되었다. 이 땅은 경복궁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는데 35-32번지는 3백61.2㎡(약 1백9평), 35-33번지는 2백52.3㎡(약 76평) 규모이다. 현재 홍회장은 이곳에 건물을 신축하고 있는데 대량의 조선시대 창의궁 유적이 발견되었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교환'일 경우 교환 대상 재산의 25%까지 차액을 인정한다. 따라서 홍회장의 낙찰가 40억1천만원보다 25% 많은 50억원이나, 25% 적은 30억원 정도로 교환하면 적정한 셈이다. 그런데 홍회장이 이 집을 이미 리모델링한 상태였기 때문에 추가로 매입 비용이 더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의 늑장 대응으로 인해 국민의 혈세만 더 투입되었다"라는 비난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홍회장이 그곳을 매입해서 리모델링하기 전에 청와대가 먼저 매입했다면 그렇게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교환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확인차 방문했다가 검문소에서 제지당해

청와대는 이 부동산을 매입한 후 그 활용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곳(삼청동 145의 20번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검토한 결과,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이후부터 대통령 취임식 직후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까지 임시로 거처할 수 있는 안가로 활용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당장 올해 대선일인 12월19일부터 내년 대통령 취임식 날인 2월25일까지 60여 일 동안 머무를 곳이라는 이야기이다.

취재진은 '삼청동 안가'를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이곳을 방문했으나, 안가 입구에 설치된 검문소에서 번번이 제지당했다. 이곳 검문소를 지키는 청와대 직원은 "무슨 일 때문에 오셨느냐? 이곳은 보안 시설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라며 출입을 통제했다. 검문소를 통과하면 '삼청동 안가'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이 사는 다른 주택이 한 채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주택에 사는 주민이나 그 주민과 관련된 사람들만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늑장 대응으로 인한 혈세 낭비뿐만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인이 '고작' 60일 정도 거주하는 별도의 안가를 마련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식 직후 청와대로 들어갈 경우, 안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숙제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 때까지 5년 동안 텅텅 비워둘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여야 정치권의 의견을 사전에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당선인 안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논란을 일으킬 만한 요인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대통령 당선인을 위한 별도의 안가에 대해 논의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청와대가 정치권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을 한다"라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하다. 더군다나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이후 거처할 곳으로 '내곡동 사저'를 비밀리에 추진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사실에 비추어보았을 때, 현재 은밀히 추진되고 있는 대통령 당선인이 거처할 '삼청동 안가'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비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삼청동 안가'와 관련해 대통령실 경호처 관계자는 5월4일 "삼청동 시설이 다중이용되었을 경우 경호 경비 문제가 발생되기 때문에 (홍석현 회장으로부터) 매입하게 되었으며, 아직 시설 활용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내곡동 사저'와 '삼청동 안가'의 공통점과 차이점

2011년 10월, 민주당 의원들이 내곡동 사저 부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 시사저널 > 은 지난해 10월8일, 이명박 대통령이 2012년 2월25일 퇴임한 이후 거주할 '내곡동 사저' 기사를 특종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현재 청와대는 오는 12월19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당선인이 당선 이후부터 내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식 날 오전까지 머무르게 될 '삼청동 안가'를 추진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내곡동 사저'와 '삼청동 안가' 추진 과정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청와대가 '내곡동 사저'와 '삼청동 안가' 모두를 비밀리에 추진했다는 점이다. '내곡동 사저'의 경우, 이대통령이 퇴임 이후 서울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세간의 관측을 빗나가게 했다. '보안 문제'를 이유로 청와대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과정 일체를 비밀에 부쳤기 때문이다. '삼청동 안가'역시 청와대 예산을 책정하는 국회에서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프로젝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12월 대선을 앞둔 올해 하반기쯤 (삼청동 안가를) 어차피 공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청동 안가 부지를 매입한 시점이 지난해 2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비밀 유지 기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청와대가 '내곡동'이나 '삼청동' 부지를 편법 매입한 행태도 유사하다. 내곡동 사저는 대통령실 경호처와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내곡동 부지 일부를 공동 매입하면서 갖가지 의혹을 낳았다. "왜 사저 부지를 청와대와 대통령 아들이 공동 매입했느냐"라는 의문과 지적이 잇따랐다. 검찰은 현재 대통령실 경호처와 시형씨가 사저 부지를 54억원에 공동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형씨는 실제보다 싸게 사저 부지 일부를 매입한 반면 경호처는 왜 실제보다 비싼 값을 치렀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그런데 삼청동 안가 역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대통령실 경호처가 '교환' 형식으로 매매를 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거래라기보다는 편법 거래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내곡동 사저'와 '삼청동 안가'를 추진한 과정에는 '내곡동 사저' 파문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지난해 10월 사퇴한 김인종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이 그 중심에 있다. 내곡동과 삼청동 부지 모두를 대통령실 경호처에서 매입했기 때문이다. 삼청동 안가는 지난해 2월에, 내곡동 사저 부지는 지난해 5월에 각각 매입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내곡동 사저'는 이대통령이 퇴임 후 직접 거주할 목적으로 추진된 반면 '삼청동 안가'는 차기 대통령 당선인을 위한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김지영 기자 / young@sisapress.com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