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청와대 향해 "날 보호해 줘야지"

입력 2012. 4. 25. 08:50 수정 2012. 4. 25. 08: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파이시티, 최시중·박영준에 로비]

MB정권 최고실세

검찰 소환에 절박한 위기감

당혹감 휩싸인 청와대

"설마 그런 말씀 했을까"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파이시티 사업과 관련해서) 돈(을 받는 것)은 전혀 생각할 수도 없는 일… 그와 관련된 것으로 돈을 주고받았다는 건 천만의 말씀"이라며 금품수수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23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브로커) 이아무개씨가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나한테 지원을 해줬다. 엠비(이명박 대통령)와 직접 협조는 아니라도, 내가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씨에게서 돈을 받긴 했는데 파이시티 사업과 관련한 돈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루 사이에 나름의 검토를 거쳤을 법한 최 전 위원장의 이런 태도 변화는 대가성을 부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씨에게서 받은 수억원을 대가성 없는 정치자금(대선자금)으로 규정해 당장의 무거운 처벌을 피하고, 그 돈의 최종 수혜자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구명의 길까지 열어두려 한 셈이다. 최 전 위원장은 24일에는 여권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대선자금 문제를 건드린 데 대한 여권의 비난을 두고 "나를 보호해줘야지…"라며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검 중수부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는 이명박 정권 최고 실세의 절박한 위기감이 선연하다. 아울러 청와대 등 여권에 대한 분명한 신호이기도 하다.

청와대도 최 전 위원장의 이런 발언에 당혹감에 휩싸인 듯하다. 최 전 위원장이 청와대를 향해 '나를 보호하지 않으면 어떤 일을 벌일 수 있다'고 협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청와대 내부에선 그의 진의가 보도 과정에서 잘못 전달됐을 것으로 애써 설명하려는 이들이 많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분은 현 정권을 만든 분이고 어른으로, 설마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싶다"며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도 감정이 격해서 그랬지, 본심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안에선 최 전 위원장이 '불법 대선 자금 폭로'를 무기로 청와대에 자신을 건드리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최 전 위원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 등과 함께 '돈줄 원로 3인방'에 속해, 이 대통령 대선 자금의 실체를 낱낱이 알고 있는 사람으로 꼽힌다. 그가 입을 연다면 청와대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까지 불리며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인 최시중 전 위원장이 마치 청와대를 '협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최 전 위원장이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섭섭함도 묻어난다. 최 전 위원장은 이 대통령과 동향인 포항 출신이자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친구다. 그야말로 이 정권을 만든 실세 중의 실세로, 방송통신위원장을 연임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다.

이 정권에서 누구보다 많은 것을 누린 그가 하루아침에 청와대를 배신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정치권에선 '엠비 측근' 그룹의 본질적 한계를 거론하기도 한다. 이념이나 가치로 뭉친 '동지적 관계'가 아니라 이득과 이해관계로 결합한 '동업자적 관계'라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교동계, 김영삼 전 대통령과 상도동계처럼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동지로 맺어진 게 아니라 이권과 자리를 매개로 맺어진 사이여서 언제든 매몰차게 등 돌릴 가능성이 있는 관계였다는 것이다.

김태규 안창현 기자 dokbu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검찰 "나오면 나오는대로" MB 대선자금 수사 예고?승무원 배꼽보여' 트윗에 조현민상무 '명의회손'초등동창 정몽준·박근혜, 옛날엔 테니스도 쳤는데…"박근혜, 경선룰 고치려다 2002년 탈당했으면서…"강남 여의사 집에 현금 24억 쌓아놓고 탈세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