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MB맨들
"이 정권이 끝난 뒤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우리 정권에 대한 '노스탤지어'(향수)가 올 것이다."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서울 종로에 공천 신청해 새누리당 조윤선 의원과의 경선을 앞두고 있는 그는 "정권심판론을 정면돌파해야 대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종로까지 야당에 내준다면 대선에서 청와대 안방을 내주는 모양이 될 것 같아 출마를 결심했다"며 "(이 대통령을 만나) 정권의 부채와 자산을 안고 승부해보겠다고 말했더니 이 대통령도 '선거는 나가면 꼭 이겨야 한다'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4·11 총선 공천 신청서를 낸 MB맨들은 당당하다. "이것저것 다 누린 사람들"로 보는 당 안팎의 눈총이 크지만, 이명박 정부는 실패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했다는 것이다.
대구 중·남구에 도전하는 박영준 전 국무조정실 국무차장은 "야당·언론이 저를 95번 이상 공격했지만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다"며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친이 공천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 신청자 면접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처럼 말한 뒤 "이명박 정부가 잘한 것도 평가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20일 CBS 라디오에서는 국무조정실 차장 시절 인사전횡 의혹과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업체인 씨앤케이 개입 의혹에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 나더라"라며 부인했다. 그는 "대구에 갔더니 오히려 정말 일할 만한 사람이 왔다고 평가하더라"라고 자신했다. 이어 '무소속 출마하는 거냐'는 질문에 직답은 피한 뒤 "대구 시민들의 판단을 받아야죠"라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수장이었던 정운천 전 장관도 전북 전주 완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 방송에) 대법원 판결이 나왔고, 사과 방송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석패율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지역주의 피해자로 매김했다.
'용산 참사'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1일 공천 신청 면접 후 기자들에게 "행인과 차량 사이에 무차별적으로 화염병과 염산병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강력한 법집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북 경주에 나서고 싶어 한다.
친이계 핵심 이재오 의원은 서울 은평을 지역구 단수후보다. 다른 예비후보들이 곁눈질하지 못하고 있어 공천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은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명성산. 왕건과 궁예의 운명을 갈라놓은 산. 처절하게 죽은 궁예와 그 신하들의 통곡은 명성산이 되었다"는 글을 올렸다. 산행 직후 올린 이 글은 친이계가 왕건처럼 승자가 될지, 아니면 궁예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을지 갈림길에 서 있다는 의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공천 신청을 한 이상 수비보다는 공세로 나가는 것이 전략상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임기 중에 대통령 친위부대가 '낙천·폐족'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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