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찾아 탈북했는데…" 3년째 중국서 감금 왜?

중앙일보

국군포로 가족 5명을 포함한 탈북자 11명이 중국 베이징(北京)과 선양(瀋陽)의 우리 총영사관에 3년 가까이 갇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탈북 후 한국으로 오기 위해 우리 공관에 들어갔으나 중국의 봉쇄조치에 막혀 사실상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우리 해경을 살해해 구속된 중국 선원 10여 명과 탈북자들을 맞바꾸자는 요구까지 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20일 이들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중국 당국이 출국심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탈북자들에게 '한 번 들어가면 한국행은 불가능하고 수년간 바깥으로도 못 나온다'는 인식을 심어 줘 추가로 공관에 진입하는 것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11명 중에는 2002년 국군포로인 아버지(백종규씨)의 유골을 갖고 탈북한 뒤 2004년 한국행에 성공한 백영순(55)씨의 동생 백영옥(47)씨와 그 아들딸 등 3명과 다른 국군포로 가족 2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자유를 찾아 탈북한 이들이 수년간 좁은 건물 안에 갇혀 지내는 비인도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상회담에서 문제 제기를 했는데도 중국은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9일 중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주석에게 이들의 한국행을 요구했고, 중국 측은 '우선 베이징 총영사관 내의 국군포로 가족 3명의 출국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측은 이들에 대한 출국심사를 진행하다 최근 중단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신 중국은 다른 정부기관을 통해 지난해 12월 서해상에서 불법조업 중 우리 해경을 살해해 구속된 중국 선원들과 2010년 12월 불법조업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뒤 1년 넘게 영안실에 방치돼 있는 중국 선원의 시신 인도를 탈북 국군포로 송환과 연계해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민과 다름없는 탈북자와 범법자인 중국 선원들의 맞교환을 요구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우리 공관으로 진입한 탈북자들의 (제3국 경유) 한국행을 허용했던 중국이 2009년 여름 이후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주선양 일본 총영사관에 머물던 탈북자 2명(재일동포의 친척)의 출국을 2년8개월 만에 허용하면서 "다시는 탈북자들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일본 외무성의 각서를 받기도 했다.

 정부는 중국의 경직된 탈북자 대책이 중장기 대(對)한반도 전략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고조되고 북한의 급변사태가 거론됐을 때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북한의 붕괴를 막는 것이 중국의 국가 이익'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대신 대북 개혁·개방 압박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듬해 중국은 김정일의 방중(5월) 때 김정은 세습을 인정했고, 천안함·연평도 도발 때도 노골적으로 북한을 편들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공조에서도 한 발짝 빠져 있는 형국이다. 북한의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탈북자 처리에 대한 중국의 강경노선도 그 연장선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정부가 19일 중국에 대해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의 준수를 촉구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군 위안부와 독도 문제로 대일 외교가 꼬인 상황에서 대중국 외교경색까지 감수하며 탈북자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이 상태로 갈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20일 탈북자의 강제 북송은 인도주의에 어긋나고 국제난민협약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화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탈북자 문제와 관련된 중국 정부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종전에 비해 변화가 없는 셈이다.

김수정 기자 s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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