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터놓고 톡]'친노의 부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12. 2. 1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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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의 부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무현의 가치가 시대정신" vs "野 집권 위한 브랜드 마케팅"

[동아일보]

《 '정치의 해' 2012년을 맞아 '노무현'이 다시 논쟁의 한가운데에 섰다. 한명숙 대표 등 친노(친노무현) 세력은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당권을 장악하며 정치적으로 부활했다. 2007년 대선에서 531만 표 차로 대패한 뒤 스스로를 '폐족(廢族)'이라 부르며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 지 5년 만이다. 성장보다 분배와 지방균형발전 등을 강조했던 '노무현적 가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도 앞다퉈 복지정책을 쏟아내는 양상이다. 이를 두고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정치세력과 가치가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데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친노의 부활'이란 정치적 현상과 의미 및 한계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평가와 분석을 소개한다. 》

■ "이래서 환영한다"

친노 세력 부활에 따른 '노무현적 가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우선 그 핵심 가치로 △소통과 참여 △지역균형발전 △탈권위 △지역주의 타파 △분배와 양극화 해소 등을 꼽는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기존의 자본주의적 해법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 노무현적 가치가 더욱 주목받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노무현적 가치의 부상, 왜?

노무현 가치의 부상은 무엇보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에 기인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시민사회비서관 등을 지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대통령의 권위적인 불통(不通) 리더십과 상위 1% 중심 국정운영에 대한 분노로 그와 대조적 가치를 지닌 노 전 대통령의 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극화가 심해진 현실은 노무현 정신의 확산에 불을 댕겼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가 방향을 잃은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이 고민했던 양극화 해소와 분배가 지금 대중의 요구와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 등 신자유주의를 견제하는 세계적 시류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 새누리당까지 경쟁적으로 좌클릭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한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를 강조한 정강정책을 내놓았다.

노 전 대통령이 강조한 소통과 참여는 2012년 정치권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인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청춘콘서트로 사회적 소통을 강조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소통과 참여의 가치는 노 전 대통령이 원조 격"이라고 말했다.

○ 탈권위 리더십과 특권 철폐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노 전 대통령은 쉬운 말로 국민과 어울리고 뒹구는 참여 정치를 했다"며 "서민에게는 낯선 '윗분들의 정치'를 땅바닥으로 내려놓은 탈권위 리더십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열풍을 일으키는 정치 풍토와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노 전 대통령의 '기득권 내려놓기'도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특권이던 국가정보원 수시 보고를 받지 않는 등 자신의 특권부터 철폐했다"며 "현재 민주통합당이 추진하는 경제민주화와 검찰개혁도 특권 철폐의 연장선상"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수도 건설로 상징되는 지방균형발전은 노무현 정부가 최초로 제기한 이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낳았으나 수도권 중심주의 사고를 깼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월 출범하는 세종시는 노 전 대통령 대선공약의 결과물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낸 이수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도시와 농촌, 중앙과 지방이 함께 잘살아야 한다'는 공동체 정신은 노무현 정부의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 친노 부활은 지역주의 타파 계기

친노 세력의 부활은 지역주의 타파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대 총선에서 여권의 텃밭으로 여겨진 부산·경남(PK)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친노 세력의 활약은 한국 정당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이사장과 민주통합당 문성근 최고위원,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등 친노 핵심 세력이 새누리당과의 '낙동강 전투'를 벼르고 있다. 친노 직계는 아니지만 대구에 출사표를 낸 김부겸 최고위원도 노무현 정신 계승을 선언했다.

현재 친노 세력은 정치적 외연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친소관계로 친노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철학과 가치를 따르는 사람들을 광의의 친노로 보려는 것이다.

■ "이래서 문제있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친노의 부활'이란 현상은 인정하면서도 그 실체와 정치적 배경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좌파가 2007년 대선 패배 후 스스로 '정치적 금기어'로 설정한 '노무현'을 총·대선을 앞두고 다시 끄집어낸 '선거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집권을 위한 정치적 수사

일부 전문가들은 민주통합당이 주장하는 노무현적 가치의 승계를 '노무현 마케팅'으로 규정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추진에서 보듯이 민주당 안팎의 친노 세력은 노무현적 가치의 재건보다는 재집권을 위해 '친노'라는 정치적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창당과 해체 등 한국 정치에 온갖 파열음과 분파주의를 조성했고 스스로를 폐족으로 칭하며 역사에서 사라졌던 상황에 대한 별 설명과 반성도 없이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촉발된 '노무현 향수'에 기댄 정치적 수사라는 것.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살아남으려고 '노무현'이란 가치와 선긋기에 바빴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정치세력을 키우기 위해 '노무현 신화'를 만들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현재 진짜 친노라고 부를 수 있는 세력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정도"라고 말했다.

○ 실체 없는 노무현적 가치

노무현적 가치에 대해서도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정치는 가치와 시대정신을 정책과 대안이란 그릇에 담아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요즘 친노 세력은 노무현적 가치만 주장할 뿐 2012년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맞게 어떻게 담아내겠다는 정교한 방법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 배경에 한국 좌파 특유의 도덕적 우월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고 봤다. '방향만 옳다면 방식은 상관없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통합당은 2일 대학 미진학 청년에게도 평균 반값등록금 혜택에 해당하는 1200만 원을 주는 내용의 '보편적 복지 3+3'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 정책이 포퓰리즘이라면 그런 지적을 감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이 말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복지를 강조하는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정작 이를 위한 핵심인 재원 마련 청사진과 재정건전성 유지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용철 교수도 "친노 세력은 노무현 정부의 가치를 계승하겠다면서도 최소한의 방법론과 로드맵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노무현도 이명박도 아닌 시대정신 제시해야

김형준 교수는 "친노 세력은 10년 전에 나온 '노무현의 가치'를 말로만 되뇔 것이 아니라 '합리적 노무현' '겸손한 노무현'으로 거듭나야 지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TV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도 휴지기를 갖고 자기 혁신을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강석훈 교수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붕괴를 거친 2012년은 분배냐 성장이냐 하는 이분법적 논리보다 더욱 복잡한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며 "노무현과 이명박을 뛰어넘는 새로운 명제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2년의 노무현과 2007년의 이명박을 넘어 2012년에 걸맞은 시대정신과 가치를 고민하라는 주문이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복지 이슈에 대한 관심은 노무현적 가치의 재조명이란 측면도 있겠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전 세계적 현상에 가깝다"며 "정치적 논쟁보다는 복지 등 2012년의 시대적 요구를 어디까지 어떻게 수용할지에 대한 냉정한 계산과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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