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을 열어갈 그대들에게..'민주화 큰별'이 남긴 마지막 당부
[한겨레] 김근태 별세(1947~2011)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최선을 다해 참여하자.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블로그에 이제는 검은색의 조화가 붙었다. 김근태는 갔지만 그의 메시지는 남았다.
그가 블로그에 마지막으로 남긴 글의 제목은 '2012년을 점령하라'이다. 지난 10월18일 몸 상태가 악화되기 직전에 쓴 글이다. 아랍의 봄, 미국 월가 점령 운동 사태 등이 벌어지는 원인을 사회적 불평등과 정의롭지 못함, 미국식 신자유주의 확산에서 찾으며, 그 나름대로 해결 방안을 모색한 글이다. 마지막 부분이 이렇게 끝난다.
"미국보다 금융이 정치에 비해 권력이 강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굳이 증권사가 많은 동여의도를 점령할 필요는 없다. 국회가 있는 서여의도, 청와대가 있는 종로를 점령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운 좋게 내년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김근태 고문은 극단적인 사람이 아니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과 싸울 때, 1980년대 전두환 정권과 싸울 때도 '현실적 대안'을 늘 고민했다. 결정적인 순간 그는 혁명보다 개혁을, 투쟁보다 참여를 선택했다. 1995년 정치에 입문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여당 의원을 할 때 '민주적 시장경제', '복지 확대를 위한 추가적 경제성장' 등 실현 가능성이 있는 정책을 고민했다.
김근태 고문은 2년 전 작은 규모의 공부 모임을 꾸려 이끌었다. 경제, 금융, 외교, 안보, 교육, 노동 등 광범위한 분야를 섭렵했다. 그가 열심히 공부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민주진보세력'이 정권을 잃은 것은 국민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실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둘째, 민주진보세력이 지금처럼 실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명박 정권 실정의 반사이익으로 다시 집권하면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근태다운 걱정이었다.
9월19일 블로그에 올린 '일본을 생각한다'라는 글의 마지막 대목도 그런 의미에서 새겨볼 만하다.
"문제는 민주당이다. 솔직히 이명박 정부는 민주당 10년의 민심이반으로 탄생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외환위기 극복 등의 여러 이유로 신자유주의가 한국에 깊이 뿌리내리게 되었음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러한 반성과 성찰 속에 집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비전과 대안이 명확하지 않은 채 반엠비 정서 덕분에 정권을 잡는다면 다시 정체와 좌절이 찾아올지 모른다."
김 고문은 11월 말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뇌정맥혈전증 치료를 받았으나 치료 도중 뇌출혈이 찾아와 위기를 맞았다. 병원 쪽은 '시간이 걸려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족들은 그가 회복할 것이라고 믿었다. 12월10일에는 그의 딸 병민(29)씨의 결혼식도 치렀다. 그러나 지난 27일 갑자기 여러 장기의 기능이 동시에 떨어지면서 회복 불능 상태에 빠졌고, 30일 새벽 5시31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이 때문에 김 고문은 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유언조차 남기지 못했고, 그가 블로그에 쓴 글이 그대로 그의 정치적 유언으로 남게 됐다.
김 고문의 장례는 '민주주의자 김근태 사회장'으로 치른다. 영결식은 1월3일이며, 장지는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이다. 그는 생전에 이곳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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