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단어]가카
"'가카'요? 일단 들으면 한숨만 나오는 절망의 상징입니다."(직장인 문학동씨·32)
"'가카'는 불통의 반어법이죠. 대통령의 권위를 비꼬면서 우리의 의견도 소중하다는 의미로 쓰는 것 같아요."(대학생 김모씨·24)
올해의 유행어 중 하나가 '가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물론 블로그와 포털사이트 토론방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현직 판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SNS 검열을 비판하며 '가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가카'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을 뜻한다.
'가카'란 말이 쓰인 것은 이 대통령 집권 초기부터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한 촛불집회 때 과잉진압을 풍자하면서 '가카'란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시작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가카'가 대중화되는 데 기름을 부었다. 출연자들이 내건 구호가 '가카 헌정방송'이었기 때문이다. <나꼼수>가 한 달에 다운로드 2000만건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누리면서, '가카'도 보통명사처럼 쓰이게 됐다.
권력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데 수많은 단어들이 있을 텐데 왜 유독 '가카'일까. 여기에는 올해 잇따른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초 이 대통령이 아들 시형씨 명의로 내곡동에 사저 부지를 사들인 사건이 터졌다. 그러자 인터넷에서는 찬송가를 패러디한 '내곡동 가까이'가 유행했고, 나중에는 '내곡동 가카집'이란 캐럴이 나왔다.
현재 수사 중인 주요 사건도 '가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이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보좌관 박배수씨(46)가 SLS그룹 등에서 7억5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이 의원실에서는 뭉칫돈 차명계좌까지 나왔다.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도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4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시민사회 의견을 듣지 않고 4대강 사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것도 '가카'의 유행에 큰 몫을 했다. '가카'란 결국 불통정권에 대한 '비꼼'인 셈이다. 불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정부의 무능을 탓할 때도 시민들은 '가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이 대통령의 생일인 지난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발표가 나오자 누리꾼들은 "가카 생일파티 하느라 김정일 사망을 몰랐느냐"며 대북 정보력 부재를 비꼬았다.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 '친서민 정책'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같은 화려한 '수사(修辭)'를 구사해왔지만 실제로는 그에 반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도 역설적으로 '가카'의 인기 요인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43)는 "원래 '각하'라는 말이 이승만 전 대통령 때부터도 존경의 의미보다는 풍자의 의미가 강했다"며 "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소통이 안되는 사람이고 권위주의 시대 인물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가카'라는 풍자적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향미·박은하·이종희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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