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nterview>"TPP는 日 위기탈출 기회..성공땐 '9회말 홈런'"

이미숙기자 2011. 11. 1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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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에야 요시히데 日 게이오大 동아시아연구소장

일본의 지식인들은 요즘 의기소침해있다. 일본의 장래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으로 얘기한다.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증상이 더 심해졌는데 국내파든 국제파든 예외가 없다. 그런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14일 미국 하와이에서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선언을 했을 때 이들은 모처럼 환호했다. 노다 총리의 깜짝 선언 직후 만난 소에야 요시히데(添谷芳秀·56) 일본 게이오(慶應)대 동아시아연구소장도 그랬다. 그는 이날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일본의 TPP 참여선언은 개방을 통해 복합위기에 빠진 일본을 살리기 위한 묘책"이라고 평가했다. 소에야 소장은 12~13일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 주최로 열린 일본의 위기 세미나 참석차 방한했는데 "아무도 노다 총리가 그런 결단을 하리라고 생각지 못했다"면서 얘기를 시작했다.

― 세미나 주제가 '일본의 위기'인데, 일본지식인으로서 좀 불편한 주제 아닌가.

"일본은 위기상태다. 3·11 대지진 이후 그 위기는 정치에서 경제, 사회, 에너지, 핵 위기로까지 번지면서 일본은 위기 속에 빠져 있는 상태다. 객관적으로 일본의 모든 시스템, 즉 정치·경제·연금 시스템이 부적절하다는 것이 판명됐는데도 대안은 여전히 희뿌연 상태이다. 우리는 TPP가 일본의 위기탈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일본이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했는데 그중에서도 심각한 것은.

"가장 심각한 것은 정치위기, 리더십 위기다. 지난 5~6년간 일본에는 6명의 총리가 재임했는데 앞의 3명은 자민당, 뒤의 3명은 민주당 출신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아소 타로(麻生太郞) 등은 자민당의 마지막 세 총리인데 그들은 자민당이 권력을 잃는 과정을 보여줬다. 이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 나오토(菅直人), 노다 등 3명은 민주당의 새로운 권력 형성기에 출현한 총리다. 일본의 정치가 엉망인 것은 사실이지만 앞의 3명과 뒤의 3명은 질적으로 다르다. 민주당 출신의 첫 총리 하토야마는 동아시아 공동체론을 제시하는 등 신선했으나 일·미관계에서 불안정한 정치를 선보였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간은 주류정치인으로 자리 잡는데 실패했고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이후 국가리더로서 자신의 입지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하토야마는 총리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면 간은 총리가 안 해야 할 일을 한 셈이다. 이들에 비해 노다 총리는 조금 낫다. 하토야마나 간에 비해 적극성은 떨어지지만 현실주의적 관점은 있다."

― 그런 노다 총리가 TPP참여선언을 해 많이 놀랐다.

"어떻게 보면 그게 노다 리더십이다. TPP에 대해 민주당은 물론 자민당도 의견이 갈라져 있는 상태였는데 노다 총리가 참여를 선언해 나도 놀랐다. 노다 총리는 개방 외에 대안이 없다.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일본은 그간 10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했으나 그 중 큰 나라는 없다. TPP가 성공한다면 '9회말 홈런'같다고 할까. 일본이 그간 잃어버린 모든 기회를 회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노다 총리의 결정은 대단한 것이다. 용기와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대단하다. 물론 협상은 아주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 TPP의 외교적 함의는.

"TPP는 일본을 좀 더 열린 지역주의로 이끄는 전략이 될 것이다. 과거의 정책은 일본을 미래로 이끌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다. 3·11 대지진 이후 간 총리는 일본을 미래로 이끌기 위한 정책전환에 실패했는데 노다 총리의 TPP참여선언은 일본을 재조직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도호쿠(東北)가 농업지역이라는 점을 들어 TPP가 도호쿠의 재건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난센스다. TPP는 3·11 대지진 이후의 상처를 더 빠르게 회복시킬 것이고 일본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 TPP가입이 한·일 FTA협정에 앞설 것이라고 보는가.

"그건 한·일 양국의 의지에 달렸다. TPP협상에 농업문제 등이 어떤 수준으로 합의되느냐에 따라 한·일 FTA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TPP에 농업문제가 많이 빠질 경우 한·일 FTA협상은 농업문제로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좀 더 미세하게 보면 일본의 농수산업보다 한국의 중소기업 및 부품산업문제가 더 민감할 것이다."

― TPP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로 진행되고 있는데, 미·일동맹에 미칠 영향은.

"하토야마 총리 시절 후텐마(普天間)기지 문제로 미·일관계가 불편했는데 TPP는 그런 분위기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줄 것이다. 그렇지만 직접적 영향은 없다."

― 중국은 TPP가 미·일에 의한 중국 포위전략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데.

"TPP는 가입기준이 높기 때문에 중국이 참여하기 힘들 뿐이지 어느 나라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야말로 FTA를 정치적 고려 속에서 맺어온 나라다. 중국은 그간 동남아국가와 FTA를 체결하면서 경제적 고려보다 정치적 고려를 더 해왔다. 중국이 TPP에 가입하려 한다면 그것은 점진적으로 중국이 개방 쪽으로 향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것을 슬기롭게 이용하면 중국이 지속적으로 자유화하면서 경제동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한국은 일본의 민주당 정부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는데 독도와 교과서문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하토야마 정부 때 국가방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는데 어느 위원도 독도문제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20회 이상 회의에 참여했지만 내각차원에서도 독도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제안도 없었다. 그런 만큼 독도문제는 일본의 내셔널 어젠다는 아니다. 이것은 국가방위보고서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 노다 시대 한일관계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노다는 기본적으로 한일관계를 향상시키려 할 것인데 그렇다고 큰 그림을 갖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하토야마와 달리 동아시아나 한국에 대한 큰 그림이 없다. 만약 큰 그림이 있다면 한일관계가 왜 중요하고, 한·일 간의 중요이슈, 독도 등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할 것인데 그런 움직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현상유지정책으로 갈 것이다."

― 일본의 정치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일본 총선이 2년 뒤인 2013년에 있다는 점이다. 노다체제가 유지될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때까지 민주당 정권은 유지될 것이다. 2년여의 개혁시간이 남아 있는 셈인데, 노다 총리는 소비세 문제를 총선 전에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총선이 실시된다고 해도 자민당의 복귀는 어려울 것이다. 모두 다 싫어하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들은 민주당이 좋아서 지지하는 게 아니다. 일본인들은 자민당에 완전히 신물이 난 상태다."

◆ 소에야 요시히데 = 한·일 양국이 세계의 미들 파워국가로서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일본의 정치학자. 게이오대 정치학과 교수겸 동아시아 연구소장. 소피아대 졸업,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 박사. 일본정부방위위원회 위원 역임. '일본의 미들파워 외교-전후 일본의 선택과 구상' 등의 저서가 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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