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 유시민, 뜻밖의 '대구 선전' 두고 설왕설래

2008. 4. 13. 12: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일리안 김현 기자]

◇ 유시민 통합민주당 후보가 지난 총선기간 유세차량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9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낙선사례 동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이 동영상은 13일 현재 13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보이고 있다.

총선 다음 날인 10일 촬영된 유 전 장관의 동영상엔 대구 지산사거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을 향해 낙선 인사를 하고 있는 유 전 장관의 모습이 담겨있다. 유 전 장관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밝은 웃음을 지으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든다. 지나가던 일부 시민들은 유 전 장관을 찾아 악수를 나누기도 한다.

그간 선거유세 탓인지 목이 쉰 유 전 장관은 동영상에서 "어제(9일) 밤에 낙선한 기호 7번 유시민입니다. 대구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 잊지 않겠습니다. 기호 7번 유시민을 기억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32.6%(2만2990표)를 얻는 데 그쳐65.4%(4만6078표)를 득표한 이 지역 현역의원인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에게 패했다.

유 전 장관이 비록 주 의원에게 패해 낙선했지만, 정치권에선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 불렸던 유 전 장관이 선거캠프를 차린 지난 1월만 하더라도 10% 미만의 극히 낮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불과 100여일 만에 30% 이상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상당한 정치적 기반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층이 가장 많은 지역구 중 하나인 수성을에서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 전 장관의 득표율은 대권주자였던 정동영(5.5%) 노무현(17.4%) 김대중(12.0%) 후보와 지난 17대 총선에서 탄핵열풍을 타고 출마했던 열린우리당 윤덕흥(21.7%) 후보가 얻었던 결과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정치권에선 유 전 장관의 선전에 대해 최근 대구지역에 확산됐던 '반이친박(반이명박 친박근혜)' 정서 때문이라는 등의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퇴임한 노 전 대통령이 최근 '제2의 노풍'이라 불릴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 전 장관과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밀접한 관계인 탓이다.

유 전 장관이 자신이 2차례나 당선됐던 경기 고양 덕양갑을 버리고 대구 수성을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노무현 따라 하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도 이 같은 연유다.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은 1990년 1월 3당 합당에 반대해 김영삼(YS) 당시 민자당 대표와 결별한 뒤 YS의 텃밭인 부산에서 1992년 총선과 이듬해 부산시장 선거, 96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했다가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노 전 대통령은 또 99년 보궐선거에서 종로에 출마해 당선됐지만 2000년 16대 총선에서 지역구도 타파를 앞세우고 다시 부산에 출마해 낙선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무모한 도전에 감동한 사람들은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칭을 붙이며, '노사모'라는 자발적 팬클럽이 탄생시켰다.

유 전 장관의 대구 수성을 출마도 노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그랬듯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성격이 짙다. 유 전 장관도 비판론을 의식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선거유세 당시 인터뷰 등을 통해 "내가 이곳에 출마한 것이 우리 정치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고 은연중에 내비쳤다.

유연한 진보신당 창당을 계획하고 있는 유 전 장관은 향후에도 대구출마의 뜻을 시사했다. '바보 노무현의 길'을 계속 걷겠다는 것. 유 전 장관은 자신의 낙선이 확정된 9일 밤 지지자들을 위한 동영상 인터뷰를 통해 "또 한 번 기회가 온다면 더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앞으로 대구에서 머물며 대학 강연 등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유 전 장관의 도전에 힘이라도 실어주듯 노 전 대통령은 총선 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온 대구 시민들에게 "대구에서 오셨다고 하니 말씀드린다. 대구에서도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 전 장관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이번 총선결과에 대해 "진보와 보수는 선과 악의 개념이 아니고 삶과 세상을 대하는 서로 다른 태도이며, 한쪽에 너무 쏠려 있는 것보다는 공존하면서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김현 기자

- 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