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일상적인 여대야소를 만들려면 차라리 내각제 개헌을 해야"
정부의 개헌 시안 발표와 관련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일상적인 '여대야소'를 만들려면 내각제 개헌을 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8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FM 98.1 Mhz, pm 7:05-9:00, 진행 : 신율 교수)과의 인터뷰에서 "4년 중임제에는 동의하지만 (대통령과 국회의원) 동시 선거는 오히려 폐단이 많다고 본다"며, "(여대야소를 통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강조한다면) 차라리 유정회를 만드는 것이 낫다"고 꼬집었다. 노 의원은 "대통령 중심제에서 여소야대는 나름대로 견제와 균형, 그리고 중간평가의 의미가 있다"며, "지역주의를 완전히 극복하는 정치개혁을 하려면 개헌보다는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등을 통해) 선거구제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개헌 시안에 포함된 '대통령 궐위시에 관한 조항'과 관련해 노회찬 의원은 "(대통령의 공백 기간이 최장 1년 가까이 되는) 이런 상황은 지금처럼 복잡다단한 현실정치에서는 대단히 위험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 이하 방송 내용 #####
▶ 진행 : 신율 (명지대 교수/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출연 :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 노회찬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발의 포기+대선후보 개헌공약 제안을 환영한다"고 했는데?
사실상 내용은 많이 다르다. 나는 지난 1월 말에 이미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포기하고, 대신 5당 대표들이 2009년까지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개헌 내용을 공약으로 밝히자'고 제안한 바 있다. 명목상으로는 비슷하지만 오늘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은 여기에 조건을 하나 붙였다. 각 당의 대선후보 희망자들이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동시선거 연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약속하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방식은 비슷하나 내용으로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 노회찬 의원이 주장하는 개헌 내용은?
4년 중임제 대통령 선거 방식은 동의하지만 동시선거는 오히려 폐단이 많다고 본다. 그리고 지금 고쳐야 할 중요한 개헌 내용이 많다. 기본권이나 경제나 토지 공개념 문제 등 여러 조항을 포괄적으로 개헌해야지, 한 조항만 개헌하는 건 문제가 있다.
- 또한 노회찬 의원은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했는데?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의 취지는 일종의 정치개혁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정치개혁에서 대통령-국회의원 동시선거는 정치개혁의 핵심이 아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등을 통해 지역주의를 정치적으로 완전히 극복하는 정색정당 지형을 만들어나가는 게 정치 개혁의 핵심이라는 취지로서 정치개혁을 하려면 개헌을 할 게 아니라 선거구제부터 바꾸라는 것이다.
- 동시선거를 반대하는 이유는?
대통령이 동시선거의 이유로 든 것은 여대야소가 돼야 책임 있는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건데,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참여정부 하의 17대국회에서 처음으로 여대야소가 됐지만 국회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도 지금 임기도 채우기 전에 당이 붕괴하고 있다. 그런 걸 볼 때 노무현 정부가 실제로 검증한 바에 따르면 여대야소가 책임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여소야대를 극복하기 위해 동시선거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 스스로가 그렇지 않다는 생생한 증거를 보여준 것이다.
- 청와대 측에서는 "당시 여대야소 기간이 너무 짧고, 과반수를 겨우 넘었기 때문에 일이 잘 안 됐다"고 말하는데?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차리라 유정회 같은 걸 만드는 게 낫다. 그리고 평상적인 여대야소를 만들려면 내각제 개헌을 하는 것이 자동적으로 여대야소를 만드는 방법이다.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여소야대는 그 나름대로 견제와 균형, 그리고 중간평가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선거 시기를 일치시키는 게 낫다고 볼 수는 없다.
- '대통령 궐위시에 관한 조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되 국회의원 선거와 선거 주기를 억지로 맞추다보니 중도에 대통령이 사퇴하거나 궐위시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이다. 내가 볼 땐 이렇게 복잡하게 끌 문제가 아니다. 임기가 1년 이하일 경우 국무총리가 대신 수행하게 돼있는데,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그만두면 60일 이내에 선거를 하게 돼있다. 그렇다면 공백기간이 2개월인데, 지금 개헌시안에는 공백기간이 최장 1년으로 돼있다. 최고통치권자가 없는 상황이 이렇게 진행된다는 것은 지금처럼 복잡다단한 현실정치에서는 대단히 위험하다. 따라서 궐위시에 문제가 되는 건 억지로 4년 임기를 맞추려다보니 대통령이 없는데도 1년씩 기다려서 선거주기를 맞춰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돼버렸다.
- 청와대가 개헌안을 계속 밀어붙이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배경이 있을 것이다. 일단 대통령 특유의 오기 정치, 국민과 다수의 정치인이 반대하더라도 스스로 옳다고 믿으면 밀고 나가보려는 오기 정치의 측면이 있다. 그리고 실현 가능성이 낮은 걸 알면서도 밀어붙이는 건 개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렇게 대통령이 주도하는 정국이 목적이 아닌가 싶다. 개헌정국을 통해 대통령의 레임덕을 방지하고, 정치적 주도권을 잡고, 차기정권 재창출에 있어서의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정략적인 의도가 분명히 있다.
- 일부에서는 '개헌정국으로 빠지면 한미FTA와 같은 중요한 사안이 묻힐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금 우리나라에 산적한 현안 중 개헌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한미FTA와 같은 무리한 사업 추진이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나 부동산 가격 폭등 등 민생현안 문제를 그대로 둔 채 개헌 문제에 몰두하는 건 나라를 잘못 끌어가는 것이다.
- 개헌 정국에 빠지면 한미FTA가 묻힐 수 있다?
그렇다.
- '3월 말에 한미FTA 타결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정부가 애초에 시한에 쫓겨서 협상을 체결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는데, 지금 사실상 시한에 쫓겨서 하고 있다. 시한에 쫓기면 시한을 연장하든가 아니면 다음 정권에 넘겨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하는데 시한에 쫓겨서 8차협상까지 마무리되지 않은 걸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일괄타결하려는, 정치적 흥정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상당히 위험한 시도다.
- 대선후보들도 한미FTA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의 현안에 대한 입장 발표가 있어야 할까?
내가 그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까지 그 입장이 표명된 바가 있는데 그 입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 대선후보들의 반응은 어떤가?
한나라당은 이 문제에 대해 별로 할 얘기가 없는지 전혀 답변하지 않고 있다.
- 노회찬 의원은 이번 주말에 대선후보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인데?
내년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60년이다. 지난 60년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반성으로서 향후 60년간 우리나라가 어떻게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가 돼야 한다. 지난 세월의 책임이 큰 낡은 기득권 세력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는 변화를 민주노동당이 만들어내겠다.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고, 사회 양극화를 줄일 수 있고, 이라크 철군 등 평화를 추구하는 정당은 민주노동당밖에 없다. 반드시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는 승리를 만들어내겠다.
-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한 심상정 의원에 대해 평가한다면?
대단히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맹장 중 한 명이다.
- 민주노동당은 어떤 방식으로 대선후보를 뽑게 되나?
후보선출 방식은 이번 일요일에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결정하게 된다. 나는 당 대회 직전에 같은 장소에서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게 돼있다.
▶진행: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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