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폐지 논의 물꼬 반대여론 돌파가 관건

2005. 2. 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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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 폐지 논의의 물꼬가 터졌다.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형제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18일 국회 법사위원회에 상정됐다. 여야 의원 175명이 법안에 서명했다. 국회 차원의 사형폐지법안 법사위 상정은 처음이다. 15, 16대 국회에서도 발의는 됐으나 상정은 하지 못한 채 자동폐기된 바 있다.

◇본궤도에 오른 폐지논란=헌법재판소는 1996년 11월 사형을 규정한 형법 제41조와 제250조의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사형은 범죄에 대한 근원적인 응보방법이자 예방법’이라는 존치론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폐지론자들은 ‘사형은 인간존엄성을 침해하는 형벌’이라고 반박해왔다. 유의원이 발의안 폐지법안도 폐지론자들의 논리와 맥을 같이한다.

유의원은 법사위에서 ‘사형을 폐지하되, 범죄 예방효과 등 법익을 유지하기 위해 종신형을 도입하자’는 폐지법을 제안 설명했다. 그는 “국가권력이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라며 “범죄피해자가 느끼는 증오가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오판으로 사형당한 사람들의 억울함에는 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형 확정판결이 내려진 지 20시간 만에 8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된 74년 인혁당 사건을 대표적 폐해사례로 지목했다.

법사위는 제안설명후 폐지론 대 존치론의 논리대결을 들었다. 존치론자들은 “수백년된 제도인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열린우리당 정성호)고 주장했고, 폐지론자들은 “사형제가 존재한다고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민노당 노회찬)라고 반박했다.

◇어떻게 될까=국회 재적의원의 절반을 넘긴 175명의 여야 의원이 법안 발의에 서명했다. 폐지쪽에 추동력을 부여할 수 있는 규모다.

1차심의 권한을 갖고 있는 법사위 의원 15명 중 10명이 폐지에 찬성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사형제 폐지법안은 검사 출신이 주축인 법사위의 장벽에 걸려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매년 2개국 정도가 사형제를 폐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법사위는 일단 사형폐지법을 법안심사소위로 넘기는 등 논의의 프로세스를 밟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종적인 귀착점을 전망키는 아직 무리다. “사형제도는 있어야 한다”는 김승규 법무장관의 법사위 답변처럼 여야 내부에는 공히 반대여론이 엄존하고 있다.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 등의 여파로 인한 여론환경도 유리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폐지론자인 최재천 의원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바로 처리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면서 “일부 반대가 있기 때문에 상임위 차원에서 공청회를 열어 각계 여론을 수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용욱・조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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