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고압적요구..거의 뜯어갔다"

2003. 12. 1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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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나라 불법 대선자금 잇단 확인돈준 재벌 몇곳 더 있는듯유력후보에 보험들기 성격도이회창씨 "책임"무게 더해한나라당이 받은 불법 대선자금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에 비례해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가 져야 할 ‘책임’의 무게도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검찰은 9일 지난 대선 직전인 11월 이 전 후보의 최측근인 서정우 변호사가삼성그룹에서 100억원, 엘지그룹에서 150억원을 각각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밝혔다. 물론 은밀하게 전달된 것으로, 양쪽을 합치면 250억원이나 된다. 여기에이 전 후보의 고교 동창생인 최돈웅 의원이 에스케이에서 받은 100억원을 합치면,드러난 액수만 35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 액수가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엘지를제외하고도 ‘복수’의 기업이 한나라당에 불법 대선자금을 건넨 단서가 있어확인중”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엘지 이외에도 최소한 1~2곳 이상의 기업이 더있다는 뜻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가’기업으로 현대차를 비롯해 몇 개대기업이 거론되고 있고, 이들 기업이 건넨 액수를 모두 더하면 지금까지 드러난것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엘지에서 돈을 받는 과정에는 에스케이의 경우와 같이 최 의원이 등장하고,삼성이 건넨 돈의 전달과정에는 최 의원 이외에 한나라당의 또다른 중진급 의원이관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가 삼성에 추가 대선자금을 요구하기로 서변호사와 사전에 공모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최 의원과 김영일 당시중앙선대본부 총괄본부장에 이어 검찰의 ‘사정권’ 안에 들어선 인물이 하나 더나타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액수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돈을 걷은 수법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차라리‘뜯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액수를 미리 정해 돈을내놓으라고 요구하고, 범죄영화에나 나올 법한 ‘접선’을 통해 돈을 전달받은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그 시점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던이 전 후보 쪽에 ‘보험’ 성격의 돈을 갖다 바쳤다.

그 한 가운데에, 재조와 재야에 걸쳐 실력을 인정받았던 유명 법조인이 서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서 변호사의 활동을 잘 알고 있는 한 중견 변호사는 “검찰이한나라당의 대선자금과 관련해 맥락을 제대로 짚은 것 같다”며 “엘리트 변호사가그런 일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검찰 수사가 급진전하면서, 이 전 후보의 책임도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한편에선 지난 대선의 패배자라는 점에서 동정론이 없지 않다. 서 변호사도 검찰조사과정에서 “패장을 이렇게 대접할 수는 없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하지만, 1997년 대선 때 동생(이회성)과 서상목 전 의원에 이어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또다시 최측근이 수백억원의 불법자금을 모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는 더이상 회피할 수만은 없는 처지가 돼 가고 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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