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밀 누설" 처벌 한 건도 없는 국회 정보위

2003. 7. 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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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급 비밀사항인 북한의 고폭실험 정보가 국회 정보위원회(intelligence.assembly.go.kr)를 통해 누출된 것과 관련, 김덕규 위원장이 11일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덕규 국회 정보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실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조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북한 핵 관련 비공개보고 내용의 누설에 대한 정보위원회 입장"을 밝혔다.

고폭실험처럼 국회 정보위원 이하 보좌관이 비공개・비밀사항을 누설하는 것은 국회법 제54조의2 제2항 및 국가정보원법 제12조 제5항에 위반하는 행위로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4조의 3의 규정에 따라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된다.

상기 조항은 국회 정보위가 신설되기 직전인 94년 6월 임시국회에서 새롭게 제정된 것. 그러나 지금껏 처벌받은 예는 한 건도 없다. 국회 사무처에서는 정보위가 끝날 때마다 자료들을 곧바로 수거하는 등 보안에 극히 신경쓰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이 기자들에게 정보력을 과시하기 위해 자신이 들은 정보를 무심코 흘리고 있어 종종 문제가 되어왔다.

지난해에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정보위원 자격시비 끝에 정보위가 5차례밖에 열리지 않았지만, 북한의 생화학-핵무기 보유실태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가 정보위를 통해 유출돼 국정원이 언론사에 해명자료를 돌리는 등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2001년에는 국정원 대북전략국 안 모 과장이 CIA의 한국계 요원 윤 모씨에게 남북관계에 대한 기밀을 누설했다가 파면된 사실이 한나라당 정보위원들을 통해 언론에 알려졌다. 안 과장 파면이 한미관계의 마찰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은 적잖은 속앓이를 해야했다.

CIA 등 정보기관들이 자신의 활동을 의회에 수시로 보고해야 하는 미국에서도 "국가기밀 보안"은 오랜 숙제로 남아있다. 미국에서는 70년대 중반 워터게이트사건을 거치면서 "정보기관에 대한 국민감시" 여론이 높아져 CIA의 대 의회브리핑이 정례화됐다.

2001년 10월에는 CIA가 비공개 의회청문회에서 보고한 내용이 워싱턴포스트에 보도된 일이 있다. 9.11 테러가 일어난 지 얼마 안돼 이런 일이 일어나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의원들을 통해 미군 병사들을 위태롭게 하는 정보들이 무책임하게 유출되고 있다"며 발끈했다. 부시 대통령은 정보기관의 브리핑 대상을 상하원 정보위원장과 원내총무로 제한하려고 했다가 의회의 반발로 철회한 적도 있다.

1987년에는 패트릭 리히 상원 정보위 부위원장이 레이건 행정부의 이란콘트라사건 보고서를 <뉴욕타임스>에 넘겨줬다가 기밀 누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부위원장직을 사임했다.

미국이나 우리나 언론에 뭔가를 흘리길 좋아하는 정치인들의 습성은 다른 게 없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미국처럼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을 지는 선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차이라면 큰 차이라고 하겠다./손병관 기자 (redguard@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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