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의 결단, 무슨 일이 있었나

구혜영 기자 2012. 3. 2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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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14:00지친 심신 달래려 광주로

#22일 오후 2시쯤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43)는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광주에 내려갔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이곳까지 따라왔다. 도무지 무거운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광주는 서울 관악을로 지역구를 정한 뒤에도 가장 먼저 들렀던 곳이다. 망월동에 들러 고해성사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예정된 1박2일 일정을 접고 부랴부랴 오후 8시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후보등록 마감을 하루 앞두고 당 대표단이 긴급 회동을 요청했다. 때마침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59) 쪽에서도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문 이사장은 이날 민주통합당 정강·정책 연설 녹화를 위해 서울에 와 있었다. 이 대표는 문 이사장과 만나기로 했다. 문 이사장은 '민변'의 대선배다. 두 사람의 인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노무현재단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하며 시작됐다.

두 사람 회동에 민주당 한명숙 대표(68)가 고리 역할을 했다. 한 대표는 방송 녹화차 상경했다가 방송사 파업 현장을 지지방문 중이던 문 이사장에게 "내가 이 대표를 만나자고 하면 부담을 가지지 않겠나. 문 이사장이 둘이든 셋이든 만나자고 요청해달라"며 중재를 부탁했다. 문 이사장도 야권연대 불씨가 절체절명인 상황에서 직접 나섰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하던 중에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 서성일 기자

■ 22일 21:30문재인, 제3의 후보 제안

#22일 밤 9시30분 무렵, 이 대표는 문 이사장과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났다. 한 대표는 빠졌다. 처음부터 깊은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인간적인' 소회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날이 새면 후보등록 마감이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야권연대 논의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문 이사장은 이 대표의 사퇴를 설득하며 '제3의 후보'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제는 분명했다. 야권연대를 회생시켜야 한다는 것, 이 대표가 사퇴하면 관악을 후보는 통합진보당에서 낸다는 것이다. 문 이사장은 "당장 하루 만에 서류를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비례대표 후보자 중에 추천하자"는 의견을 건넸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4번에 내정된 서기호 판사 등을 거론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문 이사장과 2시간여 만나고 헤어질 때까지 사퇴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그러나 문 이사장이 던진 '제3후보' 제안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 22일 23:00진보당 공동대표들 만나

#22일 밤 11시 무렵. 이 대표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을 만났다.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심상정·유시민·조준호 공동대표의 얼굴을 차례로 쳐다보며 울컥해졌다. '진보'라는 이름 하나로 숱한 세월, 서로의 바닥까지 위로하며 당을 이끌던 사람들이다. 다들 "야권연대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을 찾자"고 다독였다. 사퇴가 맞다고 생각한 대표도 있었지만 누구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대로 새벽녘이 됐다.

무결정의 새벽을 보내고 23일 오전 이 대표 캠프 사무장은 오후 2시 예정대로 후보등록을 하겠다고 했다. 그때 서울 은평을에 출마하는 천호선 대변인(50)이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내가 후보직을 던지겠다"는 강수를 뒀다. 대표단은 속이 타들어갔다. 서둘러 이 대표를 찾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당내가 술렁거렸다.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당 관계자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이 대표는 사퇴를 결심했고, 한 대표와 문 이사장에게도 (결심이) 전달됐다"고 전했다.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후보등록이 연기됐다는 소문이 번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후 3시 이정희 대표 기자회견'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상황은 급반전됐다.

■ 23일 15:00총선 후보 사퇴 기자회견

#23일 오후 3시. 이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국회 정론관에 섰다. 이 대표는 "통합과 연대의 길이 저 때문에 혼란에 빠졌다. 몸을 부숴서라도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며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야권 단일후보 경선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저"라며 "(저의 사퇴로) 야권 단일후보에 대한 갈등이 모두 털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이 대표는 "야권 단일후보를 지지해달라. 야권연대 승리, 정권교체를 위해 가장 낮고 힘든 자리에서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긴 하루였다. 당 관계자들은 "이 대표 혼자 결론내린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자진 사퇴' 이외엔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 대표의 결단이 그만큼 엄중했던 것이다. 지난 2일 한 대표에게 야권연대를 책임지자고 제안하고 이날 용단을 내릴 때까지, 이 대표는 야권연대의 시작과 끝을 매듭지었다.

< 구혜영 기자 kooh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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