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대통령 '경제실패' 사과하면 돌팔매 맞더라도 돕겠다"
■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게 듣는다
―'임을 위한 행진곡' 때문에 여야 협치 기조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대통령중심제에서 협치란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지난 13일 청와대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소통과 협치의 가능성이 열렸다. 박 대통령도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국가보훈처에 좋은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보훈처는 합창 결정을 내리면서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안 받았고 독자적으로 했다'고 밝혔다. 그럼 누구 말이 맞는 것인가. 이게 국가 기강이 있는 나라인가. 내가 박 대통령에게도 말했다. 자기 선에서 책임을 지고 일을 해야지 윗사람 핑계 대는 사람이 어떻게 보훈처장을 하냐고 말이다.
―이번 사건이 향후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협치가 무너지면 대통령 레임덕이 가속된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협치하자고 따라다녀야 하나.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힘을 합쳐서 훨씬 강한 법들을 들고나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그때는 이미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때다.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국민의당 입장은 뭔가.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통해 '기념곡'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얼마 전 단행된 청와대 인사 개편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원종 신임 비서실장은 훌륭한 행정가이지만 시급한 경제·정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결국 받아쓰기 잘하는 '예스맨'이 될 거다. 그리고 구조조정을 해야 할 지경까지 왔으면 지난 3년간 경제수석을 지낸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데, 오히려 정책조정수석으로 승진시켰다. 또 국회의원 떨어진 사람을 경제수석으로 임명했다. 실패한 사람, 떨어진 사람이 구조조정을 담당하면 설득력이 없고 감동도 없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현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나.
▷청와대 가서 박 대통령에게 '경제 실패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을 설득하고 노동자의 아픔을 달래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 나는 돌팔매를 맞더라도 돕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의 아픔을 담아 눈물을 흘렸다. 박 대통령이라고 왜 못 하나. 2년 남은 대통령 임기가 짧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2년이면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다. 감옥 가봐라. 2년은 정말 긴 시간이다.
―정부는 대통령의 이란 순방 등으로 나름 경제적 성과를 올렸다고 주장하는데.
▷42조원 수주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박 대통령에게 직접 말하려다가 안 했는데, 이란이 그런 막대한 자금을 제공할 능력이 있나? 이란은 결국 해외 차관이 들어오면 차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할 거다. 얼마 전 목포에서 해고 근로자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들이 '대통령이 42조원 수주했다는데, 우리 중동으로 가서 일해보자'라고 말하더라. 경제는 심리라고, 해고 근로자들이 작은 희망이라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 말하려다가 안 했다. 박 대통령도 이 일화를 전하니 놀라서 메모를 하더라.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대한 입장은.
▷나는 노동개혁을 찬성한다. 성과연봉제도 해야 한다. 그렇지만 노사정 합의가 중요하다. 법으로 노사가 합의하도록 돼 있다. 왜 노동자만 희생을 해야 하나.
―국민의당 5대 중점 법안의 19대 국회 처리가 무산됐는데.
▷청년고용촉진법, 공공기관운영법(낙하산방지법), 세월호특별법, 공정거래법, 신해철법은 20대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 이 중 국민의당 제1호 법안은 '낙하산방지법'이 될 거다.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조정해야 할 상임위가 있다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교육과학'과 '문화예술관광체육'으로 분리해야 한다. 문화·예술·관광·체육도 중요한 산업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임위 구조 때문에 교육에 완전히 밀렸다.
―20대 국회에서 활동하고 싶은 상임위원회는.
▷법제사법위원회로 가려고 한다. 12년 동안 법사위원을 하고 나면 법무사 자격증이라도 하나 나올까 기대하고 있다(웃음).
―총선 때와 달리 호남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는데.
▷호남 민심은 근본적으로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에 대한 반대가 국민의당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를 지지한 것이 아니다. 기회를 준 거다. 국민의당이 정권교체를 이룰 힘을 갖고 있는지 평가하고 있다고 본다.
△1942년 전남 진도 출생 △문태고, 단국대 상학과 △14·18·19대 국회의원 △20대 총선 당선(전남 목포)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문화관광부 장관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민주당 원내대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국민의당 원내대표
[대담 = 박정철 정치부장 / 정리 = 우제윤 기자 / 김강래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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