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달도 차면 기운다".. 劉 사퇴 여부·시점 주목
"달도 차면 기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시점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당 안팎에서 '추가경정예산 처리가 마무리되는 7월 말 사퇴', '사퇴불가' 등의 관측이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 고강도 책임론을 거론한 이후 줄곧 청와대와 유 원내대표 사이에서 중심 추 역할을 해왔다. 그런 김 대표는 적어도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6일까지는 유 원내대표가 명분에서나 정서적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도 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이 유 원내대표에게 시련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치적 득실을 놓고 보면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면서 "여야 상생의 협상을 하다가 최고 권력으로부터 핍박을 받는 이미지는 유 원내대표의 전국적인 인지도와 지지도를 올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6일로 '만월(滿月)'을 맞은 유 원내대표가 계속 사퇴를 거부하면 결국 박 대통령에게 향하던 비판여론이 유 원내대표에게로 선회하고 유 원내대표를 뒷받침하던 동정여론은 박 대통령에게 옮아가는 현상이 생긴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특히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의 유일한 사퇴 명분은 국회법 개정안의 사실상 사문화라고 주장해왔다. 이유야 어쨌든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국회법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국회 본회의 투표불성립으로 사문화되면 원내대표로서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수 여권 인사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 시점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노골적으로 유 원내대표와의 대화를 단절하면서 원내대표의 역할이 축소되고 급기야 당·정·청 관계가 마비상태에 빠지면 유 원내대표 스스로 무력감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의 갈등 지속은 국민들에게는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높이는 수준에 그치겠지만 당 소속의원들에게는 내년 총선 최대 악재로 비칠 수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의원들은 점차 내년 총선을 걱정하는 시기가 다가온다"며 "유 원내대표가 사퇴 시점을 늦추고 당·청 관계가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진다면 총선 위기감을 느낀 의원들이 유 원내대표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듯 유 원내대표 역시 겉으론 담담하지만 내심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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