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탈락, 누가 결정했을까?
[한겨레]
과연, 정청래 의원을 탈락시킨 ‘주범’은 누구일까?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4일 공개된 정의당 팟캐스트 방송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컷오프에 개입한 사람이 박영선 비대위원과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유시민 “정청래 컷오프는 박영선·이철희 작품”)
하지만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핵심 당직자 등 당 안팎에서는 정청래 의원 컷오프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박영선 비대위원과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목한 것은 근거가 약하다는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상황을 꼼꼼히 복기해 보자.
#9일 밤 공천관리원회에서의 가부투표
공천관리위원회는 9일 밤 정 의원의 평소 ‘막말’을 문제삼아 컷오프 여부에 대한 가부투표를 했다. 본래 홍창선 위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 공관위는 가부 동수가 나올 경우엔 위원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게 공관위 규정이다. 다른 공관위원들이 홍 위원장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자고 의견을 모아, 홍 위원장도 다른 위원들과 동등하게 한 표를 행사했다. 정 의원의 컷오프 관련 투표가 끝나고 홍 위원장이 투표함을 열어볼지 의견을 묻자, 다른 공관위원들은 “그 위험한 걸 우리는 열어보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10일 아침 비대위 회의
홍 위원장은 10일 아침 비대위 회의 전에 투표함을 열어봤으나 비대위에선 “가부투표 결과 정 의원을 공천 탈락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보고했을 뿐 그 구체적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홍 위원장의 보고가 끝나자 박영선 비대위원이 먼저 “그 지역(마포을)은 좀더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지지층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를 표했고 곧이어 다른 위원들도 박 위원의 의견에 동조하는 뜻을 표했다. 그러나 홍창선 위원장 등이 “공관위의 결정대로 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찬반 의견을 듣고 있던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마지막에 “그런 식으로 다 고려하면 공천 못한다. 공관위 결정에 따르자”고 정리해 정 의원의 컷오프가 최종 결정됐다. 이날 정 의원 공천을 논의한 회의 자리엔 비대위원만 참석하도록 했기 때문에 이철희 본부장은 아예 배석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밀기 위해 여론조사까지?
유시민 전 장관이 박영선 위원이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다른 후보를 집어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 의원 탈락을 주도했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박 위원과 이철희 본부장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이들이(박 위원과 이 본부장) 공천 주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었고, 여기저기에 여론조사를 했더니 마포을에 (공천주고 싶은 사람을) 내보내도 이길 것 같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에 대해 “내가 전략기획본부장이긴 하지만, 여론조사를 돌려보는 것은 내 소관이 아니며 마포을에서 그런 여론조사를 한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번 4·13총선을 앞두고 더민주 총선기획단은 전략기획본부, 조직본부, 디지털소통본부, 메시지본부, 경선관리본부, 정세분석본부로 구성돼 있는데, 공천 심사 자료 마련을 위한 여론조사 기획과 실시는 정세분석본부가 담당하고 있다. 박 위원 쪽도 “특정 누구를 마포을에 민 적이 없으며 여론조사를 한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팟캐스트 <이이제이>에서 박 위원과 이 본부장이 정 의원 컷오프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온 뒤, 누군가가 박 위원과 이 본부장의 연락처를 인터넷에 공개해 이들은 하루 수백여통의 문자폭탄과 욕설이 뒤섞인 전화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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