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로 천안함 동선 정밀 파악한 듯"
북한의 무인항공기(UAV)에 대한 베일이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하면서 2010년 3월 26일 발생했던 '천안함 폭침' 사건을 둘러싼 미스테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당시 서해 초계활동을 위해 항해 중이던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공격을 받아 가라앉을 때 어떻게 북한군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정밀타격했을까에 대한 의문은 지금까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감시·정보체계 운영시스템의 열악한 사정을 감안할 때 천안함이 어이없이 무기력하게 기습당한 이유와 관련해 이번 북한 UAV가 설명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같은 해 11월 23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에서도 북한이 한국군의 위치를 상세하게 파악한 듯 포탄을 쏟아부었다는 점 역시 천안함 폭침 때와 마찬가지로 UAV가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연평도 도발 당시에도 아군의 주력인 K-9을 정밀타격한 북한군 탐지 능력을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돼 왔다.
천안함 폭침 때는 한국군 레이더기에 포착되지 않는 북한의 무인정찰기가 장시간에 걸쳐 천안함의 운항 동선을 파악했다는 의미다. 무인정찰기가 수일에 걸쳐 확보한 이민트(IMINT·영상 정보) 정탐 활동을 통해 천안함의 이동항로를 시시각각 수집한 뒤 폭침 당시인 당일 오후 9시쯤 위치를 예측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가능한 상황을 자세하게 추론했다. 윤 전 사령관은 "천안함이 폭침된 인천 옹진군 백령도 남단지점은 북한군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는데 이 지점을 오후 9시에 통과한다는 운항 동선 등을 북한이 장기간에 걸친 영상 정보로 정밀분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천안함 폭침 당시 야간 열적외선 촬영이 가능한 무인정찰기 등을 투입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윤 전 사령관은 또 "2010년 11월 23일 대낮에 감행한 연평도 포격 도발의 경우 북한 방사포·해안포 탄착점 확보 등을 위해 무인정찰기를 여러 대 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군사정찰위성이 없는 북한군이 무인정찰기를 활용해 휴전선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제집 안방 드나들 듯'하며 정보활동을 벌였다는 의미다. 2005년 군 정보당국이 입수한 북한의 전시사업세칙에 무인기 운영계획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북한이 최소 10여 년 전부터 장기계획에 따라 준비해온 증거로 제시된다.
대량생산 가능성이 관측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개발 중인 UAV를 다각도로 시험했을 수도 있다. 연평도 포격 도발 3개월 전인 2010년 8월 NLL 인근에 해안포 110여 발을 발사할 당시 무인기로 추정되는 7m 정도의 비행체가 연평도 북쪽 20여㎞ 상공에서 지상 50m 고도로 날아가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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