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위치추적 피하고 싶으면 아이폰 써라?

2014. 11. 9. 13: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선교 위치정보보호법, 스마트폰 망명 부르나… 긴급구조 목적, 꺼진 와이파이 강제로 켜서 위치 추적

[미디어오늘 김유리 기자]

#1 복잡한 골목길에 사는 A씨가 사고를 당했다. B씨의 부모는 귀가 시간이 늦어지는 A씨가 걱정돼 신고를 했다. 구조대는 A씨 스마트폰에서 위성항법측위기능(GPS) 발신 신호가 잡히지만 광범위해 구체적인 장소를 특정하기 어려워했다.

#2 B씨는 가정폭력을 피해 피해자 쉼터에 입소했다. B씨의 배우자는 경찰에 B씨가 실종됐다며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경찰은 A씨의 스마트폰에서 꺼진 와이파이를 강제로 켜 B씨의 위치 추적에 성공했다.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긴급구조 요청시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기능을 강제로 작동시켜 위치 추적을 가능하도록 한 법안을 발의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이미 이 기능은 삼성·LG 등 국내 제조사의 스마트폰 단말기에 탑재됐다. 긴급 구조 등 용도로는 필요한 기능이지만 개인정보의 오남용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 의원은 올해 2월 14일 위치정보의보호및이용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위치정보법 개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새누리당 서용교·염동열·김을동·홍지만·강기윤·정갑윤·김태원·이노근·이우현·이철우·민병주·안덕수·이만우·윤명희·이한성·조해진·심해철 의원이 발의에 동참했다.

한 의원이 제출한 위치정보법은 △긴급구조 기관과 경찰서는 위치정보사업자에게 긴급구조 위치정보 조회 시 구조대상자의 위성항법측위 기능(GPS) 및 무선랜측위기능(Wi-Fi) 등 위치정보 수집 장치를 강제로 활성화해 제공할 것을 요청할 수 있고 △긴급구조기관은 긴급구조 요청자와 개인위치정보 주체 간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등록전산정보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개인 위치정보와 가족관계 등록부 같은 개인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한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구조대상자가 스마트폰의 GPS 및 와이파이 기능을 비활성화한 경우에는 개인 위치정보 오차범위가 커 구조 활동이 지연된다"며 "긴급구조 상황이 명백한 경우 구조대상자의 스마트폰의 GPS나 와이파이 등 위치정보 수집 장치의 측위 기능을 강제로 활성화해 효율적인 구조 활동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이 같은 와이파이 강제 작동 기능은 2012년 국내 출시된 휴대전화에 대부분 탑재됐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꺼져있는 와이파이를 강제로 활성화할 수 있는 기능은 갖춰져 있다"고 밝혔다.

국회 위치정보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2012년 10월 이후 출시된 삼성·LG 등 단말기는 이동통신사에서 와이파이 등의 강제 활성화가 가능하다. 다만 2012년 10월 이전 출시 단말기나 아이폰 등 외산 휴대폰은 해당 기술 방식이 미적용돼 이에 대한 후속 대책은 향하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검토했다.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방통위는 서울 지하철 1~2호선에 설치된 와이파이 기기에서 맥주소와 신호 세기 등을 수집하는 시스템을 완성했다. 내년 서울 지하철 3~4호선에도 해당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방통위가 예산은 신청해 놓은 상태다.

이미 2~3년 전 해당 시스템이 구현됐고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쳤다. 한 의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개인 스마트폰에서 꺼져있던 와이파이를 외부에서 강제로 켜고 방통위가 구축한 시스템 상 위치를 맞춰 개인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 된다.

앞선 사례에 따르면 A씨 경우 와이파이 강제 활성화 기능이 긴급구조라는 목적에 사용되지만 B씨 경우는 다르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다시 폭력에 밀어 넣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가능한 오남용은 경찰이 긴급구조가 아닌 수사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다.

법안을 발의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A씨 경우처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된 방안이며 B씨의 경우에는 경찰이 위치를 확보하더라도 B씨의 동의하지 않을 경우 배우자에게 위치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위치정보법 개정안에서 허위로 긴급구조요청을 할 경우 과태료를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수사 목적을 가진 경찰청이 해당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타 기관이 법원의 영장 발부 등을 통한 견제를 두는 것과 달리 신청만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경찰 등의 오용에 관해 한 의원실은 "경찰청의 시스템 오·남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찰 관련 조항에 있을 것"이라며 "이 법안의 취지와는 맞지 않아서 굳이 그 부분을 넣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해당 시스템은 긴급구조 목적으로만 사용될 것"이라며 "칼을 판다고 해서 그 목적이 요리용인지 살상용인지 구분해 판매를 임의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장여경 진보넷 활동가는 "그동안 국가의 개인정보 활용은 긴급구조 목적에서 수사기관 제공으로 확대돼 왔다"며 "국민이 수사 기관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영장도 없이 개인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통로를 확대해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 활동가는 이어 "외제나 해외에서 구입한 스마트폰 등 일부는 해당 시스템에서 제외돼 포괄적이지도 않다"며 "이 법이 시행되면 '사이버 망명'을 능가하는 '스마트폰 망명'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