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입찰 담합, 2년 반 조사 미루다 여 총선 승리 후 재개"

안홍욱 기자 2012. 9. 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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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작성 완료' 문구, 다음날 문서엔 '작성 중'업체에 공문도 안 보내다 돌연 과징금 부과 의결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이 9일 공개한 공정거래위원회 내부문건은 4대강 입찰 담합 조사에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김 의원은 특히 청와대 입김에 공정위 조사가 휘둘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공정위의 4대강 입찰 담합 조사는 2009년 9월 국정감사 전후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게 계기가 됐다. 공정위는 그해 10월19일부터 11월11일까지 건설업체 15곳과 설계용역업체 3곳을 조사했다. 당시 정호열 공정위원장은 그해 11월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담합과 관련되는 듯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다음날 청와대 박재완 당시 국정기획수석이 "(정 위원장 언급은) 와전된 측면이 있다"고 말하고, 공정위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이 '청와대 압력'을 거론하는 근거는 공정위 내부문서다. 공정위 카르텔총괄과가 지난해 2월14일 작성한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관련 진행 상황' 문건에는 "1차 턴키공사 입찰 담합 관련, 현재 심사보고서 작성 완료"로 적혀 있다. 그러나 다음날인 2월15일자 문건에는 "심사보고서 작성 중"이라고 말이 바뀌었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이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입찰 담합 처리를 청와대와 협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그러면서 조사결과 처리 시기를 두고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한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집중적인 관심으로 '조사 중'이라는 논리만 2년간 계속 내세우기는 어렵다" "4대강 입찰 담합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하면서 물가 관련 품목은 왜 이렇게 신속하게 처리하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 등 고려할 점을 적어놓고 있다. 특히 "다만 사건 처리 시점 결정을 위해서는 청와대와의 사전협의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김 의원은 2009년 11월11일 이후부터 올 4월29일까지 2년6개월가량 공정위와 건설업체 간 공문 수·발신 내역이 일절 없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공정위가 4대강 담합 조사를 사실상 중단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4월30일 현대건설에 '4대강 유역 개발 민간투자사업 관련 자료'를, 5월7일 한국종합기술에 '기본설계 자료 및 임대계약서'를 요청한 것으로 돼 있다. 김 의원은 "공정위가 조사를 미뤄오다 4·11 총선 이후부터 조사를 신속하게 시작한 것"이라며 "새누리당 총선 승리 이후 정치적 판단이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7월1일 카르텔총괄과가 작성한 '4대강 입찰 담합 조사 진행상황' 문건에는 향후 계획으로 "사건의 처분시효(2014년 9월 만료), 내년 총선·대선 등 정치일정에 따른 정치적 영향력 배제 등을 고려해 대선 이후 상정을 목표로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난 6월5일 1차 턴키공사 입찰에서 담합 혐의가 드러난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1115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자, 정부가 6월13일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수사 발표 등 민감한 사안을 '털어내기식'으로 발표했다는 게 김 의원 판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 내부에서 일어난 일로 청와대는 아는 바가 없다"며 "사실관계는 공정위에 물어봐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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