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구조적인 신변위협..결국 터질게 터졌다

입력 2008. 7. 11. 19:08 수정 2008. 7. 1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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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금강산에서 관광객 피격 사망사고가 터지면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이 위기를 맞았다. 우발적인 사고라고는 하지만 금강산 관광 시작 후 관광객이 다치거나 숨지는 등의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북측의 과도한 대응과 현대아산 측의 관리 소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올해 금강산 관광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와 사업확대를 추진 중이던 현대아산은 가뜩이나 남북관계가 경색돼 민감한 가운데 피격 사망사건이 터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금강산 관광 사고=지난 1998년 대북 관광이 시작된 이래 금강산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99년 6월에는 남측 관광객 민영미씨가 북측에 억류돼 40여일간 관광이 중단됐으며, 2004년 10월에는 60대 관광객이 계곡에 빠져 숨지기도 했다. 또 2005년 12월에는 현대아산 협력업체 직원이 금강산에서 차를 몰다 교통사고를 내 북측 초병이 사망하는 사고로 한 달여간 억류된 뒤 40만달러의 보상금을 내고 풀려났으며, 2006년 2월에는 만물상을 오르던 관광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7월에는 만물상에서 관광버스가 전복돼 남측 관광객 6명이 다쳤으며, 10월에는 구룡폭포 인근 무룡교의 철제다리가 끊어져 20여명이 추락, 부상을 당했다.

금강산에서 이처럼 남측 관광객의 사고가 빈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광객들에게 허용된 행동반경이 지나치게 좁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금강산 관광객은 숙소, 온천, 해수욕장, 등산로 등 허용된 장소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데 호기심으로 허용된 장소를 벗어나다 신변에 위협을 겪는 경우가 이따금 발생하고 있다.

현대아산 측은 관광객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은 철조망이나 펜스로 막혀 있기 때문에 출입금지 지역이라는 점을 모르고 들어가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금강산 지구가 북측의 관할 구역이기 때문에 밤늦게 숙소에서 이탈하지 말 것을 관광 시부터 강조하고 있지만 간혹 일부 관광객이 호기를 부려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금강산 해수욕장은 지난 10일 개장한 곳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주변에 북측의 고성항 마을이 있어 철조망으로 둘러싼 채 북측 초병이 지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벽에 남측 관광객이 북측 군사보호구역을 넘은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현대아산 측에서 인근 지역에 대한 주의 사항을 관광객들에게 재차 강조하고 통제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대북관광을 시작한 지 10년이나 됐는데도 여전히 관광구역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민간 관광객들에게 과도하게 반응하는 북측의 태도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악재 만난 대북사업=금강산 관광은 사업초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간 30만명 이상이 찾는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2003년 육로관광이 시작되고 지난 3월부터 자가용 관광까지 가능해지면서 올 상반기까지 누적 관광객이 194만명에 달했다.

현대아산 측은 이달 말 또는 8월에 금강산 비로봉 관광이 개시될 예정인 데다가 가을 단풍철까지 겹치면 9월 초쯤엔 대망의 200만명 고지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해 왔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개성관광도 매달 평균 1만여명이 몰려 올 상반기에만 6만명을 유치했다. 현대아산은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17일 개성공업지구에서 남북공동으로 운영하는 평양식당을 개관하고 개성관광 확대를 추진하고 있었다. 경기침체와 남북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유독 대북관광만 호황을 누리는 상황이었다.

현대아산은 더구나 올해로 금강산관광 10주년, 현정은 회장 취임 5주년, 정주영 체육관 개관 5주년 등의 기념일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오는 10월 평양에서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하게돼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관광이 재개되더라도 안전에 대한 우려 등으로 관광객이 감소하는 등 급속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5월부터 시작하려던 백두산 직항로 관광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당국 간의 대화 단절로 사업추진이 중단된 상태여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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