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소재 뮤지컬에 정부 10억 지원 '이상한 스토리'
반공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창작뮤지컬 < 요덕스토리 > 에 정부가 무려 10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다음달 9일부터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 요덕스토리 > 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소재로 새터민인 정성산씨가 제작·연출한 작품. 2006년 3월 초연된 이 뮤지컬은 북한 수용소를 다룬 내용이 당시의 정치 상황과 맞물려 일부 보수언론과 한나라당 등 보수세력의 높은 관심을 샀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보는 내내 끊임없이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면서 " < 요덕스토리 > 에 눈과 귀를 닫은 노무현 정권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한나라당을 주축으로 한 31명의 국회의원이 후원회까지 결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는 공모절차도 없이 공연예술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이 작품에 대한 지원예산을 배정했다. 예산심의에 앞서 이를 '국민무시 황당예산 50선'에 포함시켰던 민주당조차 문제의식 없이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문화부 예술정책과 정은영 사무관은 " < 요덕스토리 > 는 해외투어 공연 계획이 있는 데다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대표적 공연이라고 판단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공연예술활성화 지원사업 예산 91억여원 중 단일 작품에 대한 지원은 < 요덕스토리 > 가 유일하다. 정부가 지원키로 한 대다수 공연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부산국제합창제, 씨어터올림픽스 등 대규모 국제행사들이다.
그간 단일 뮤지컬에 대한 정부 지원은 뮤지컬 < 명성황후 > 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1997년과 98년 각각 1억원과 6억원을 지원한 게 전부였다. < 요덕스토리 > 측은 오는 5월부터 12월까지 미국, 캐나다, 독일 등 12개 지역에서 공연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공연장이 확정된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 요덕스토리 > 가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게 된 경위도 석연치 않다. 국립극장 측은 공연 예정이었던 뮤지컬 < 지킬 앤 하이드 > 가 대관료 미납으로 취소되자, 지난달 < 요덕스토리 > 에 공연장을 쓰라고 먼저 제안했다.
당시 대관을 담당했던 손주옥 팀장은 "공모를 하기엔 일정이 촉박해 공연을 준비 중이던 < 요덕스토리 > 에 대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립극장이 공모절차 없이 특정 작품에 대관한 건 특혜라는 게 공연업계의 지적이다.
뮤지컬업계에서는 이 작품이 해외시장에 내보일 만한 예술적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씨는 "정치색이 짙은 작품에 국민 세금이 지원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로 해외투어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정치외교학)는 "북한을 비판하는 작품을 정부가 지원하는 건 대화를 통해 화합을 모색해야 할 남북관계에 독이 된다"면서 "보수세력의 구미에 맞는 작품이라면 보수단체가 지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 [알려왔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월22일자 1면 '정부 10억 지원 이상한 스토리' 기사에서 정부가 공모절차 없이 < 요덕스토리 > 예산을 지원했다는 보도에 대해, 공연예술활성화 사업은 공모절차 없이 정부와 국회의 통상적인 예산심의에 의해 지원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국립중앙극장 역시 관련규정에 의거, 적법한 절차를 밟아 대관했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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