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탐구] 北 작년 작황 20년래 최고 수준.. "김정일, 식량 있는데 안 푼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2011. 2. 25.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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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식량지원 구걸하는 北.. 그 진실은

미국

의 소리(VOA) 방송은 24일 "대북 지원사업을 하는 미국의 5개 구호단체가 북한에 대한 식량 긴급 지원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작년 말부터 아프리카 최빈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를 향해 '식량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북한의 긴급 식량 구호 요청을 받지 않은 나라가 거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해 북한 작황(作況)은 지난 20년간 가장 좋은 편이었다"고 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 주민이 겪는 식량난은 북한 정권과 군이 쌀을 풀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①북, 작년 식량 생산 줄지 않아

정부 통계(1991~2009년)에 따르면 북한 식량 생산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05년(454만t)과 2006년(448만t)이었다. 정부는 아직 2010년 생산량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448만t이라고 밝혔다. 최근 20년간 작황이 가장 좋았다는 것이다. 북한이 매년 필요한 식량은 약 500만t으로 추정된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식량 생산이 350만t 이하로 떨어질 때 아사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한다"고 했다. 고(故)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1997년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을 때의 생산량은 250만t에 불과했다"고 했었다.

②"북한군 비축미(米)만 100만t"

작년 9월 한나라당김무성원내대표는 "북한이 전쟁을 대비해 비축한 쌀이 100만t에 달한다"고 말했다. 100만t이면 북한군 119만명이 하루 500g씩 4년 7개월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북한 전 주민(2400만명)의 석달치 식량이기도 하다. 북한 당국은 작년 초 춘궁기 식량난을 넘기 위해 '2호 창고'(군량미)를 일부 열었었다. 그러나 천안함· 연평도도발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주민들에게 군량미를 강제로 걷어 갔다"(대북 소식통)고 한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북한은 1987년부터 식량 생산량의 12%를 전쟁비축미, 10%를 애국미로 떼어놓는다"고 했다.

③중국이 움직이지 않는다

중국

은 북한 체제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 중국이 북한의 식량 지원 요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대북 비공개 식량 지원 규모는 비밀에 부쳐져 있지만, 중국이 최근 대북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정황은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관측이다. 외교 소식통은 "식량 때문에 북한이 무너질 상황이라면 중국이 지금처럼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매년 100만t의 식량이 부족하다. 이명박정부 출범 전까지 우리의 지원(40만~50만t)과 국제사회 지원(최대 100만t)으로 이를 메워왔다. 통일부관계자는 "북한이 2008년 이후 남한의 식량 지원이 끊기고 국제사회의 지원도 줄어 사정이 어렵겠지만 묻어둔 쌀을 먼저 푼 뒤 외부에 손을 벌리는 게 순서 아니냐"라고 말했다.

④자구 노력도 안 해

지난 1월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북한에 매장된 금(金)의 잠재가치는 2000t(61조3274억원), 은(銀)은 5000t(1조9124억원)에 달한다. 김정일해외 비자금도 4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 금·은을 팔았다거나 김정일 비자금을 썼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한 탈북자는 "북한에서 생산된 금은 당(黨)이나 김정일 개인금고로 들어간다"고 했다. 게다가 북한은 올해 식량 지원을 요청하면서도 1990년대 중·후반의 대기근 때처럼 자존심을 접고 고개를 푹 숙이는 절박한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

⑤분배·유통 구조의 불평등

북한 당국은 식량을 체제 핵심계층에만 주로 배급한다. 예전과 달리 일반 주민들은 시장에서 식량을 구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쌀값이 폭등했다. 천안함·연평도 도발 이후 주민들이 쌀을 사재기하거나 보유한 쌀을 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지금 북한에는 쌀이 없는 게 아니다"라며 "북한이 정말 급하다면 분배·유통 구조의 불평등부터 개선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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