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세지는 MB발언, 뾰족수 없는 '정부 딜레마'

박영환 기자 입력 2010. 11. 24. 22:03 수정 2010. 11. 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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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당했다" 느슨한 대응 불만 보수층 이탈 우려한 듯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는 매번 북한에 당하는 데 실망한 보수층의 이탈을 막으려는 정치적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약하게 나갈 수도 없고, 강경대응 수단도 마땅히 없는 정부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지적 도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교전수칙을 수정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서해 5도의 전력 보강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들과의 다과회에서도 추가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도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군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추가 도발시 강력 대응을 지시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던 데 비해 한층 강경해진 것이다.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확전 방지' 발언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나선 것도 같은 배경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연평도 포격 당시 이 대통령이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당일 저녁 "이 대통령은 초지일관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고 이를 부인했다. 홍 수석은 24일 브리핑에서도 "참모의 발언이 잘못 전달됐다. 결단코 이 대통령이 직접 한 말이 아니다"라고 재차 해명했다. 홍 수석은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이 대통령의 '확전 방지' 발언이 있었다고 답변하자, 전화통화를 해 오후 회의에서 "들은 바 없다"고 수정하도록 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발언이 점점 강경해지는 데는 정치적 포석이 깔렸다는 풀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또다시 느슨한 대응을 보였다가는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이 이탈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보수층에서는 "또 당했다"며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말로만 전쟁을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이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 억제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포격으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꼴이 됐다.

당장 바른사회시민회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보수 성향의 32개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즉각 북한에 대해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이 대통령의 강경론은 역설적으로 북한을 응징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정부의 난처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강경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그러기 위한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말의 수위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 박영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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