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제재 수단 없어 '상징적'

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2010. 8. 3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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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기업·기관 미국 영향권 밖중국정부 호응 여부에 성패 달려

미국이 30일 발표한 추가적 대북 제재조치는 북한 지도부의 자금관리처로 알려진 '노동당 39호실'과 인민무력부 산하 대남기구인 정찰총국, 김영철 정찰총국장 등 당·군의 핵심기구와 개인을 새로 포함시킨 것이 특징이지만 실제로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길은 없다.

미 재무부는 이날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북한의 기업과 기관, 개인의 미국 내 자산은 모두 동결되고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 이들의 자산이나 예금이 없고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도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조치가 상징적 의미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미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 의지를 세계에 알리는 효과가 있다. 각국에 대한 미국의 협조요청의 강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이 향후 이란 제재와 마찬가지로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기업·금융기관에 대해 미국 금융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할 수도 있음을 은근히 암시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금융·테러담당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재대상에 오른 북한기관이나 개인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과 개인도 처벌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결국 각국 기업과 금융기관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북한과는 아예 거래를 하지 않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면 북한은 사실상 국제 금융계에서 고립되는 것이나 마찬가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물론 각국이 얼마나 미국의 조치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 동결사태 이후 해외계좌의 대부분을 중국의 보호막 속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조치도 중국의 협조 여하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7일 정상회담에서 북·중이 전략적 이해관계를 더욱 일치하기로 한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의 추가제재가 상징성 이상을 뛰어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 이후 이미 더 이상 타격을 받을 게 없을 정도로 강한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남북교류를 사실상 막은) 우리 정부의 5·24 조치만한 위력을 갖는 대북 제재조치는 더 남아 있는 게 없다"면서 "미국의 추가 제재도 혹시 더 할 게 있나 찾아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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