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明報기자의 '월드컵 방북 취재기'

2010. 6. 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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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월드컵 본선 진출 자체로 승리라고 생각""선수단 이미 유명인사, 귀국후 주택.장려금 받을 것"(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 "북한 사람들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 자체만으로도 승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감독은 G조 예선에서 3패를 당했지만 귀국후 집을 배분받는 등 상을 타게 될 것입니다."

홍콩의 유력 일간지인 명보(明報)가 이번 남아공 월드컵 대회 기간 취재진을 북한에 보내 주민들의 생활상과 함께 북한의 축구열기, 북한팀의 경기에 대한 주민 반응 등을 취재한 뒤 전면 특집기사를 실어 관심을 모았다.

명보는 지난 26일자 `본선 진출만으로도 승리, 북한 월드컵 축구팀 선수 및 감독 주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방북 취재 내용을 소상하게 보도했다.

명보는 그러나 보도진이 북한을 방문한 날짜와 취재를 한 기자의 이름, 이 기자가 머문 호텔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3박4일간 북한에 머물고 있다고 밝힌 명보 기자는 평양방문 기간 외국인 전용의 한 호텔에 투숙했다면서 그 호텔에서는 중국 중앙(CC)TV와 영국의 BBC, 러시아 방송 등 몇몇 외국 TV 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명보 기자는 또 호텔 접대원들이 이용하는 방에서는 북한 TV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는데, 북한 TV 방송은 매일 밤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의 TV 방송국은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하는 게 아니라 실제 경기보다 하루 늦게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고 명보 기자는 밝혔다.

또 북한 방송이 내보내는 월드컵 관련 TV 화면에는 실제 경기장의 소리가 포함돼 있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아프리카 악기인 부부젤라의 요란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명보 기자는 덧붙였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이 32강이 겨루는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 자체만으로도 승리라고 생각하는 등 북한 축구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고 명보 기자는 전했다.

특히 세계 랭킹 105위인 북한 축구팀이 지난 16일 브라질과의 G조 예선 첫 경기에서 2대 1로 선전한 사실이 사흘 후 북한 신문에 보도되자 북한 주민들은 영광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선수들의 대부분이 농민 또는 노동자 출신인 북한 축구팀 선수들은 1956년 김일성 북한 주석이 주창한 `천리마 운동'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명보 기자는 전했다.

특히 명보 기자는 북한이 포르투갈에 7대0으로 대패한 뒤 귀국하면 `아오지탄광에 끌려가거나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지만 이것은 뜬소문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명보 기자는 북한은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 자체를 이미 승리하고 생각하고 있으며, 북한 축구대표팀의 선수들은 이미 유명인사가 됐다고 전했다.

따라서 북한 대표팀의 감독과 선수는 귀국후 주택과 장려금을 받게 될 것이며, 특히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몇몇 선수들은 자동차까지 지급받게 될 것이라고 명보 기자는 내다봤다.

이밖에 명보 기자는 북한의 축구 대표팀은 평소 매일 1인당 800∼900g 식량과 300g의 육류를 배급받는 등 일반 주민들에 비해 월등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명보는 월드컵 이외에 북한의 화폐 환율, 북한 주민들의 주말, 거리 풍경 등 북한의 생활상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명보 기자는 "북한은 미국에 의해 `악의 축' 국가 가운데 한 나라로 지정됐지만 대다수 북한 주민들의 삶은 단순하고 소박해 보였다"면서 북한에서 가장 번화한 곳인 평양에는 이미 텔레비전과 전화가 보급돼 있었으며, 평양의 전화번호 단위는 모두 7자리였다고 전했다.

그는 평양의 중산층 이상 가정에는 휴대전화가 있었으며, 휴대전화는 대부분 중국산이었다고 전했다.

명보 기자는 또 주말 평양거리에서는 함께 모여 바둑을 두거나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남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세련된 긴 머리를 한 여성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명보 기자는 북한이 지난해 말 화폐개혁을 단행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평양에 머무는 동안 여행사 직원의 안내에 따라 외국돈으로 물건을 샀기 때문에 북한 돈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한에서는 달러, 유로,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었으며, 북한의 공식환율로는 1위안이면 북한 화폐 17원에서 19원을 교환할 수 있지만, 외국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점에서는 1위안을 14원에서 15원 정도밖에 쳐주지 않고 있다고 명보 기자는 덧붙였다.

이밖에 평양시내 지하철이 지하 100m 깊이에 건설돼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고 명보 기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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