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비밀접촉설 Q&A

2009. 10. 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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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싱가포르 등 제3국에서 남북 고위 관계자 간 비밀 만남이 이뤄졌다는 '물밑 접촉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물밑 접촉설은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원동연 아태평화위원회 실장 일행이 최근 중국 베이징공항에서 정동영 의원 등 중국대사관 국정감사를 마치고 귀국하던 국회의원들에게 노출되면서 본격화됐다. 물밑 접촉과 관련된 궁금증을 Q&A 형식으로 알아본다.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만남이 실제로 있었나.

▶지난 20일 김양건 통전부장 일행이 중국 베이징에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와 이 의원 측에선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21일 김 부장 일행이 싱가포르 또는 제3국에서 통일 관련 고위 관계자와 만났다는 보도에 대해서 청와대, 외교통상부, 통일부 등 외교안보 관련 부처에서는 "알 수 없고 확인이 되지 않는 사항"이라고만 답했다. 강력 부인에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쪽'으로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김 부장 일행이 우리 측 고위 관계자를 만났다는 것은 23일 현재까지는 사실로 파악된다.

-만났다면 누가 만났나.

▶김양건 부장은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차 왔던 김기남 당비서를 수행해서 현 장관과 단독 회동을 했다. 다시 말해 김 부장이 제3국에서 누군가를 만났다면 장관급 또는 그 이상의 인물을 만났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장관급 이상 고위 관계자 가운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동남아시아 3개국을 방문 중이고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접촉 사실을 부인했다. 원세훈 국정원장도 아니라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또 다른 여권 핵심 인사가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밑 접촉 성과는 있었나.

▶물밑 접촉이 이뤄졌지만 이번 만남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성과를 바로 도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측은 정상회담을 섣불리 추진할 경우 메가톤급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모양새다.

이번 물밑 접촉에서 우리 측은 과거 두 차례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이뤄졌고 김정일 위원장이 답방을 약속한 만큼 제3차 정상회담은 평양이 아닌 장소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북측은 김 위원장의 경호 문제상 답방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이 정상회담 의제로 제시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 정상회담은 언제 어디서 성사되나.

▶정상회담이 실제 성사되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전체 5장으로 구성된 시나리오라면 지금은 1~2장쯤 진행된 것인데 언론은 벌써 4장까지 가 있는 것 같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핵심 당국자는 "남북 간에 정상회담을 놓고 현격한 시각차가 있는 만큼 성사된다면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상회담 준비 물밑 접촉이 왜 공개됐나.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1차 남북정상회담이 철저한 보안 속에 전격 발표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직전에 언론에 알려졌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번에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허술하게 노출됐다. 이번 물밑 접촉은 북한에서 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할 때 만났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흘렸을 개연성이 높다.

이 경우 정상회담이 성사되기를 바라는 쪽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성사되지 않기를 원하는 쪽일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 내에서 정상회담 등을 통해 현재의 고착 국면을 타개하려는 세력과 북한을 계속 압박하려는 세력 간의 갈등 소지마저 엿보인다.

[이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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