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강경엔 초강경'.. 군사적 긴장 높여갈 듯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당분간 압박에 무게를 두겠다는 대북 정책의 기조를 드러냈고,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하자'고 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이라는 단어까지 언급하면서 대북 강경책을 강조하고 있다. 한·미 정상이 '달래기'보다는 '압박'으로 핵을 포기시킨다는 데 방점을 찍은 만큼 북한으로선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성명,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한 뒤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는 식으로 긴장고조를 노릴 것이라고 봤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은 압박을 타협으로 조절하려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면서 "자신들을 압박하면 얼마나 치명적인 손실이 올지 이명박 대통령에게 알리기 위해 한방 타격의 기습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강경에 초강경으로 대응하는 외길밖에 더 있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당장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국지적 군사도발을 선제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수 교수는 "NLL뿐만 아니라 서울을 포함해 남쪽 장소는 어디든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러나 "미국이 강경 대응 의지를 표명했고, 유엔 안보리도 공감하는 만큼 북한이 화약을 들고 불 속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군사 도발 가능성을 낮게 봤다.
앞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4월29일 발표한 성명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을 예고한 만큼, 북한이 이 같은 조치들을 감행할 수도 있다.
양무진 교수는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을 순차적으로 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은 이미 예고하거나 감행했던 (미사일 발사 등 각종 무력시위와 관련된) 조치들을 '한 라운드' 정도 더 하면서 반응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 던지는 충격파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에서도 '가능성'을 거론하는 '3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가 채택되고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처음 열리는 19일 개성공단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대응기조가 드러날지가 주목된다. 북한이 기조발언문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의 개성공단 관련 발언 등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강한 불만을 표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하튼 북한이 조만간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미 압박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북은 무력시위 등의 강도를 높이면서 미국·한국 등 국제사회의 반응을 탐색하고, 향후 대화국면에 대비해 협상력을 끌어올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내부에서 정한 150일 전투가 끝나고, 쌍십절(10월10일·노동당 창건일)이 있는 가을쯤에 이르러 북한이 강경책을 지속할지, 대화무드로 전환할지를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때는 후계구도 등 내부 문제도 정리될 법한 시점이다.
다만 변수라면 '대조선 적대행위' 등의 죄목으로 각각 노동교화형 12년을 선고받은 미국 여기자 2명의 처리 문제다. 여기자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서 북·미 간의 해빙 분위기가 일찍 찾아올 수 있다.
유호열 교수는 "7~8월쯤 앨 고어 전 부통령 등 중량감 있는 미국 인사가 방북하고 이어서 여기자가 석방된다면 이를 계기로 북·미 간에 핵이나 미사일 문제를 놓고 입장개진을 하는 식으로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용욱기자 woody@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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